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단 50주년 기념토크쇼
박정자·손숙·윤석화
'위기의 여자, '딸에게 보내는 편지'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등
"여성의 권리와 위치 생각하게 돼"

배우 윤석화·박정자·손숙(사진 왼쪽부터)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극단 산울림 창단 5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극단 산울림, 50년의 역사와 현재-제2회 산울림의 무대를 빛낸 여배우들’에 출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배우 윤석화·박정자·손숙(사진 왼쪽부터)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극단 산울림 창단 5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극단 산울림, 50년의 역사와 현재-제2회 산울림의 무대를 빛낸 여배우들’에 출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연극은 혼자 하는 예술이 아니기 때문에 (여배우들과) 선의의 라이벌이죠. 세월이 흐를수록 친구를 넘어섭니다”(손숙) “우리는 전우라고 해요”(박정자) “박정자 선생님은 진짜 큰 언니 같았어요.”(윤석화)

어두운 소극장에 조명이 들어오고 배우 셋이 모습을 드러냈다. 박정자(77), 손숙(75), 윤석화(63) 세 배우가 걸어 들어오자 순간 연극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극단 산울림이 창단 50주년을 맞이해 연 토크 콘서트가 26일 서울시 마포구 와우산로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렸다. 세 배우는 각자의 연극 인생을 돌아보고 추억했다.

1985년 소극장 산울림이 문을 연 뒤 이곳에서 30년 넘게 산울림의 ‘여성 연극’을 이끌었다.

배우 윤석화·박정자·손숙(사진 왼쪽부터)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극단 산울림 창단 5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극단 산울림, 50년의 역사와 현재-제2회 산울림의 무대를 빛낸 여배우들’에 출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배우 윤석화·박정자·손숙(사진 왼쪽부터)이 26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 소극장 산울림에서 열린 극단 산울림 창단 50주년 기념 토크콘서트 ‘극단 산울림, 50년의 역사와 현재-제2회 산울림의 무대를 빛낸 여배우들’에 출연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986년 중년여성의 삶을 그린 연극 ‘위기의 여자’가 여성 연극의 시작이었다. 임영웅이 연출하고 박정자가 주인공 모니크를 연기한 ‘위기의 여자’는 당시 대중문화에서 파격적으로 중년여성의 삶과 욕망을 뚜렷이 그려내서 주목받았다. 130석 규모의 소극장에는 200명이 넘는 관객이 찾았고 공연은 7개월 동안 계속됐다.

박정자는 “‘위기의 여자’의 모니크가 44살이었다. 나도 그때 (실제로) 44살이었다”며 “원래 내 배역은 아니었다. 연출가였던 임영웅 선생님에게 가서 ‘박정자는 안 되냐’고 말했다”고 했다.

이후 산울림에서는 임영웅의 연출 아래 ‘엄마는 오십에 바다를 발견했다’, ‘담배피는 여자’, ‘딸에게 보내는 편지’ 등을 여성 문제, 가정 문제 등 여성 서사를 다루는 작품을 선보였다. 박정자, 손숙, 윤석화는 깊은 목소리와 표정, 울림 있는 연기로 대중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다. 2000년에는 ‘세자매’에서 세 배우가 함께 출연하기도 했다.

산울림 소극장은 개관 후 1999년까지 60회 정기 공연 중 여성연극이 26회에 이를 정도로 여성 연극에 공을 들였다.

배우 윤석화·박정자·손숙(사진 왼쪽부터)이 창단 50주년을 맞은 극단 산울림의 소극장 산울림 관객석을 둘러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배우 윤석화·박정자·손숙(사진 왼쪽부터)이 창단 50주년을 맞은 극단 산울림의 소극장 산울림 관객석을 둘러보며 과거를 회상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손숙은 “저는 특별히 여성 연극이라고 느끼지는 못했다”면서도 “작품을 하면서 여성의 권리나 위치에 대해 조금씩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목소리’(1989)에서 모노드라마(1인극)를 한 윤석화는 “저는 모노드라마를 꿈꾼 적도 없었는데 임영웅 선생님의 성원과 사랑에 힘입어서 하게 됐다”며 “선생님이 호랑이 같았지만 저와 작품에 대한 합이 정말 좋았다”고 회상했다.

한 관객이 연극을 그만두고 싶은 적이 없었냐고 질문하자 박정자가 먼저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했다. 연극이라는 건 내가 호흡하는 것이에요. 그 자체이기 때문에 그만두면 내 숨도 멎겠죠.”

손숙과 윤석화는 그만두고 싶었던 순간을 풀어냈다. 손숙은 “저는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티켓을 팔아야 하는 강박관념이 생기자 내가 너무 초라해지기도 했다. 박정자 형님이 저를 붙들어줬다”고 했다. 윤석화는 “늘 여러 가지가 외로웠다”고 했다.

연극은 언제나 열악한 환경에 놓여 있다. 세 배우 모두 산울림 소극장의 미래를 걱정하면서 관객들에게 응원을 부탁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극장이라고 생각해요. 관객들이 많이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열악하지만 배우로서 자라고 지금까지 온 곳이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잊지 못할 것입니다”(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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