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조봉한 이쿠얼키 대표
계산앱 ‘울프람 알파’,
어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줘
AI 시대, 생각하는 능력이
수학에서 가장 중요해
인공지능 프로그램도 개설할 계획

인공지능 접목 교육 플랫폼인 이쿠얼키의 조봉한 CEO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공지능 접목 교육 플랫폼인 이쿠얼키의 조봉한 CEO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1230을 5로 나눠보라고 하면 대부분 나눗셈식을 통해 계산하기 바쁘다. 하지만 인공지능(AI) 수학에서는 이를 먼저 10개씩 묶어 생각해볼 것을 권유한다. 우선 10으로 나누면 너무 쉽게 123이라는 결과를 얻으며, 10이 아닌 5로 나눠야 하기 때문에 ×2를 해 123×2=246 또는 123+123=246이라는 결과를 빠르게 얻을 수 있다.

“10이 태어난 배경에는 한 손에 다섯 손가락씩, 두 손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3~4학년, 덧셈으로 하면 심지어는 1~2학년도 이러한 문제를 풀 수 있어요.”

‘인공지능(AI) 세상을 살아갈 사람들의 수학’을 표방한 ‘깨봉수학’을 개발한 이쿠얼키(EQUALKEY;Equal Opportunity+Key to Success)의 조봉한 대표(54)는 수학의 원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공식만 달달 외우는 수학으로는 AI와 경쟁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는 서울대 계산통계학과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AI로 석사와 박사학위를 취득한 AI 전문가이다.

“미래에는 단순 공식으로 계산만 하는 수학은 AI가 다 해줄 거예요. 물리학자 스티븐 울프람이 만든 계산 앱인 ‘울프람 알파(Ulfram Alpha)’는 그 어떤 어려운 문제도 척척 풀어줘요.” 결국 AI 시대에는 수학 문제를 풀 때도 생각하는 능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보통 초등학교 2학년 때 아이들이 구구단을 달달 외우지만 그는 구구단을 외우지 말라고 시킨다. “3×5 하면 15하고 바로 외운 게 튀어나오잖아요. 이렇게 암기를 하면 생각하는 힘이 없어져요.”

깨봉수학의 주요 타깃은 초등학교 3~4학년으로 수학학원을 다니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공식을 잘 모르는 나이라고 봤기 때문이다.

“중학교 1학년 때 1년 정도면 고등학교 수학까지 전부 학습할 수 있어요. 그런데도 중학교 때 죽어라 수학 공부를 하고 고등학교 때 다시 공부하거든요. 수학올림피아드 대회를 나갈 때도 미리 훈련을 해요. 상상력을 발휘하면서 처음 본 문제를 풀었을 때 진짜 지식이라고 할 수 있는 데 매일 훈련한 것을 푸는 것은 이미 지식이 아니에요.”

그는 우리나라에서 초등학교 고학년 때부터 ‘수포자’가 나오는 현실도 수학을 너무 재미없게 공부해서라고 지적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은 결국 AI이며, 이를 준비하기 위해 수학이 그 기초가 될 것입니다. 때문에 우리는 수학을 즐겁게 학습해야 합니다.”

조 대표는 ‘제1회 세계 로봇경진대회’에서 축구하는 로봇으로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경진대회 수상으로 CNN에도 나오고, 소니에서 업무 제안이 오기도 했어요. 하지만 저는 산업용 소프트웨어를 하고 싶었기 때문에 기업에 입사를 했어요.”

그는 미국에서 필립스 멀티미디어 센터와 오라클을 거쳐 2001년부터 국내에서 국민은행 차세대시스템 팀장, 하나은행 정보전략본부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삼성화재 부사장 등을 거쳤다.

“하나은행 근무시절부터 주말마다 AI 수학을 개발했어요. 당시 초등학교 4학년이었던 제 딸에게 가르쳐 봤는데 비디오가 가장 효과적이더라구요.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한데 짧은 시간 내 이해하고 기억하기 위해서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한다는 결론을 얻었죠.”

조 대표가 직접 참여해 1000개 이상의 애니메이션 동영상으로 제작했다. 숫자 조합으로 만든 게임도 추가했다. 깨봉수학은 곱하기를 잘 풀면 인수분해로 넘어가고, 대학에서 배우는 테일러 공식까지도 연계해 알려준다.

또 AI가 직접 교육과정에 참여해 학생들이 어떤 문제의 유형에 약한 지 판단해 학생별 맞춤형 문제를 내준다.

“5학년 학생이 학원에서 본 수학 시험지를 들고 흥분해서 저에게 왔어요. 중학교 3학년 형들도 못 푼 중 3 수열 문제를 혼자서 풀었다구요. 이럴 때 가장 보람이 커요.” 그가 직접 수학을 공부시킨 딸은 현재 미국에서 중3에 재학 중인데 고3 수학을 듣고 있을 정도로 수학 실력이 뛰어나다.

깨봉수학은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며 지난해 11월26일 강좌를 선보인 이래 회원수가 6000명 정도에 달하고 있다. 수강생 중 30%가 어른이라는 점도 특이하다.

“장기적으로는 교육 프로젝트로 학생들이 AI를 직접 만들게 하는 인공지능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예요. 현재 450명 중 16명을 선발해 토요일에 2시간씩 인공지능 개념을 소개하는 캠프도 진행해요. 과학 수업도 개설할 계획이고, 수학과 관련이 큰 음악도 생각하고 있어요.” 내년에는 깨봉수학으로 싱가포르, 중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 진출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인공지능 접목 교육 플랫폼인 이쿠얼키의 조봉한 CEO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공지능 접목 교육 플랫폼인 이쿠얼키의 조봉한 CEO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AI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에 가깝게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가 한참 뒤져있는 점에 대해서도 그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우리나라의 AI 개발과정에서 알고리즘은 구글 걸 많이 쓰거든요. 이를 통해 개발한 AI는 결국 구글 기술, 애플 기술이라고 봐야 하거든요. 정부에서 AI 분야에 엄청나게 지원을 많이 해야 이 같은 한계를 극복할 수 있어요.”

IT 분야에 여성들이 많지 않았지만 AI 분야는 여성들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라는 분석들이 최근 잇따라 나오고 있는 데 이에 대한 그의 생각은 어떨까.

“AI는 여성, 남성 모두 잘 할 수 있어요. 남성은 논리적이고 여성은 감각적인 데 AI에서는 감각적이고 직관적인 것도 중요하거든요. 우리나라 IT 분야에는 여성이 너무 없는데 실리콘밸리에는 여성 인력이 많고 여성 임원도 많아요. 싱가포르만 보더라도 싱가포르텔레콤에 여성이 많고, 은행의 탑 포지션에도 여성이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남성에게 공평하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여성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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