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언/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간사

호주제 폐지 후 대안으로 가족부를 반대하는 이유는 가족부는 부부와 미혼인 자녀를 기본으로 편제하기 때문입니다. (필자는 더이상 호주제 폐지 여부를 걱정하지 않습니다. 호주제는 반드시 폐지됩니다.) 지겹도록 얘기했습니다. 헌법에 명시된 마땅히 지켜져야 할 개인의 존엄을 생각한다면 가족부는 절대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말입니다. 부부와 미혼인 자녀로 구성되지 않은 가족은 차별받기 때문입니다.

좀더 피부에 와 닿는 얘기를 해볼까요? 사회복지차원에서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흔히 말하는 ‘혈연관계’가 없는 장애인들이 같이 모여서 살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공공임대아파트에 입주하는 것인데, 이런 경우는 단일 세대로 구성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공공 임대 아파트 입주 자격이 주어지지 않고 있습니다.(참고: 박영희 ‘장애여성으로 산다는 것’, <당대비평> 15호, 2001년 여름)

만일 세금이나 사회복지를 위해서 가족관계를 증명해야한다면 혈연관계가 아니라 당사자들이 현재 누구와 함께 생계와 주거를 공유하고 있는지 증명하고 그 세금문제나 복지문제는 이 기준(혈연 가족중심이 아니라)에 맞춰져서 실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되어야만 다양한 가족이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혹자는 이런 사례 제시에 불만을 토로합니다. 그런 것은 매우 예외적인 사항이다. 보통 가족들(부부중심의 가족)이 아무 문제없이(문제를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데 무엇이 문제냐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합니다. “호주제 폐지론자들은 지금 가족을 해체하려 하고 있다.”

필자는 이렇게 답변하겠습니다. “당신들이 말하는 가족은, 당신들이 인정하겠다는 그 가족은 다른 누군가가(당신들이 인정하는 가족이란 기준에 부합되지 않은 사람들)마땅히 누려야 할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고 있다. 이렇게 다른 누군가를 상처주고 소외시키는 법과 제도의 중심에 당신들이 인정하는 그 가족이 있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면서 까지 지켜야만 하는 가족이라면 과연 무슨 의미가 있는가? 당신들이 정상이라고 여기는 그 가족만이 가족이라면 그 가족은 해체되어야 한다. 가족의 형태는 삶의 한 과정에서 다양한 형태로 선택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선택으로 인해 법적으로 공적으로 피해를 입어서는 안된다. 그것이 법앞의 평등이다. 당신이 정의하는 가족이 존중받아야 하듯이 당신이 미처 (가족이라고)생각하지 못한 형태도 존중받아야 한다”라고.

필자가 원하는 ‘대∼한민국’은 가족이 있는 사람이건 없는 사람이건 흔히 다수의 시선으로 말하는 결손 가정이건 정상가정이건 가족과 상관없이 한 사람의 개인 자격으로 존엄이 존중받고 보장되어지는 나라입니다. 일인일적제만이 그 대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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