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월경박람회 열려
다양한 전시·강연·체험·판매 행사
여성 신체에 관한 이해의 장이 돼

2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에서 열린 제2회 월경박람회에 대형 포궁(자궁) 작품이 전시되 있다.
2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에서 열린 제2회 월경박람회에 대형 포궁(자궁) 작품이 전시되 있다.

 

은밀하게 ‘그날’이라고 말해야 했던 월경에 관한 모든 것들이 날것 그대로 한 자리에 모였다. 

이지앤모어가 주최한 ‘제2회 월경박람회’가 25, 26일 성동구 갤러리아포레 서울라이티움에서 열렸다.

박람회는 △전시 프로그램 △강연 프로그램 △부스 판매로 구성됐다. 전시와 강연 뿐 아니라 부스에서 또한 월경과 여성의 신체, 월경용품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전시는 △연도별 월경용품의 변화 △월경주기에 따른 신체 변화 △여성의 건강권과 월경을 위해 노력한 여성단체들의 공적 △‘안녕, 월경컵’의 저자 정유미 작가의 작품 △세계 각국의 월경용품을 전시한 ‘지구별월경용품샵’ 이 마련됐다. 아울러 △월경과 건강권 △미레나 패널 토크쇼 △월경컵 수다회 총 3가지 강연이 진행됐다. 

박람회장 입구에 이경진 작가의 포궁(자궁)을 형상화한 설치 미술작품 ‘Womb Tree’가 전시됐다. 끈을 엮어 모양내는 마크라메 기법으로 제작한 작품에 ‘포궁은 때로는 여성을 아프게 하지만 건강지표이자 생명의 나무라는 점에서 우리 삶을 닮았다’는 기획의도가 덧붙여져 있었다. 

전시는 자연스럽게 벽을 따라 걸음으로써 여성의 신체와 월경에 관해 배우고 월경을 둘러싼 여성단체의 공적, 사회적 논란, 월경용품의 변화를 볼 수 있었다. 정유미 작가가 직접 관찰하고 기록해 그린 자신의 자궁경부를 찍는 법, 월경혈의 양, 생리컵을 삽입하는 법 등의 만화 작품 앞에 사람들이 몰렸다.

성교육 업체 유니콘(YOUNiiCON)은 체험 행사로 생리대 분해 실험을 했다. 생리대 표면에 식용색소를 뿌리고 단면을 잘라 고분자 흡수체(SAP, Super Absorbent Polymer) 알갱이가 색소와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이다. 고분자 흡수체는 많은 생리대에 사용되는 합성화학물질로 수백 배에서 수천 배 수분을 흡수할 수 있어 흔히 생리대와 기저귀, 제습제에 쓰이지만 인체에 유해한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 

박람회장에는 월경을 실제로 하는 여성 뿐 아니라 남성들 또한 곳곳에서 보였다. 연인을 따라온 남성 김택광씨는 월경 전시 프로그램들이 굉장히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 성교육에서는 전혀 배울 수 없는 부분들이었다. 여자친구도 있고 여동생도 있고 어머니도 있는데, 내가 이렇게나 몰랐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 이런 기회가 많아지면 남성들에게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2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에서 열린 제2회 월경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다양한 생리대를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5일 서울 성동구 서울숲 갤러리아포레 더 서울라이티움에서 열린 제2회 월경박람회에서 관람객들이 전시된 다양한 생리대를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연 프로그램인 미레나 패널 토크쇼에는 특히 많은 사람이 모였다. 패널로 박슬기 산부인과 전문의와 조소담 닷페이스 대표가 나섰다. 미레나는 피임기구 중 하나로 시술 시 월경이 중단되는 효과가 있다. 박슬기 전문의는 “(미레나 시술시)정확한 통계치는 없으나 임상경험으로 무월경에 이르는 여성은 10명 중 3~4명 정도이며, 30% 가까운 여성들은 몇 달씩 지속하는 부정출혈이라는 부작용을 겪기도 한다”며 “미레나 시술은 무서운 것도 아니지만 만능도 아니므로 스스로 필요한 선택지인지 잘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판매 부스에는 유기농 생리대, 면생리대, 생리컵, 생리팬티 등 월경용품을 판매하는 기업 외에도 여성청결제, 성인용품, 건강기능성식품, 속옷 등을 판매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참가했다. 대다수 참가 기업들은 이미 시장에 자리 잡은 브랜드가 아닌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스타트업 기업들로, 대안 월경용품과 여성용품을 개발하고 제조하는 기업들이었다. 

많은 판매부스가 샘플을 나눠주고 현장에서 직접 월경용품을 만져볼 수 있게 했다. 또 월경용품의 올바른 사용법과 여성 신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 방문객의 이해를 도왔다. 특히 오프라인 판매점이 거의 없는 생리컵 판매 부스에는 수많은 인파가 몰려 생리컵에 대한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페미싸이클 부스의 판매직원 이경미씨는 “처음 생리컵을 접해 삽입하는 방법을 묻는 사람들부터 이미 생리컵을 사용하고 있어 깊이 있는 정보를 원하는 사람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부스에 방문했다”고 말했다.  

박람회에서 생리컵을 실제로 처음 봤다는 이지영씨는 여러 브랜드의 생리컵을 직접 만져보고 각 부스 판매원들의 설명을 듣고서 고민 끝에 생리컵을 구입했다. 그는 “생각보다 탄탄하고 커 보여서 좀 놀랐다. 인터넷으로만 볼 때는 여러 제품을 봐도 감이 안 왔는데 실제로 만져보고 하니까 구입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는 “월경 관련한 전문 행사가 처음이라 1회 때는 잘 될 수 있을까 주최측도 의문이 있었지만 호응이 좋았다. 이를 토대로 올해는 박람회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월경에 관한 전문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에 치중하며 전시 프로그램에 공을 들였다”라며 “이번 박람회를 통해 월경용품에 관한 소비자들의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내년에는 어떻게 꾸려야 할지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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