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의료시술 시작되는데
의료인 교육·가이드라인 논의 없어
유산유도약 도입 논의 필요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4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여성들. / 뉴시스·여성신문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은 지난 4월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낙태죄 폐지를 촉구하는 여성들. / 뉴시스·여성신문

 

2021년부터 의료적인 임신중지가 법적으로 가능해지지만, 보건의료시스템 구축에 정부가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국회 정상화가 늦어지면서 입법부의 관심도 저조한 상황이다. 법 개정 시점이 임박해서 논의가 시작되면 보건의료 현장에서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의료계와 여성정책 전문가 등 복수의 관계자들은 보건복지부가 임신중단과 관련된 시스템과 제도 마련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제도와 입법을 통해 어떤 권리를 보장받을 것인가, 어디까지 요구할 것인가도 계속해서 논의해야 하지만, 동시에 한국의료시스템에서 배제돼있던 임신중단 관련 의료보건체계를 제도 속에 포함하기 위해서는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정책을 만들기 위한 절차과정을 ①서비스 상담 ②근거에 기반한 표준안과 가이드라인 ③서비스 제공자 교육과 시설 ④모니터링 ⑤재정으로 나누어 권고한다.

여성단체 등 민간이 주도하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토론회 등에서 제시된 검토 범위는 폭넓고 사안도 다양하다. 임신중단 약물 도입, 건강보험 적용, 의료진 교육, 의료기관이 부족한 지역에서의 접근성 문제, 의료진의 인식 향상 위한 노력, 비밀보장 등 프로토콜 마련, 성교육 재정비 등이 거론된다. 건강보험 적용도 임신중절시술 뿐만 아니라 미프진 등 유산유도약까지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법 개정이라는 결과물만이 아니라 안전한 낙태가 가능하려면 보건의료 시스템 보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 국립건강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웹사이트의 낙태와 피임 정보 페이지
영국 국립건강서비스(National Health Service) 웹사이트의 낙태와 피임 정보 페이지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김정혜 부연구위원은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고 법 개정 시한까지 정해진 상황에서 더 이상 미뤄선 안 된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정형준 사무처장은 “의료교육, 수련의 제도에 임신중절을 반영해야 한다. 보건의료 관계자들과 제약업계 관계자들도 공청회를 열어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했다. 또 “임신중단 약물 도입도 법이 개정된 이후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신청해서 허가를 기다리게 되면 늦어진다. 방법을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성과재생산포럼에서 활동하는 최예훈 산부인과 전문의는 “보건의료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도 우리가 보장받아야 하는 권리가 무엇인지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 구체적인 권리의 모습이 구현된 것이 임신중지를 포함한 성과 재생산 건강 권리에 대한 표준안/가이드라인과 시스템이며, 이는 의료인이 약물 사용이나 수술하는 법을 넘어설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보건복지부나 산부인과의사회에게만 맡겨둘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고민과 함께 차별금지, 비범죄화, 사생활 보호와 같은 원칙이 지켜지기 위한 입법과 정책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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