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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개발원은 지난 17, 18일 개원 20주년을 기념해 ‘여성정책의 새로운 비전 : 평등, 발전, 평화’를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을 마련했다. 이날 ‘권한 신장 및 성주류화의 전환’이라는 주제로 발표한 캐롤린 하난 유엔여성지위향상국(UNDAW) 국장을 만났다.

- 권한 신장에 남성을 참여시켜야 한다고 했다. 방법이 있나.

“쉽지 않다. 하지만 우리가 말하는 여성의 권력은 남성의 그것과 같지 않다. 여성의 권력은 지배가 아닌 ‘할 수 있는 힘, 함께 하는 힘, 내부로부터의 힘’이다. 이에 대해 남성들과 함께 토론해야 한다. 스웨덴의 경우를 보면 젊은 남성들이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보기 위해 집에 있고 싶어한다. 또 남자 혼자 경제적 짐을 지기 싫어한다. 젊은 남자들의 의식개혁으로 변화의 가능성이 많다. 중요한 건 파트너십이다. 함께 이루어 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 우리나라에선 여성 사회참여가 늘면서 보육이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공보육은 여성들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 여성들의 사회 참여를 위해서는 공보육과 저렴한 민간보육이 필수적이다. 또다른 대안은 근무시간을 유연화해 여성들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 권한 신장에서 여성 관련 통계나 분석을 강조했는데...

“정치와 경제, 두 분야에서 중요하다. 우선 경제 분야에서 여성, 남성의 임금 등에 대한 통계가 아닌 여성의 경제발전에 대한 기여도 분석이 있어야 한다. 이러한 분석을 통해 경제발전 과정에서 공장에서 일한 여성들의 경제 기여도가 인정받아야 한다. 정치 분야의 경우 국회, 지역사회, 대학 등 중요한 결정이 이뤄지는 공적인 모든 공간에서 여성 지위에 대한 확실한 통계가 필요하다. 통계자료의 충격은 남성은 중요하고 여성은 주변적이라는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여성 스스로 더 큰 일을 할 수 있다는 자세가 요구된다.”

- 여성들의 의회 참여를 평가하는 새로운 지표를 강조했다.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의 통계는 숫자에 고정돼 있다. 정치에서 성주류화는 여성의 정치 진출, 의회내 영향력 행사, 여성지위 상승에 기여라는 단계적 과정으로 볼 수 있다. 의회 진출 여성의 숫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들이 중요한 정책 결정에 얼마나 목소리를 내느냐를 평가해야 한다.

- 한국 여성들이나 여성학자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

“예산에 대해 알아야 한다. 필리핀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예산 활동에 접근하고 참가하는 방법을 배운다. 미국에서도 여성들에게 예산화하는 법을 가르친다. 여성들 대부분은 예산의 경로를 모른다. 정책을 어떻게 예산화하는지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

김선희 기자sonagi@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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