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유망직종으로 자리잡은 부동산중개업

‘정직·신뢰·친절’. 부동산 중개업의 이미지가 변하고 있다. 예전에는 부동산 중개업자라고 하면 뭔가 속이는 듯하며 투명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십상이었다. ‘사기꾼’이라는 오명을 더러 얻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정직함을 발휘하는 여성 중개업자들이 늘면서 부동산 중개업자는 믿을 수 있는 ‘전문직업인’으로 자리잡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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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특유의 꼼꼼함과 정직함으로 부동산 중개업에서 성공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은 P&R 컨설팅 모현숙 대표가 고객과 상담하는 모습. <사진·민원기 기자>

“여성이 하면 적어도 속이지는 않겠지 하는 믿음이 있는 거 같아요. 고객 입장에서 아무래도 여성에 대한 신용이 높다고 할 수 있죠.” 제 1회 공인중개사자격시험에 합격하고 16년 이상 부동산 중개업을 하고 있는 초록공인중개사사무소 김동옥 사장이 말하는 여성이 갖는 강점. “여자분이라서 참 좋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요. 정직하고 친절하다고. 동행할 때도 안정감이 있구요.” 13년 동안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샘물공인중개사 이경숙 사장도 마찬가지다. “손님들은 사무실 안에 여자가 있으면 들어오고, 남자가 양복입고 앉아 있으면 들어오는 걸 꺼리는 때도 있어요. 그만큼 부동산 상담자로 여성을 선호한다는 걸 알 수 있죠.” 삼성공인중개사무소 박한숙 사장은 ‘여성’이라서 중개업을 하기가 더 수월하기만 하다. 고객들이 인정해주니까.

많은 여성 중개업자들은 이 업종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하나 같이 ‘신뢰’를 꼽는다. “중개를 의뢰하러 온 손님이 바로 내 가족이나 친지라고 생각해야 해요. 정직해야 하죠. 그분들의 재산을 관리하는 일이니까요.” 대한공인중개사협회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상록공인중개사무소 윤경자 대표는 그런 면에서 부동산 중개업은 봉사 정신이 바탕이 되는 서비스 컨설팅이라고 강조한다. 항상 고객 입장에서 솔직하게 대응하다보면 신뢰는 저절로 쌓게 된다는 게 많은 여성 중개업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 번 쌓인 신뢰는 새로운 고객들을 끌어들이는데도 가장 좋은 마케팅이며 그렇게 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은 반드시 계약을 체결한다고. 여성들의 ‘꼼꼼함’도 큰 힘. 건물 인테리어 등을 보는 안목이 남성보다 세심하기 때문에 고객의 심리를 잘 읽을 수 있다.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이순영 홍보담당은 “업무 계약·귄리 분석 등에서 여성의 꼼꼼함이 잘 발휘된다”고 설명했다.

여성 중개업자들이 처음부터 고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1990년 중반까지만 해도 여성 중개업자들은 ‘홍일점’으로 불릴 만큼 수가 적었다.

“한 번은 빌라 계약을 해주면서 물건을 파는 사람이 가격을 조금 비싸게 부르길래 가격 조정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처음에 이야기했던 수수료의 절반만 쥐어주더군요. 무척 억울했어요. 중개업자가 남자였다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했을 거예요.” 김동옥 사장의 쓰라린 경험. “계약 규모가 큰 물건은 주로 남자에게 돌아갔죠. 전통적인 사고방식이 작용했기 때문이에요. 여성에게 큰 일을 맡길 수 없다는…” 1990년 초에 부동산 일을 시작한 P&R 컨설팅 모현숙 대표도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했던 어려움을 토로했다.

능력만큼 벌 수 있어 ‘인기’

그러나 이런 어려움에도 1985년에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시작되면서 공인중개사로 부동산 시장에 발을 들여놓는 여성 수는 매년 늘어나기만 했다. 대한공인중개사협회에 따르면 올 4월 기준으로 현재 개업중인 전체 공인중개사 4만2천여 명 중 여성은 1만여 명으로 전체의 25%를 차지하며, 제 13회 공인중개사자격시험 최종 합격자 1만8700여명 가운데 여성은 8400여명으로 45%에 달한다. 이렇게 여성들이 부동산 중개업에 몰리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능력만큼 돈을 벌 수 있어요. 남자하고 동등하게 인정받는 게 좋죠.” 박한숙 대표는 이 일이 좋은 첫 번째 이유로 남녀차별이 거의 없다는 것을 들었다. 계약을 성사시켰을 때의 성취감도 만만치 않다. “a와 b를 연결해 계약이 이뤄질 때 드는 성취감이 대단해요. 밤늦게라도 전화가 오면 좋아서 뛰어나갈 정도였죠.” 모현숙 대표는 이 일에서 느끼는 재미와 보람이 너무 커 부동산 중개업을 그의 ‘천직’으로 찜 해버렸다.

돈도 꽤 만질 수 있다. 평균 월 200∼250만원 정도의 수입은 기본이며 연 1억 이상을 버는 사람도 많다. 공인중개사무소를 차린 지 4년째 된다는, 두 명의 직원과 함께 일하는 한 여성중개업자는 “최소 연봉이 1억이었고 그 이상 벌 때도 많다”고 밝힐 정도. 그렇다고 누구에게나 그런 액수가 손에 쥐어지지는 않는다. 신뢰를 바탕으로 철저한 고객관리와 마케팅의 삼박자를 맞추는 그들만의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한 번 거쳐간 고객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연하카드를 보내거나 지속적인 연락으로 고객과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기본. 정보화 시대에 걸맞은 인터넷 홍보, 아파트 게시판·엘리베이터 내부를 이용한 홍보 등 고객을 찾아가는 마케팅도 활발하다. 1년에 홍보비로 천만원 가까이 쓰고 있는 박한숙 대표는 “닥터아파트나 mk랜드 등의 회원사가 되면 돈이 든 만큼 홍보 효과를 얻을 수 있어요. 업체가 알려짐과 동시에 사람들에게 기본적인 신뢰를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취업을 원하는 여성들에게도 이 일은 안성맞춤. “재취업 여성들에게 괜찮은 일인 거 같아요. 여성들이 결혼 후에 구할 수 있는 일은 세일즈 이런 거 말고는 별로 없잖아요. 부동산 중개업은 나이나 성별 제한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히 아파트나 주택 같은 경우 여성들이 접근하기 쉽고 고객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여성이 진출하기에 좋은 분야라고 생각해요.” 결혼 후 우연한 기회에 이 일을 하게 됐다는 우성공인중개사무소 김명란 실장도 부동산 중개업으로 재취업에 성공했다.

이렇게 늘어나는 여성 중개업자들 덕에 주거지역에서 터줏대감이었던 남성들은 자의반 타의반으로 밀려나게 됐다. 지난 2001년 이후로 대한공인중개사협회와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에 ‘여성특별위원회’가 생긴 것도 여성 중개업자 수가 늘자 그들의 권익을 찾으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비롯된 일이다.

공부 통한 자극 받아야

매년 공인중개사 자격시험이 치러지면서 많은 숫자의 공인중개사들이 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울에서만 1년에 6천여 개의 공인중개사 사무소가 생김과 동시에 4천여 개의 사무실이 문을 닫고 있다. ‘여성’이라고 마냥 마음놓고 있을 상황은 아닌 것. 부동산 중개업을 한 단계 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특히 여성들은 아파트 등 주거지역 근처에 머무는 경우가 많기에 더 그렇다.

모현숙 대표가 운영하는 P&R컨설팅이 그 대표적인 예. P&R컨설팅은 골프장 부지·연습장 개발, 인허가, 시공, 회원권 분양 등 골프에 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하며 상가 분양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모 대표는 “일하면서 야간으로 부동산학과에 다녔어요. 많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그 과정에서 부동산의 새로운 분야에 눈을 뜨게 됐다”며 “현재 안정된 상황일지라도 공부를 통한 자극이 필요해요. 남이 안 하되 프리미엄이 있는 분야는 꼭 있기 마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특히 상가 분양처럼 좀 더 규모가 큰 쪽에 여성들이 적죠. 법인을 상대하려면 아파트 중개처럼 두세 명이 하기는 어렵기에 투자가 우선돼야 해요. 그러나 해볼 만하죠. 법인을 상대하면 주거 쪽보다는 규모가 큰 사업을 해볼 수 있어요”라고 조언했다. 시험 합격에 만족하지 말고 부동산학과를 들어가거나 건국대·연세대 등 각 대학에서 진행하는 부동산 관련 컨설팅 과정 등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둬야 한다는 얘기다. 박한숙 대표도 “매수할 때 취득세·등록세 등 법률적인 세무상담도 해야 하기에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거듭 강조했다.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 부동산 관련 사이트

전국부동산중개업협회 www.nareb.or.kr

대한공인중개사협회 www.kreba.or.kr

한국부동산정보통신 www.realmaster.net

부동산네트 www.boodongsan.net

부동산114 www.r114.co.kr

닥터아파트 www.drapt.com

부동산뱅크 www.neonet.co.kr

부동산서브 www.serv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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