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부모가족기념일로 인식 개선 나섰지만
정작 정부는 제재 강화·대지급제도 반대
‘아동 잘 자랄 권리’에 국가 개입해야

2019 제1회 한부모가족의 날 기념행사 ‘누구랑 살면 어때?’가 11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너른 들판에서 열려 시민들이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부스에서 진행되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9 제1회 한부모가족의 날 기념행사 ‘누구랑 살면 어때?’가 11일 서울 여의도 한강시민공원 너른 들판에서 열려 시민들이 서울시한부모가족지원센터 부스에서 진행되는 이벤트에 참여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5월 11일 한부모가족의날이 올해 처음 법정 기념일로 제정됐다. 한부모가족에 대한 인식 개선을 통해 평등한 가족문화와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하겠다는 취지다. 정작 한부모가족들은 정부의 인식 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성토하고 있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한부모가족이 많지만 제도가 개선되지 않는 것은 정부가 양육비 문제를 개인 간의 사적인 채무 문제 정도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혼이나 비혼 상태의 출산으로 자녀를 양육하지 않게 된 부모가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문제는 아동의 복리와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외국에서는 양육비 채무자에 대해 처벌하거나 제재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50개 주 모두 중경범죄 및 중범죄로 다루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양육비 지급 이행을 위해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지만 특히 관련 주무부처인 법무부, 경찰청 등은 노골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현재 양육비 이행에 관해서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과 함께 양육비 지급 불이행 시 제재를 규정하고 있는 법령으로 ‘가사소송법’이 있긴 하지만 실제로 이혼·미혼 한부모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8년 실태조사에서 73.1%에 달하고, 정기지급을 받은 경우는 15.2%에 불과할 정도로 낮기 때문에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양육비 제도 개선 방안으로 꾸준히 제기돼온 것이 양육비 대지급제도와 양육비 미지급 부모의 운전면허 취소 등 제재 강화 방안이다. 특히 대지급제도는 양육비를 국가가 먼저 지급한 뒤 미지급 배우자에게 국가가 받아내거나, 양육비를 채무자로부터 회수해 채권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제17대 국회 때부터 19대까지 꾸준히 발의됐지만 국가 재정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지난 5월 국회에서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양육비 미지급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를, 민중당이 ‘양육비대지급 법제화를 위한 토론회’를 열어 이같은 내용을 포함한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제도 개선을 촉구하고 있는 전영순 한국한부모연합 대표는 “현재 양육비 제도의 한계가 크다는 지적을 많이 해왔지만 여전히 강제조항 신설은 쉽지 않다고 하면서 대지급제도는 말도 못 꺼내게 한다”고 주장했다.

양육비 대지급제도 도입이 빠른 시일 내에 어렵다는 판단으로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기 위해 제재 조치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도 발의됐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월 양육비를 정당한 사유없이 고의로 주지 않는 부모를 대상으로 △신상 공개 △운전면허 제한 △출국 금지 △형사 처벌 강화 등을 발의했다.

그러나 법무부와 경찰은 제재에 관해 원론적인 주장을 되풀이하면서 협력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3월 작성한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출입국관리법’상 출국 금지 사유 및 입법 취지에 반하고 과잉금지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입장을, 경찰은 ‘운전면허 행정처분은 도로교통상 위험 발생 소지가 높은 운전자를 대상으로 부과하는 처분’이라면서 부정적인 입장이다.

또 민주당 토론회인 공동주최자인 정춘숙 의원은 참석한 관련 부처들이 서로 책임을 맡지 않으려고 떠넘기는 모습도 보였다고 비판했다. “경찰은 양육비 채무자에 대한 제재조치 대신 대지급제를 검토하자고 말한다. 대지급제도가 당장 실현될 가능성이 없으므로 그렇게 주장하는 것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어 “관련 부처들이 이같이 주장하는 이유는 양육비 문제를 민사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했다.

허민숙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관련 여러 토론회에서 참석해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다음 세대의 사회구성원인 아동의 ‘잘 자랄 권리’의 침해라는 점에서 국가개입이 요구되는 사안”이며, “양육비 이행 여부를 적법한 공공사안으로 상정하면, 양육비 불이행자를 공익에 반하는 행위자로서 제재 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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