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만 대상화, 전문성 인정 안 해

“여경 11%에서 15% 확대 정책에
남성 일자리 뺏겼다 반발하는 것”

“여경 일하게 근무환경 갖춰야”

13일 오후 10시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여성 경찰관이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사진 =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13일 오후 10시께 서울 구로구 구로동의 한 술집 앞에서 여성 경찰관이 난동을 부리던 취객을 제압하고 있다. (사진 = 서울 구로경찰서 제공)

 

여성 경찰이 어떻게 주취자를 제압했는지를 놓고 일어난 일명 ‘대림동 여경’ 논란은 여성혐오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번 사안은 지난 15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림동 경찰관 폭행사건’이라는 제목의 14초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면서 시작됐다. 영상 속에는 2인1조의 남녀 경찰관이 취객 2명과 대치한다. 한 취객이 욕설을 하면서 남성 경찰의 뺨을 때리자 남성 경찰이 제압을 하면서 몸을 굽힌다. 이때 다른 취객이 여성 경찰을 밀치고 들어와 남자 경찰을 쓰러뜨린다.

영상이 확산되면서 ‘여경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 ‘대응이 미숙하다’는 논란이 일자 경찰은 이틀 후인 17일 여경이 피의자를 제압했다는 취지로 1분 59초 분량의 원본 영상을 공개했다. 화면없이 음성만 녹음된 부분에는 여성 경찰이 제압을 하면서 시민을 향해 “남자분 한분 와주세요”고 말하면서 수갑을 채우려 하고, “수갑 채우세요”라는 목소리가 이어진다. 여경은 취객을 무릎으로 제압하면서 현장 지원을 나온 교통경찰과 함께 수갑을 채웠으나 영상으로는 확인할 수가 없어 시민이 채웠다는 가짜뉴스가 확산되면서 여경 전체를 비하하는 등 ‘여경 무용론’까지 나왔다.

이 밑바탕에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상화하거나 일반화하면서 비난하고, 여성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여성혐오 시각이 깔려있다는 지적이다. 여성혐오 지점은 여러 가지다. 현장에서 수갑을 채운 사람이 시민이라는 소문이나, 주취자들의 연령이 40·50대임에도 노인을 제압하지 못했다는 식의 잘못된 정보가 퍼지면서 불붙은 비난 여론에 기름을 끼얹었다. 여경을 비하하려는 의도가 담겨있다고 짐작 가능하다.

해당 여경의 대처능력에 부족함이 없다는 의견도 잇따라 제기됐다. 수갑을 채웠던 교통경찰이나 경찰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남자 경찰관이나 무술 유단자라 하더라도 취객을 혼자서 제압하기 대단히 어렵다며 영상만 놓고 해당 경찰관에 대한 자격 유무나 여성 경찰관 전체로 논의를 확대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여경이 시민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을 두고 매뉴얼을 어긴 것이라는 비난에 대해 구로경찰서장, 서울지방경찰청장, 경찰청장까지 반박하면서 적절하게 대응했다고 평가했다. 두 경찰은 일부 네티즌을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고소를 했다.

여성 경찰들도 우려를 나타냈다. 여성경찰 15명으로 구성된 ‘경찰젠더연구회’는 21일 “경찰관에게 거리낌없이 욕설을 하고, 뺨을 때리고, 몸을 밀쳐 공무집행을 방해한 범죄”이며 “대한민국에 만연한 공권력 경시풍조에 대한 경종이 되어야 한다. 여성경찰에 대한 혐오의 확산으로 오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번 논란이 여성혐오 문제만이 아니라 여성 경찰 채용 확대 계획에 대한 반발이라는 분석과, 이번 논의를 여성 경찰의 지위를 확보해나가는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국여성학회장인 신경아 한림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이번 사건이 드러낸 여성혐오 속에는 ‘남성 일자리’를 여성에게 빼앗기지 않겠다는 반발 현상이 강하게 작용했다고 봤다.

신 교수는 “경찰이 여경 채용을 현재 11%에서 2022년 15%까지 확대하기로 했고, 남성의 강력한 반발이 일어난 것”이라면서 “남성의 일자리로 성역화돼있던 곳인 만큼 여성이 할 수 없는 일자리라는 보수적인 성역할 이데올로기에 기반해 가짜뉴스를 퍼뜨렸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여성 경찰을 분리모집해 11%로 제한하지 않고 실력대로 채용해왔다면 여성 비율이 더 높아졌을 수 있지만, 그럼에도 15%로 정한 것은 남성 일자리라는 인식을 경찰이 충분히 수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퇴행적인 성역할 이데올로기가 바뀌어야 한다. 남성 역시 맞벌이를 원하는 시대에 살고 있지 않나. 그런 한국사회의 변화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했다.

여성 경찰 출신인 박선영 목원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사회에서 성차별의식 때문에 여경의 법집행을 더욱 이슈화하고 촬영해서 영상까지 올리고 소비하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여경의 역할에 대해 좋든 나쁘던 국민들의 관심이 드러난 것이고, 여경이 지위를 확보해나가는 하나의 과정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박교수는 또 “체력도, 능력도 중요하지만 오히려 여경의 업무에 방해가 되는 요인은 사회 인식과 여경에 대한 남경의 기피라는 것이 연구가 외국에 많다”고 설명했다.

특히 “여경이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마음 놓고 일하고 훈련할 수 있는 환경도 갖춰야 한다. 여경의 일·가정양립을 위해 일본 경찰은 베이비시터를, 미국은 24시간 보육시설 등을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여경의 화장실이나 수면실조차 없다. 즉 일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는 등 구조적 차별을 해소하려는 노력도 함께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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