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전 여성단체 미인대회 폐지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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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남대문 메사 팝콘 홀에서 열린 안티미스코리아 페스티벌. 참가자들의 밝은 표정이 많은 말을 하고 있는 듯 하다. <사진·민원기 기자>▶

미스코리아대회가 여성 성상품화를 조장한다는 여론이 제기되면서 공중파 방송이 중단되고 여성단체들이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을 여는 등 변화를 보이고 있으나 지역에서는 지방예산이 투입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미스코리아대회 예·본선전이 치러지는 각 지방에서는 지역언론이 이 대회를 주최하고 보도하고 있어 여성단체들이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며 ‘눈 가리고 아웅’식의 대회 축소를 강력하게 비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제주여민회는 “지난 18일 ‘제주여성의 교양과 미를 국내외로 과시하게 될 미의 사절’을 선발한다는 명목으로 지역예선대회가 치러졌다”며 “더욱 심각한 것은 제주도의 각 지자체에서 8000만원의 지방예산이 지원됐고 공기업인 제주도지방개발공사가 이 대회에 협찬했다는 사실”이라고 밝혔다.

제주여민회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적법성과 공익성을 띤 사업에 지원하는 것이 마땅한데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어떤 공익성이 있는지 납득할 수 없는 일”이라며 “‘남녀평등의 섬’을 선포한 지방자치단체가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미인대회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제주여민회 문화홍보부 허김지영씨는 “선발대회 지원은 선심성 예산배정과 예산 낭비의 대표적 사례일 뿐만 아니라 성불평등 예산의 전형”이라며 “현재 5개 지자체를 방문, 군수 등 대표와 면담하고 있으며 내년 예산 책정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 예산 배정을 감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는 ‘관광홍보사절로 활동할 미스국제자유도시’도 함께 선발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주여민회는 이것이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며 전문역량을 갖춰야 할 홍보사절단을 미인대회를 통해 선발하겠다는 것은 제주국제자유도시의 위상을 스스로 낮추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대전여민회와 대전여성해방연대 등 단체들도 “23일 본선이 치러지는 대회장소에서 피케팅 등 시위를 벌이고 있다”며 “특히 이 대회에 협찬한 공기업인 대전도시개발공사 측에 질의서를 보내는 등 대응방안을 모색중이다”고 밝혔다.

대전여민회 여성노동센터 민양운 실장은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여성의 미를 획일화하고 표준화해 외모 지상주의를 조장한다”며 “이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는 반여성적 행사이며 여성미의 기준이 외모만이 전부인 것처럼 사회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행사 주최 언론사와 중계를 하는 방송사 측에 행사 중단을 촉구하고 협찬 공기업인 대전도시개발공사에 대해서도 협찬 취소를 요청했으나 지난 17일 예선대회가 치러지고 23일 본선대회까지 열렸다.

경남여성단체연합 이경희 회장은 “다양성과 차이를 인정하는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이 열리는 마당에 중앙방송을 비껴간 지역방송에서는 미스코리아 대회가 공중파를 타는 등 여전히 관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미인대회가 전국적으로 모두 사라질 때까지 반대운동을 꾸준히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안티 미스코리아 페스티벌에 참가했던 20대의 한 여성은 “미인대회는 여성의 성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여성 차별이며 사회 전반에 미치는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안고 있다”며 “별 재미도 없고 정보성도 없는 미스코리아 대회를 폐기하지 않고 방송까지 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57년 최초로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열린 이후 이 대회의 예선행사가 각 지역마다 열리고 있으며 각종 미인대회는 한 해 200여 개가 넘게 전국 곳곳에서 열리고 있다.

나신아령 기자arshi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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