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프 계산 스마트 점포 큰 폭 확대
대형 마트도 셀프계산대 늘려
여성 일자리 소멸 ‘촉진’
마트산업노조는 확대 중단 요구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에서 한 고객이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인 ‘핸드페이’ 방식으로 결제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매장에서 한 고객이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인 ‘핸드페이’ 방식으로 셀프 계산을 하고 있다. ⓒ세븐일레븐

주부 A씨는 생수를 구입하러 한 스마트 편의점에 들렀다. 정맥인증 결제 서비스인 ‘핸드페이’가 마련돼 있어 손바닥을 4회 이상 스캔하자 등록이 완료됐다. 핸드페이는 정맥의 굵기, 선명도, 모양 등을 이용해 사람을 판별하는 시스템이다. 생수 등을 골라 계산기에 올리니 상품을 360도로 스캔해 금액 등을 표시해줬고, 휴대폰 번호를 누르고 손바닥을 대자마자 결제가 완료돼 편리했다.

편의점·마트 등 유통 매장에서 직원의 도움 없이 간편한 방법으로 셀프 계산이 가능한 무인화 시대가 가속화되고 있다.

세븐일레븐·GS25·CU·이마트24 등 편의점들은 올해 들어 무인 편의점 매장들을 큰 폭으로 늘리면서 본격적인 스마트 편의점 경쟁에 나서고 있으며,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 마트들도 무인 계산대를 대거 확대하면서 스마트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는 간섭을 싫어하는 젊은 층들을 중심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언택트(Untact)’ 추세에 발맞춘 것으로 무인 서비스, 비대면 소비 활동 등을 일컫는다. 이는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해 전국 17개 시·도에 거주하는 · 4233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지능정보사회 이용자 패널조사’ 결과, 응답자들이 상용화될 경우, 가장 이용하고 싶어하는 지능정보서비스는 무인상점(70.3%)으로 나타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또 2017년 10월 발간된 ‘트렌드코리아 2018’에서도 김난도 서울대학교 생활과학대학 소비자학과 교수가 언택트 트렌드를 예견한 바 있다.

특히 편의점 등이 올해 최저임금 큰 폭 상승의 영향으로 인건비 지출이 늘어나 점포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이 같은 무인 점포 증가의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올해 스마트 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 8곳을 추가 오픈해 서울에 4개점을 비롯해 현재 12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 점포는 손바닥 정맥 정보를 미리 입력해두면 제품 결제까지 가능한 ‘핸드페이’ 방식이 특징이다. 또한 신용카드, L페이, 교통카드 결제도 가능하다. 세븐일레븐은 또 올해 점포들을 추가로 오픈해 매장을 30개 정도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우리는 일반 매장과 같이 교대 근무하는 3명의 상근인력을 운영하고 있다”며 “기존 편의점 근무자들의 근무 형태를 조사해봤더니 65%가 계산 업무에 집중하고 있어, 스마트 점포 마련을 통해 청결, 프로모션, 친절, 물류 등 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업무에 집중하도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VD컴퍼니는 중국의 ‘클라우드픽’ 기술을 국내에 독점적으로 들여와 AI 리테일 시스템(AIRS)을 적용한 무인 편의점을 오는 7월경 처음 선보일 계획이다.

VD컴퍼니 관계자는 “AIRS를 적용하면 미국의 ‘아마존고’와 같은 완전 무인화가 가능하다”며 “국내 최초로 컴퓨터비전(인간 눈의 기능과 동일한 형태를 컴퓨터에 행하게 하는 기술)으로 AI 기술을 처음 적용할 예정인데,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하고 분석해 학습하는 딥 러닝 기술을 활용해 카메라가 사람과 물건을 인지해 사람들이 매장에서 물건을 들고 나가면 알아서 계산해준다”고 설명했다.

GS리테일의 GS25는 지난해 9월 마곡 사이언스파크의 LG CNS 본사에 ‘스마트 GS25’를 테스트 점포로 오픈한 데 이어 올해 경희대학교 등 대학에 6개의 무인점포를 신규로 개설했다. 스마트 GS25는 안면 인식 기술을 적용한 것이 특징으로, 출입문 옆에 설치된 카메라에 사전 등록을 하고 나면 입장 및 결제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다.

CU는 지난해 11월 첫 선을 보인 차세대 POS(계산대) 시스템을 올해 전국 1만3000여개 매장에 모두 도입했다. 이 시스템은 밀리는 시간대에 고객이 상품을 결제할 수 있도록 ‘셀프 결제’ 기능을 탑재하고 있다.

이마트24도 현재 무인점포 16개, 유인과 무인의 결합체제인 하이브리드 4곳, 자판기형 4곳 등 24곳의 가장 많은 무인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무인점포 입구는 문이 잠겨있기 때문에 신용카드, 체크카드, 후불 교통카드를 읽혀야 입장이 가능하며, 결제는 SSG페이로도 가능하다.

이와 함께 대형 마트도 빠른 속도로 전국 매장에 무인 셀프계산대를 도입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현재 88개 매장에서, 이마트는 60개의 점포에서, 롯데마트는 46개점에서 무인계산대를 운영하고 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산하 마트산업노조 이마트지부는 이마트가 가장 빠른 속도로 무인 계산대를 확대하고 있다는 데 반발, 이달 서울·대전·대구·광주·제주 등에서 잇따라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무인 셀프계산대 확대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또 아직까지는 인력 감축으로 이어진 적은 없지만 계산원을 타 점포나 다른 업무로 발령한 적이 있으며, 파트타임과 계약직 직원도 줄이면서 여성이 대다수인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도 확산되고 있다. 또한 고객들에게 무인계산대 이용을 촉구하면서 일반 계산대의 업무 강도가 높아지고 결제 지연으로 인한 고객 민원까지 접수되는 상황이라는 문제를 제기했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강원본부는 20일 강원도청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을 통해 “이마트가 영업이익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무인 셀프계산대를 도입한 뒤 인력 재배치를 명목으로 계산원 인력 감축을 시도하고 있다”며 “업무 강도를 높이는 무인 계산대 확대를 중단하고 무차별 발령과 인력 감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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