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등으로 거리에 내몰린 여성들
남성 노숙자 두려워 PC방·화장실 진전도
김수목 감독
"누구나 홈리스 될 수 있다"

‘다시서기센터’ 등에서는 여성 노숙인을 돕기 위한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다. ⓒ영화 ‘그녀들은 있다’
‘다시서기센터’ 등에서는 여성 노숙인을 돕기 위한 아웃리치 활동을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그녀들이 있다’

40대 여성 홈리스 별이(별명) 씨는 머리를 짧게 깎았다. 남자처럼 보이기 위해서다. 자신을 건드리는 남자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는 함께 살던 남편에게 아이와 폭행을 당했다. 결국 어쩔 수없이 홈리스의 삶을 선택했다. 아이의 양육권까지 남편에게 빼앗겼다. 60대 강모씨는 남편과 시어머니, 시아버지, 시동생, 동서, 시누이에게 맞았다. 아이가 성인이 되고 나서 남편과 이혼했다. 돈이 없어서 노숙자가 됐다.

‘그녀들이 있다’는 거리, 보호시설, 쪽방 등에서 사는 여성 홈리스(노숙인) 12명의 이야기를 인터뷰한 50분 분량의 다큐멘터리다. 지난해 12월 서울극장에서 열린 ‘여성홈리스 영화 특별전’에서 처음으로 상영됐고 지난 20일 서울시 중구 중림종합사회복지관에서 열린 순회 상영회 ‘여성홈리스와 함께하는 무비토크’에서 관객들에게 선보였다.

정식 개봉은 하지 않았지만 국내 최초로 여성 홈리스의 목소리를 담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길거리에서 여성 노숙인은 눈에 잘 띄지 않는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노숙인이 되어서도 일부 남성 노숙인들의 위협을 피해 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일부 여성 노숙인들이 장애인 화장실이나 PC방 등에 숨어 있는 이유기도 하다. 남성 노숙인이 많은 쉼터는 무서워서 가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노숙인 등의 복지 및 자립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 후 최초로 보건복지부가 2016년 했던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노숙인은 1만 1340명이다. 그 중 여성은 25.8%였다.

다큐멘터리 ‘그녀들은 있다’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 노숙인. ⓒ‘그녀들은 있다’
다큐멘터리 ‘그녀들이 있다’에서 인터뷰에 응한 한 여성 홈리스. ⓒ‘그녀들이 있다’

다큐멘터리는 종교계노숙인지원민관협력네트워크가 자체 제작하고 1998년부터 홈리스 관련 다큐를 제작한 다큐인에서 프로듀싱을 맡았다. 김수목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김 감독은 노숙인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등이 서울역이나 용산역 등에서 하는 아웃리치 활동을 따라다녔다. 아웃리치는 도움이 필요한 사람에게 직접 찾아가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김수목 감독은 21일 여성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 평 남짓한) 쪽방에 촬영하러 갔을 때는 카메라 삼각대만 세우면 더 이상 남을 공간이 없을 정도로 좁았다. 잠도 편하게 못잘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들은 방이 바로 옆에 붙어 있고 방문을 잠근다고 해도 어렵지 않게 열수 있는 구조다. 여름에는 문도 열어야 하는데 삶의 공간이 되게 힘들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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