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이혼신고 증인제도 폐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관련 호적법 폐지 후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협의이혼시 증인제도를 없애는 대신 취지를 살려 ‘부부간 합의과정기간’ 등을 거쳐 양육비 분할 등 평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자치부는 지난해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행정제도 개선과제 1511건을 접수한 결과, 경기도 성남시 등 여러 지자체들이 혼인·이혼신고 때 증인제도가 유명무실하다고 지적했다고 밝혔다. 현행 호적법 제32조와 시행규칙 제28조에 따르면 혼인신고 때는 혼인신고서를 작성하고 증인 2명의 도장을 받아 아내의 호적초본이나 등본을 첨부해 남편의 본적지 또는 주소지에 제출해야 한다. 이때 증인란에는 주로 부부의 친구나 친지 등의 신원을 적고 도장을 첨부하고 있으나 동사무소 등 일선 행정기관에서는 민원 담당 직원이 증인의 진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심사권을 갖고 있지 않아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하다.

또한 협의이혼시에도 증인 2명을 세워야 하지만 주민등록번호와 서명만 있으면 확인절차가 없어 실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가정법률상담소 곽배희 소장은 “독일에서는 협의이혼 접수 후 6개월 동안 부부가 양육비, 재산분할 등 합의할 수 있는 시간을 갖도록 하고 있다”며 “문서상 증인이 아니라 법원에서 이혼 후 일어날 수 있는 분쟁을 막고 평등한 분배가 이뤄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제도적 장치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모씨(38·경기도 부천)는 “이혼하는 과정에 가족이나 친구들의 주민번호를 물어봐서 동의를 얻어내야 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판사 등으로부터 법적 보호받을 수 있고 사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처리하기까지 지속적인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법원 행정관리담당 김학구 사무관은 “‘혼인신고·협의이혼시 증인 2명의 서명 및 날인제도 폐지’에 대한 문제는 몇 년 전부터 제기된 문제”라며 “증인제도와 함께 협의이혼 확인 받고 나면 신고서 2부를 첨부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번거로움도 많이 지적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은 지난 3월 행자부의 제안서류를 받아 검토중이며 오는 5월 ‘제안심사위원회’에서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김 사무관은 “채택 여부는 6월쯤 결정되겠지만 관련 예규, 규칙 등을 보충하는 작업을 해야 할 것”이라며 “신고서 첨부를 대신해 확인신청서에 별도의 란을 마련, 복잡한 문서를 간소화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경희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엄규숙 교수는 “법 규정 폐지 등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여성에게 적용되는 보호장치가 절실”하다며 “법원이 합리적인 이혼 과정을 감시하고 양육권에 관련된 사항에서 불리하지 않게 조절할 수 있는 사회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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