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찮게 성평등 교육 왜 하나”… 경찰서장 등 승진 예정자들 무단이탈·방해 논란
“귀찮게 성평등 교육 왜 하나”… 경찰서장 등 승진 예정자들 무단이탈·방해 논란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9.06.03 09:44
  • 수정 2019-06-03 10: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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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승진 예정자 70여명 의무교육 현장서
참석자 중 10여명 “졸리다”며 우르르 자리 비우고
“토론 수업 귀찮으니 빨리 끝내라”며 불평 쏟아내
강사가 여성 대상 범죄의 대응 중요성 강조하자,
“여성 대상 범죄 증가의 근거 대라” 이의 제기
권수현 박사 “이들을 승진시켜선 안된다” 주장
여성의 경찰직 진출을 막았던 성차별적 성별 분리 모집 관행이 폐지된다. 최근 3년간 여성 경찰 채용 경쟁률은 남성 경찰보다 평균 2.7배 더 높지만, 경찰 조직 내 여성 비율은 10.8%(9월 기준)에 불과하다. ⓒ여성신문 DB
여성의 경찰직 진출을 막았던 성차별적 성별 분리 모집 관행이 폐지된다. 최근 3년간 여성 경찰 채용 경쟁률은 남성 경찰보다 평균 2.7배 더 높지만, 경찰 조직 내 여성 비율은 10.8%(9월 기준)에 불과하다. ⓒ여성신문 DB

 

경찰 총경과 공공기관 임원 승진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성평등 교육에서 교육생들이 강의실을 무단이탈하고 노골적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등 교육을 거부하거나 방해해 결국 중단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정부가 추진하는 성평등 정책을 정면으로 부정한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5월 29일 실시한 경찰대학에서 열린 성평등 교육은 ‘치안정책과정’의 일환으로 7월부터 기관장 혹은 임원으로 활동할 총경(경찰서장급) 51명, 일반 부처 및 공공기관 임원 14명 등 총 71명이 교육대상이었으며, 당시 실제 참석자는 70명이 채 되지 않았고 이중 1명을 제외하고 전원이 남성이었다.

이날 강사로 나선 여성학자 권수현 박사는 2일 여성신문과의 통화에서 교육생들의 불성실한 태도로 인해 강의시간을 채우지도 못하고 서둘러 마쳤다고 밝혔다. 교육은 오후 1시부터 4시 30분까지 조별 토론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권씨는 앞서 2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시 수업 분위기를 전하며 “교육생들은 처음부터 이 강의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교육과정 실무 담당자가 마이크를 잡고 강의 시작을 알렸으나, 잡담은 중단되지 않았고, 당혹스러운 표정의 담당자가 몇 차례 강의 시작을 알리고 강사를 소개한 후에야 소음이 잦아들었다고 했다.

수업이 시작되는 듯 했지만, 한 교육생은 “‘피곤한데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그냥 강의하고 일찍 끝내라’고 큰 소리로 말했다”고 권 박사는 전했다.

권 박사가 토론 방법과 시간을 설명하고 조별 토론 시작을 알으나나 조별 토론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조별 토론 시작을 알리는 순간, 15명 이상의 사람들이 자리를 비웠기 때문이다. 이들은 “귀찮게 이런 거 왜 하냐”며 불평하거, “졸리다”, “자, 커피나 마셔볼까”라면서 우르르 자리를 이탈했다고 권 박사는 지적했다.

권 박사는 교육생들에게 “‘강의 현장에서 숱한 일을 골고루 겪어 봤지만, 조별 토론 시간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밖으로 빠져나간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하면서 문제를 지적했으나 아랑곳하지 않았다.

문제는 태도뿐만이 아니었다. 교육 내용에 대해서도 관심이 없거나 문제를 삼는 등 강사의 전문성을 부정하기도 했다. 권 박사는 성평등 교육을 수년간 해왔고, 이번 강의를 위해 경찰 조직 문화와 관련해 지난해 공동연구를 수행하면서 성인지 관점에서 경찰 조직을 분석한 전문가다.

권 박사가 경찰 조직의 여성 비율이 11.1%라고 하자 “한 교육생이 ‘우리 조직은 여성 비율이 50%다. 내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어야 하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 교육생은 교육을 시작할 때 ‘귀찮게 토론시키지 말고 빨리 끝내라’고 말했던 사람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기관장 승진예정자”라고 밝혔다.

또 교육생들은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고 있다는 근거가 무엇이냐’, ‘통계 출처를 대라’, ‘여성 대상 범죄가 증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식으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교육을 돕던 실무 담당자는 교육생들의 태도에 주의를 주지 않았다. 권씨는 “위계질서가 강한 조직에서 교육생들의 직급이 가장 높은데 담당자가 이들을 어떻게 말릴 수 있겠나”이라고 말했다.

또 권씨는 “그날 교육 현장을 지켜본 조교는 교육생들이 ‘마치 유치원생 같았다’고 표현했다”고 전했다.

특히 “이런 사람들이 기관장, 경찰서장으로 앉아있는 조직에서 성평등 행정이 제대로 작동할 수 없다. 이 사람들을 이대로 기관장, 임원, 총경으로 승진시켜서는 안 된다. 이들은 관리자가 반드시 이수해야 할 성 평등 역량 향상 과정을 제대로 이수하지 않았다. 이들이 ‘성평등 교육’ 이수 확인증을 요구한다면, 나는 거부할 것”이라고 권씨는 강조했다. 또 민갑룡 경찰청장 포함 지휘부 전원이 참석하도록 예정된 6월 25일 ‘성 평등 감수성 향상 교육’에서 이 일을 언급하고 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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