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성감대를 그리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여성에게, 그리고 남성에게 가장 민감한 성감대란 어디일까? 개인차가 있겠지만 대체로 여성의 경우는 음핵(클리토리스)과 G-SPOT을 이야기하고 남성의 경우는 음경 중에서도 귀두 부분을 지적한다.

남성의 민감한 성감대는 아무래도 음경이며 그 중에 귀두 부분이 가장 예민한 성감을 가진 곳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애무를 해도 남성은 자신이 가장 민감한 부분인 성기를 중심으로 애무하고자 한다. 무엇보다 자신이 그곳을 애무함으로 가장 큰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다. 남성의 자위행위도 음경의 피스톤운동을 통해 쾌감을 얻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여성은 그렇지 않다. 처음부터 성기를 자극하면 쾌감보다는 오히려 불쾌감을 느끼게 된다. 여성의 성감을 고조시키려면 아무래도 몸의 먼 쪽부터 안쪽으로 천천히 애무를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그래서 자위행위를 할 때도 자신의 젖가슴을 만지기도 하고 온몸에 분포된 성감대를 쓰다듬기도 하며, 성적 환타지를 통해 오르가슴을 추구한다.

음핵, 즉 클리토리스는 라틴어로 ‘숨어 있다’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 말대로 클리토리스는 오르가슴같은 감각의 절정을 느끼면 표피 속으로 숨어버린다고 한다. 그리고 극대한 감각이 좀 가라앉으면 다시 밖으로 나온다. 이 음핵은 오로지 성감을 느끼는 기능밖에는 가지고 있지 않은 성기관으로 남성과 여성을 통틀어 여성만 가지고 있다. 그래서 성에 있어서는 남성보다 여성이 더 축복 받은 존재라고 하나보다.

대개의 여성은 이 음핵의 자극만으로도 오르가슴을 느끼곤 한다. 그래서 여성의 자위도 대체로 음핵을 자극하는 것으로 극치감을 느끼며, 섹스 중에 남성이 음핵을 적절하게 자극함으로서 쾌감을 느끼게 되면 음핵 자극만으로도 오르가슴까지 가기도 하고 삽입 후 짧은 시간 안에 오르가슴을 느끼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게 충분히 오르가슴에 대한 준비가 된 여성은 멀티오르가슴의 경지에까지 이르기도 한다.

G-SPOT은 독일의 그뢰펜베르그라는 산부인과 의사가 발견한 곳으로 여성의 질 내에 있다는 성감대로서 그레펜뵈르그 박사의 첫이름자를 따 명명됐다. 그뢰펜베르그 박사가 ‘G-SPOT이 여성 질 내의 강렬한 성감을 일으키는 부분으로 그곳을 자극하면 일종의 사정반응이 일어난다’고 보고한 이후로 완두콩 만한 크기로 질 입구 3∼4cm 안쪽 상부에 있다는 G-SPOT을 찾아 확실한 성감대를 확인하려는 남성들의 노력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한편으론 G-SPOT의 존재 유무가 논란에 붙여지곤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 뉴욕대학의 하인즈 박사는 ‘G-SPOT이란 없으며. 찾으려 애쓰는 시간에 파트너를 한번 더 쓰다듬고 애무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그의 주장은 G-SPOT은 생물학적, 해부학적으로 증명된 적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지난번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아시아성학회에서도 여성의 민감한 성감대로서 G-SPOT외에 A-SPOT, P-SPOT 등 학자들이 자신들의 이름을 따 붙인 여러 부분의 성감대가 발표됐다. 그런 것을 보면 최소한 G-SPOT은 없다고 해도 여성의 질 내에 분명 아주 민감한 부분이 있기는 한 것 같다. 또 주변의 여성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음핵을 통한 오르가슴보다 더 강력한 오르가슴이 삽입섹스에서 느껴진다고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그곳을 찾으라고 남성들을 부추길 마음이 나는 전혀 없다.

왜냐하면 뭐니뭐니해도 여성과 남성을 통틀어 가장 민감한 성감대는 바로 한군데, 동일한 곳이라 생각되기 때문이다. 그곳은 바로 뇌이다. 즉 사랑하고 있다는 마음을 느끼는 순간의 터치만큼(그 부분이 어느 부분이라 하더라도) 강렬한 성감을 자극하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몸의 민감한 성감대는 분명히 있고, 또 그 성감대를 온몸에 걸쳐 개발할 수도 있으며 그것이 비록 황홀한 일이긴 해도 무엇보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그 마음이 담긴 섹스를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극치의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전제조건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배정원/ 인터넷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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