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가져올 미래①]
인터뷰 - ‘아시아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박사
‘알파고’ 계기로 일상으로
파고든 인공지능 기술

전공분야에 AI 접목하는
AI네이티브로 대응해야

성평등 구현 위해
AI는 절호의 기회
데이터 편향성 바로잡고
알고리즘 투명성 높여야

농업·산업혁명 뛰어넘을
AI혁명 경제적 이득,
일부 국가·기업에 쏠려
기술 불평등 완화할
모두를 위한 AI 필요

‘대한민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박사
‘아시아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박사

“인공지능(AI)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 수준, 아니면 그 이상의 뛰어 넘을 사회·경제 변화를 보여줄 수 있습니다. AI혁명이죠.”

‘아시아 인터넷의 아버지’ 전길남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AI혁명에 대해 언어의 발명에 빗댈 수 있을 만큼 인류에게 강력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AI는 인지, 학습 등 인간의 지적능력의 일부 또는 전체를 컴퓨터를 이용해 구현하는 지능을 뜻한다. 기계학습(머신러닝), 인공신경망 등이 AI 원천기술로 불린다.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바둑 대국을 계기로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든 AI는 애플의 ‘시리’, 삼성의 ‘빅스비’ 같은 개인 비서 영역 부터 자율주행자동차의 인지·판단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각종 분야에서 기술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인류의 생활 방식을 근본부터 바꿀 수 있는 기술을 둘러싸고 기대와 걱정이 교차한다. AI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기술은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도 하지만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을 AI의 탄생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는 두려움도 크다. 여성신문은 전길남 박사를 만나 AI가 바꿀 미래와 달라질 우리의 삶에 대해 물었다. 그는 “무엇보다 인간 중심의 AI가 돼야 한다”면서, AI가 미래가 아닌 일상이 되는 시대를 대비해 AI에 대해 누구나 알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우리는 왜 AI를 알아야 할까

-영화에서만 보던 AI가 우리 일상에 스며들고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바꿀 기술로 주목 받고 있는데 AI는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AI의 영향력은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이 가져온 변화를 뛰어 넘을 겁니다. 이 ‘AI혁명’은 인류가 언어를 발명한 것과 비견할 수 있습니다. 언어는 인간과 동물을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이고, 인류가 도약을 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됐지요. AI는 그만큼 우리 삶에 엄청난 변화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AI 영향으로 2030년까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이 13조 달러(약 1경4500조 원) 이상 늘어날 것으로 맥킨지는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당장 10~20년 뒤 AI의 미래를 단언할 수는 없어요. 그만큼 빨리 변화하고 있습니다. 내로우 AI(약인공지능, ANI·Artificial Narrow Intelligence)는 한 가지 기능만 특출난 AI를 가리킵니다. 바둑만 잘 두는 알파고처럼요. 제너럴 AI(범용 인공지능,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는 영화 ‘터미네이터’, ‘매트릭스’를 떠올리면 됩니다. 지금 우리가 집중하고 있는 연구는 내로우 AI 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은 앞으로 40~70년 사이에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갖는 ‘슈퍼인텔리젠스’(Superintelligence, 초지능) 시대가 올 것으로 내다봅니다. 그러나 이건 예측일 뿐, 시기는 앞당겨질 수도 있어요. AI 시대를 맞기 위해 지금부터라도 준비하는 것이 좋지 않을리 없지요.”

-예측하기 어렵지만 미래의 AI는 어떤 모습일까요.

“영화 터미네이터는 인간을 지배하려는 AI의 부정적 모습을 보여줍니다. 닉 보스트롬 옥스퍼드대 교수는 2014년 펴낸 책 『슈퍼인텔리전스』(Superintelligence)에서 2000년대 중반이면 제너럴 AI(범용 인공지능)가 인간 수준의 지능에 도달하고 21세기 후반에는 슈퍼인텔리전스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슈퍼인텔리전스, 즉 인간의 지능을 초월한 초지능 AI의 개발은 금세기에 가능할 수도 있다고 밝혔습니다. 어쩌면 AI가 우리를 통치할 수도 있고, AI가 우리의 심부름을 할 수도 있어요. 50년 후에야 알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무엇보다 인간 중심의 AI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AI가 인간 이상의 능력을 갖게 된다면 인간의 동반자가 되도록 해야겠죠. 제 희망사항입니다.” 

 

전길남 박사는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길남 박사는 “무엇보다 인간 중심의 AI가 돼야 한다”면서, AI가 미래가 아닌 일상이 되는 시대를 대비해 AI에 대해 누구나 알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길남 박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AI 시대, 정답 없는 창의성 주목

-앞으로 AI와 평생 살아야 할 자녀 세대는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우리 세대는 평생 컴퓨터와 같이 살아야 했지만, 자녀 세대는 AI와 일생을 보내야 합니다.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하루에 3~4시간씩 1~2주일 정도 AI 교육 코스를 진행하면 누구나 간단한 숫자 인식하는 간단한 AI 시스템을 만들어냅니다. 그렇게 결과물을 만들어보면 AI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수 있어요. 이런 경험은 AI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서울보다는 인구가 적은 제주도 같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AI 교육을 진행해보고 그 결과를 토대로 점차 지역을 넓히는 방식이 좋을 것입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는 전공에 관계 없이 모든 학생이 AI를 배우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공계는 물론 인문사회계 학생들도 AI를 공부합니다. 자신의 분야에 AI를 접목해 특화해야 다가올 시대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AI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AI 네이티브(native)’가 되는 것이 도움될 것입니다. 심리학에 AI를 접목하고, 사회학에 AI를 연결할 수도 있지요.”

-AI로 인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가 큽니다.

“메이저 테크놀로지(major technology)가 등장하면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지만 전체로 보면 일자리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사라지는 일자리도 있지만 새로 생기는 일자리가 있기 마련이죠. 물론 새 일자리에 적응하기 위해선 노동자는 그에 맞는 교육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이러한 교육 시스템을 가진 기업이 흔치 않기 때문에 문을 닫는 회사들이 나타나는 것이죠.”

-그렇다면 어떤 직업이 유망할까요.

“중요한 것은 정답이 있는 분야는 AI가 인간보다 더 잘한다는 것이에요. 정답이 없는 분야야 말로 AI와 경쟁할 수 있습니다. 정해진 답이 없는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분야가 유망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야 말로 답이 정해진 시험이잖아요. 이러한 지금의 주입식 교육 시스템을 완전히 뜯어 고치는 작업을 시작해야 합니다.”

더 많은 이들을 위한 AI를

- AI가 기존 데이터를 학습하기 때문에 여성, 인종을 차별할 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만, AI가 성평등 사회 구현을 위한 좋은 발판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AI는 현재 사회를 그대로 반영합니다. 데이터를 토대로 AI가 작동하는데 여기서 문제는 원천 데이터가 가진 바이어스(bias, 편향성) 입니다. 데이터가 백인·부자·남성·고학력 등의 바이어스(bias, 편향성)로 인해 부실하거나 왜곡돼 있다면 AI도 한 쪽으로 치우치거나 왜곡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데이터를 수집해 바이어스를 바로 잡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AI를 구성하는 알고리즘의 공정성과 투명성 역시 AI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소프트웨어에 의한 결정은 사람이 이해할 수 있고 추적가능해야 합니다. AI가 성평등 구현에 절호의 기회를 가져다 줄 수도 있습니다. 문제가 해결되기만을 가만히 기다리기만 할 건가요? 적극적으로 AI 연구하고 활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성차별 이슈는 여성이 나서고, 인종차별 문제는 아시아, 아프리카가 목소리를 내야죠.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진 중국의 경우, 얼굴인식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더 적용하기 쉬울 겁니다.”

-승자독식의 AI 시장에서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는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앞으로 10년간 AI를 통해 전 세계 부의 20%가 늘어나지만, 대부분은 미국과 중국이 차지할 것입니다. 그 나머지를 다른 나라들이 조금씩 가져가고요. 기업으로는 아마존과 구글 같은 일부 기업이 대부분의 이득을 가져갈 것입니다. AI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득은 늘어나지만 소수가 부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상황에서 부의 재분배는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인류의 숙제요. 그러나 일부 나라가, 소수의 기업이 부를 독신해선 안됩니다. 아시아, 아프리카와도 파이를 나눠 가져야 해요. 엔지니어들의 경우, 오픈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저개발국가와 공유하는 방식으로 기회를 늘려주는 방식이 필요합니다.“

-AI가 가져올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시도도 있나요?

“비영리조직 ‘AI4ALL’이 대표적입니다. AI 기술에서 소외되기 쉬운 여학생과 소수인종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무료 AI 교육을 진행합니다. 스탠퍼드대, 카네기멜론대,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등 AI 연구를 주도하는 대학이 참여하고 있어요. 특히 스탠퍼드대는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진행합니다. 스탠퍼드가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AI 교육을 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지금 손 놓고 있으면 앞으로 AI 연구를 하는 핵심 멤버의 90%가 남성일 수 있기 때문이다. 전체 연구진의 절반은 여성이 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학생만을 대상으로 교육을 진행하는 거죠. 이공계 분야를 넘어 학제간 연구가 활발하고 다양한 분야에서 AI 연구와 활용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여학생 교육이 이뤄지는 이유일 수 있지요. 먼저 시작해야 시장을 선점할 가능성도 높아집니다. 미국에서 연구를 하다가 1979년 한국에 들어와 본격적인 인터넷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먼저 시작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AI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제 시작입니다. 여성들이 먼저 나서서 AI를 공부하고 연구해야 합니다. 우리 대학들도 나서야 합니다.”

-AI를 공부하고 싶다면 무엇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온라인에서는 누구든지 쉽게 AI 교육을 접할 수 있습니다. ‘AI For Everyone’ 온라인 무료 강좌를 추천합니다. 6시간 코스로 짧은 시간에 배울 수 있습니다. 회사에 AI를 어떤 식으로 도입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한번 도전해보길 권합니다. 여러 과정 중 UC 버클리대의 ‘인트로덕션 AI’를 추천합니다. 한 학기 정도 참여해야 하는 코스로, 대학교 1학년 수준의 교육이라 복잡할 수 있지만 세계 최고 수준의 AI 교육을 접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 인터넷의 아버지’로 불리는 전길남 박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길남 박사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전길남 박사

1982년 미국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한국에 인터넷 기반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한국 IT 역사의 산증인이다. 일본 오사카대학을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UCLA에서 시스템 공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수십 년간 아시아와 아프리카 50개 이상 국가에 인터넷 개발을 지원해왔고, 그 공로로 세계 인터넷 명예의 전당에 올랐다. 인터넷 거버넌스와 AI 거버넌스 생태계를 만드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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