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진복을 입은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 노동자들
방진복을 입은 반도체 공장 생산라인 노동자들

 

반도체 여성 노동자가 백혈병과 비(非)호지킨림프종(악성림프종) 등 혈액암 발생·사망 위험이 현저히 높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동안 삼성전자를 비롯해 관련업계가 “반도체 노동자들의 암 발병률이 일반인보다 높지 않다”고 주장해 온 내용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결과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은 22일 이런 내용의 ‘반도체 제조공정 근로자에 대한 건강실태 역학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이 2009년부터 10년 동안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반도체 여성 노동자 전체 평균은 일반 노동자 대비 백혈병 발생 위험이 1.55배 높았고, 악성림프종 발생 위험은 1.92배 높았다.

그중에서도 반도체 회사에서 일하는 여성 노동자 중 반도체 칩과 유해화학물질을 직접 다루는 오퍼레이터의 경우 암 발생 위험도가 더욱 높다. 백혈병에 걸릴 위험성은 전체 노동자의 1.59배, 사망할 위험성은 2.8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악성림프종으로 사망할 위험은 일반 국민 대비 2.52배, 전체 노동자 대비 3.68배나 됐다. 삼성전자 기흥공장에서 오퍼레이터로 일하던 황유미씨도 2007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숨졌다.

특히 암 발병률이 낮은 20대 초반의 연령대라는 점도 특징이다. 클린룸으로 불리는 생산라인은 외부와 차단된 공간이며, 노동자들은 방진복을 입고 일한다. 공단 측은 “혈액암 발생 원인을 알 수는 없었다”면서도 “여러 사항을 종합할 때 반도체 사업장의 작업환경이 발병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은 된다”이라고 밝혔다.

공단은 황유미씨의 사망으로 반도체 노동자의 급성백혈병이 이슈가 되자 2009년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6곳의 전현직 노동자 약 20만명의 병력을 약 17년간 추적 조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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