출산률 세계 최하위, 보육정책의 실패 반증

아동보육 업무의 여성부 이관을 놓고 보육과 관련된 논란이 뜨겁다. 그러나 더 이상 보육업무를 복지적인 차원, 즉 영유아보육법 제1조에 명시된 대로 ‘보호자가 근로 또는 질병 기타 사정으로 인하여 보호하기 어려운 영아 및 유아의 육성’에만 맞출 것이 아니라 여성-가족-아동-출산-육아까지 아우르는 총체적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김종해 교수는 “보육서비스 또는 보육문제는 아동 단일의 문제가 아닌 다양한 분야와 관련된 다중적 성격을 갖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보육문제가 더 이상 가족과 어머니가 책임져야 하는 사적인 부분이 아니라 사회가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하는 공적인 성격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김종해 교수가 제안하는 “보육정책은 출산과 육아에 관련된 포괄적인 정책의 일부로서 수립돼야 한다”는 것과 “출산휴가, 육아휴가와 휴직, 육아수당 등 가족 친화적 구조로 전환돼야 하는 관점”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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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참여연대가 주최한 토론회.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

특히 가족 친화적인 구조로 전환돼야 하는 것에서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양성평등적인 관점의 보육정책이 절실하다는 것이 모든 여성계의 입장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사무총장은 “바로 지금이 여성의 입장에서 보육정책의 관점을 전환할 시기”라고 말한다. 지금까지 사회는 보육을 여성의 역할로 고정시켰다. 출산부터 아이 키우기까지 ‘어머니’라는 이름으로 여성이 모든 것을 책임졌다. 보살핌에 대한 가치가 가정에서는 주부이기 때문에 무보수로, 보육시설에서는 직업이 아닌 천직이라는 이유로 저임금을 당연시하게 만든 것이다. 이런 현실에서 여성계가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을 찬성하는 것은 양성평등적인 관점에서 보육문제를 총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남윤 사무총장은 이제 교육이 공급자의 입장에서 수요자의 입장으로 가야 한다고 밝힌다. 즉 “공급자(민간 보육시설) 중심으로 보육정책을 추진할 경우 다양한 이해관계에 얽혀 보육철학과 비전을 일관되게 추진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모가 다양하게 선택할 폭을 넓혀야 한다”고 했다.

‘보살핌’ 노동에 대한 가치평가 할 때

양성평등적 관점서 보육정책 접근해야

보육업무가 여성부로 이관된다면 오히려 보육의 몫이 여성의 일로 인식될 우려가 있지 않을까. 물론 외형적으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보육업무는 양성평등 사회로 가기 위한 중요한 고리다. 여성이 사회진출을 하고 싶어도 가장 걸리는 것이 출산과 육아이며, 결혼 후 재취업을 하고 싶어도 결국 ‘아이 때문에’ 포기하거나, ‘아이가 있어서’ 요구되는 비정규직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연세대 사회학과 조한혜정 교수는 “출산파업이 진행 중이며 아이를 낳은 여성들도 심각한 불안과 혼란 상태에서 살아가고 있다”며 “아이를 거부하는 사회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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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가 주최한 보육관련 토론회에 참석한 김애량 여성부 여성정책실장이 토론자의 말을 경청하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한국보육교사회 이윤경 대표는 “한국보육교사회는 현재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에 대해 투표중에 있다”며 “이번 여성부 이관과 관련해 절차상의 문제가 많이 제기됐다. 우리 단체 역시 시간이 걸리더라도 전체 회원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한 후 이관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밝히겠다”고 했다.

출산과 육아에 대한 포괄적 가족서비스

이 대표 역시 “보육업무의 주무 부처가 어느 곳이 되는가도 중요하지만 현재 ‘보육의 사회화’가 어느 지점에 와 있느냐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 사회는 가족 구성의 변화, 노동시장의 변화가 급격히 이루어지고 있는 반면 우리의 사고는 그 변화를 따르지 못한다. 이 대표의 말대로 “더 이상 여성의 사회 참여가 아동의 권리를 뺏는다는 단순한 사고에서 벗어나 논의를 해보자”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교사로 있으면서 항상 고민하는 문제가 과연 어떤 아동을 키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라며 “이제 어느 대학 출신, 어느 정도의 학력 등 성과 중심의 교육보다는 말 그대로 전인적인 인간을 키우기 위해 과정에서 녹아나는 그런 교육을 보육에서부터 실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화여대 한국여성연구원 김정희 연구교수는 “보육철학 부분에 있어서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자연교육, 평화교육이 강조되는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이런 교육들이 진행되는 곳이 분명 있다. 예를 들어 공동육아나 생태유아교육이 있는데 현실에 존재하는 이런 교육기관에 대한 연구와 지원도 병행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는 보육업무를 얘기할 때 여성부 이관도 중요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보육의 질적인 부분까지 얘기가 돼야 양성평등적인 관점이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이렇듯 여성계에서 일고 있는 ‘보육정책의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는 이번 4월 29일 오후 2시 서울 YWCA 대강당에서 ‘보육발전을 위한 여성 대토론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발제 내용은 대안적 가족정책과 보육정책, 저출산 시대 보육정책 전환을 위한 제언 등이다.

여성계 뿐 아니라 각 이해단체들 사이에서도 보육업무에 관해 좀더 폭넓게 보자는 의견들이 많다.

지난 23일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주최로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보육발전을 위한 합리적 선택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이 토론회는 보육관련 여성부 이관 논란과 함께 보육을 바라보는 각 단체들의 관점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다.

가톨릭대 사회복지학 김종해 교수는 발제문에서 보육업무 여성부 이관에 대해 ▲정책결정 과정 상의 문제 ▲정부의 ‘정부조직’내지 ‘행정개혁’에 대한 어떤 비전이나 철학이 밑받침되지 않는 상태에서 소관 부서가 거론됐다는 문제 ▲보육업무의 여성부 이관이 현재 보육서비스가 안고 있는 문제의 해결에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들어 보육업무 이관에 대한 논의보다는 보육정책의 현황에 대한 분석과 이후 정책 방향에 대한 논의를 우선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육발전을 위한 정책 방향으로 ▲보육 서비스의 양적 보편성과 질적 향상을 담보할 수 있는 종합적 대책 수립 ▲보육정책은 출산과 육아와 관련된 포괄적인 정책의 일부로 수립 ▲아동중심적 관점 ▲보육서비스를 민간 중심의 시장방식에서 벗어나 공공성과 보편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수립할 것을 제안했다.

시민단체 논의 주무부처 이관에 머물러

김 교수는 발제를 마치며 “여성들의 사회참여가 여성들 스스로 내몰리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강요되고 있다”며 “반면 육아나 가사일은 여전히 여성의 몫으로 사회가 이중성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의 사회적 활동, 아동·가족의 변화를 담을 수 있는 가족친화적 정책 안에 보육정책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런 진취적인 발제 내용에도 불구하고 토론회에 참석한 여성계 인사는 “토론회의 한계라고 한다면 참석자 대부분이 보건복지부 소속 위원과 관련 당사자들이라는 점, 아직도 보육업무가 여성부냐 보건복지부냐만을 놓고 논의됐다는 점”을 지적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새천년민주당 국회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성순 의원은 “이관 문제는 보육의 질이 문제이기보다 정부 조직 내부의 문제”라며 “여성부가 할 일은 여성의 사회참여를 이끄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아직도 여성의 사회참여와 보육문제가 별개라는 입장을 주장해 빈축을 샀다.

또한 여성부 이관을 반대하는 토론자로 참여한 전국장애아보육시설 협의회 이계윤 회장은 “보육의 수요자는 어머니가 아닌 아동”이라며 “보육제도 자체 문제보다는 관리감독의 문제가 크므로 보육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 수를 늘리자”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여성부 김애량 여성정책실장은 “우리 사회가 진정한 양성평등 사회가 된다면 보육문제는 바로 해결될 수 있다”며 “여성부는 이미 보육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보육시설의 아동이 행복하려면 보육 종사자들이 즐거워야 하고, 그것은 결국 여성이 행복한 일”임을 말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보육발전을 위한 합리적 선택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처럼 보육문제를 단순히 부처 이관에 한정해, 참석자들 사이에 보육발전을 위한 생산적인 토론이 부족했다는 지적이다.

토론회 이후 방청객들의 질문에서 이런 내용이 나왔다. 바로 현장의 목소리인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복지, 복지 외치는데 과연 복지부가 보육을 복지로 충분히 이해하고는 있는지 의문이다. 민간 보육시설에서 아이들이 네 명이나 죽었지만 복지부는 파악조차 하고 있지 못하다. 이런 현실에서 복지부가 보육업무를 끝까지 고집할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다. 보육을 정말 제대로 한다면 여성부가 아닌 국방부라도 좋겠다.”

동김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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