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두살 딸 위해
여성위인전 쓴 아버지
부녀 함께 관혼상제예법도 써
국립한글박물관서 8월18일까지

덕온공주의 손녀인 윤백영이 쓴 ‘대한해방감회문’ⓒ국립한글박물관
덕온공주의 손녀인 윤백영이 쓴 ‘대한해방감회문’ⓒ국립한글박물관

순조의 딸로 조선의 마지막 공주인 덕온공주(1822~1844)와 그의 양아들 윤용구(1853~1939), 손녀 윤백영(1888~1986) 3대가 한글로 쓴 책들이 공개되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 5주년 기념전으로 여는 ‘공쥬 글시 뎍으시니: 덕온공주 집안 3대 한글 유산’은 조선 말 왕가 여성들의 교양을 한 눈에 보여준다.

이번에 처음 공개된 ‘여사초략(女史抄略)’(1899)은 덕온공주의 양아들 윤용구가 열두살먹은 딸 백영을 위해 한글로 써준 여성위인전. 주 문왕의 어머니 태임부터 명 말기 궁녀까지, 중국 역사에서 모범이 될 만한 여성 30명을 골라 교훈을 삼았다. 가혹하고 잔인한 법 집행으로 세간의 비난을 받다 자살한 한 무제 때 인물 장탕의 어머니가 아들을 관곽도 없이 장사지내게 한 이야기, 장군인 남편을 죽이고 자신을 탐한 장수 둘을 속여 목을 베고 남편의 제를 지낸 삼국시대 오나라 손익의 아내 등 기개 있고 용감한 여성들 이야기가 남다르다.

윤백영의 버선본. 종이를 버선 모양으로 오려 놓았다. ⓒ국립한글박물관
윤백영의 버선본. 무자생(본인)의 버선본이라 썼다. ⓒ국립한글박물관
순조의 딸 덕온공주가 한글로 풀어 쓴 제갈량의 출사표. ⓒ국립한글박물관
순조의 딸 덕온공주가 한글로 풀어 쓴 제갈량의 출사표. ⓒ국립한글박물관

이 전시회에는 또 윤용구-백영 부녀가 함께 한글로 풀어 쓴 이야기 모음 ‘문만록(聞漫錄)’과 관혼상제예법 책도 나왔다. ‘만록’이란 주제와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쓴 글을 말하는데, 아버지 윤용구가 지혜로운 부인의 일화를 쓰고 딸 백용이 음식만드는 법을 썼다. 딸에 대한 각별한 애정과 지적 훈련의 흔적으로 주목된다.

덕온공주는 스물세살에 세상을 떴다. 혈육이 없었다. 윤용구는 덕온공주 사후 20여년 만에 양자로 입적됐으며 서른여섯에 맏딸 백영을 얻은 뒤 귀하게 여겨 ‘여사초략’ 등을 써주었다. 윤백영은 열다섯에 혼인하였으며 ‘방공자전’ ‘궁중예법‘ ’사규영전‘ 등 책을 쓰고 42세가 되던 1929년에는 제8회 조선미술전람회에 입선하는 등 작가, 화가로 활동했고 광복의 감격을 담은 ’대한 해방‘등 많은 한글 작품을 남겼다. 1986년 99세로 세상을 떠났다. 전시는 8월 1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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