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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4월에 치를 17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꼭 1년 남았다. 정치권이 여성 진출 확대를 꾀하고 있긴 하지만, 기득권을 내놓지 않으려는 남성들의 반발이 만만찮다. 많은 여성들이 ‘당당하게 맞서자’며 총선을 목표로 나선 이유도 여기 있다. 하지만 제약투성이 선거법, 남성위주 선거문화, 유권자들의 차별 의식 등 이들이 넘어야 할 산은 많다.

이에 본지는 지역에서 정력적인 활동을 펴며 주민들과 호흡하는 여성들을 발굴·소개한다.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는 말이 더 이상 오래된 경구가 아니듯, 여성들의 ‘정치적 성공’도 현실이 돼가고 있다. 새 정치를 일굴 ‘흙 속 진주’를 찾고 지원할 여성들은 언제든 본지의 문을 두드려도 좋다.

<편집자 주>

산부인과 의사인 박금자(50)씨는 직함이 많다. 국내 3대 산부인과 중 하나로 꼽힌다는 박금자산부인과 원장, 여성종합 상담기관인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대표, 서울시의사회 부회장 등 몫도 굵직하다. 얼마 전엔 ‘아동과 여성이 건강한 사회를 위한 전문가 100인클럽’이란 긴 이름의 조직을 꾸리기도 했다.

이 정도로도 여성들 사이에서 이름 높은 그가 최근 새 일을 벌였다. 영등포지역발전연구소(이하 연구소) 대표를 맡은 것. 여성·아동의료를 화두로 삼아 온 그가 화두의 실마리를 찾아 지역 전체로 눈을 돌린 셈이다. 교과서대로 하면 ‘변증법적 발전’이다.

“꿈꾸는 사람만이 역사를 바꾼다죠. 서민들이 믿고 찾을 병원을 만드는 게 청년시절 꿈이었습니다. 지금은 그 병원을 짓고 20년 넘게 살아온 영등포를 살기좋고 희망찬 곳으로 만들고 싶어요.” 21일 연구소 개소식에서 만난 박 대표는 뜻밖에 여유가 있었다.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을 손수 맞고, 여기저기 안내도 했다. 심지어 ‘실눈 뜨고’ 꼬투리를 찾던 선거관리위원회 직원들한테도 “문제 있냐”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하객으로 온 정대철 민주당 대표는 이런 그를 “특유의 섬세함과 탁월한 정치감각”을 지닌 덕으로 설명했다. 이상수 사무총장은 “믿음과 확신을 주는, 여성들의 폭발적 지지를 이끌어 낼 재목”으로 추켜세웠다.

박 대표가 정치권과 인연을 맺은 건 2000년 새천년민주당 당무위원을 맡은 때부터. 적잖은 굴곡이 있었지만, 지난해 10월 회원 5000명을 거느린 새정치여성연대 상임대표가 되어 여성 표를 휘어잡아 안팎에서 공을 인정받았다.

그의 정치철학은 쉽다. “목소리만 드높이는 정치가 아닌, 생활 속에서 직접 여성들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는 생활정치”를 펴는 게 그의 새 꿈이다. 하지만 연구소를 열면서 구체화시킨 작업들이 만만찮아 보인다. 첨단행정과 영세공업을 함께 지닌 영등포의 ‘두 얼굴’ 탓이다.

박 대표가 가장 앞세운 것은 의사답게 여성·청소년과 노인을 대상으로 한 무료 성교육·의료상담. 주민들조차 ‘지저분하고 살기 싫은 곳’으로 생각하는 영등포를 경쟁력을 갖춘 성장전략지역으로 개발하는 큰 포부도 함께 내놨다. 20년 영등포지기여서 가능한 일일 터.

박 대표는 84년 대림동에 병원 문을 열었을 때 ‘충격’을 받았단다. “많은 여성들이 간단한 질병마저도 한 시간 넘게 걸리는 강남까지 가는 거예요. 우리 병원에 대학병원 못지 않은 시설과 장비를 갖추자, 이렇게 마음먹었죠.”

이 덕에 병원은 금방 컸고, 입소문을 타 굴지의 산부인과로 자리 잡았다. 미혼모, 임신중절, 성폭력 등 여성문제에 관심이 커져 91년 최초의 성폭력상담소가 들어설 때 의료자문으로 참가하기도 했다. 2001년 만든 한국성폭력위기센터는 정부의 여성폭력 긴급의료지원센터 사업 모델이 돼,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의사보다 ‘성폭력전문가’로 통하는 이유다.

“여성들이 살기 좋은 곳, 문화가 숨쉬는 곳, 삶의 질이 높은 곳 하면 영등포를 떠올리도록 만들겠어요. 만인이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잖아요. 그 꿈을 함께 꾸자구요.” 박 대표의 사자후다.

▲53년 서울 ▲77년 연대 의대 졸업 ▲82년 연대 의대 산부인과 강사 ▲84년 박금자 산부인과 개원 ▲95년 한국성폭력상담소 대표이사 ▲96년 피임연구회 회장 ▲97년 대한의사협회 편집위원 ▲2000년 새천년민주당 당무위원 ▲2001년 한국성폭력위기센터 대표.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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