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자기 정체성이 많이 흔들리는 시기다. 전통적인 남성상이 흔들리고 여성상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장유유서와 남녀차별에 의존하던 권위의식이 무너져 남녀노소가 동서남북으로 활짝 열리는 시기에 와 있다. 지식사회 신경제의 적나라한 현상들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이토록 빠르게 변하는 환경 아래 너나 할 것 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모습들이 어찌 보면 매우 활기차지만 한편으로 들여다보면 실속 없는 몸짓들이 함께 보인다. 남들이 모두들 그렇게 하니까? 모든 여성들이 직장을 가지려 하니까 나도? 그러면 그 대열에 오르지 않거나 못한 사람들은 어디로?

사회경력 27년 전문가로서 보는 내 직장철학은 의외로 담담하다. 직장이란 한번 입은 뒤 결국 벗게 되는 옷과 같은 것이지 목숨을 걸고 동료들을 모함하며 온갖 수단을 동원해 그 자리에서 버티는 게 최고는 아니다. 좋고 싫은 옷이어도 언젠가는 벗는 것이 원칙이다. 인간은 신처럼 완전하지 못한 이유로 죽음을 피하지 못한다. 태어난 이상 모두 죽는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토록 화려한 영화배우, 대재벌 회장, 정치가, 탤런트 모두 명암을 달리하며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고 우리 또한 강물처럼 시간을 따라 흐르고 있다.

살면서 인간이 결국은 채우지 못하는 부분을 들여다보면 그것은 ‘빈자리 혹은 외로움’인 듯하다. 그래서인지 인간은 그 빈자리를 채우려 이리저리 바쁜 몸짓들을 한다. 직업, 명예, 돈, 권력, 사랑, 종교, 사람들을 통해. 그러나 빈자리는 나만이 갖는 유별난 것이 아니라 생명의 가장 깊은 곳에 있는 바로 우리의 분신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에 미치자

직업도 인간이 보람을 얻기 위한 한 수단이고 보면 보람을 느끼는 전업주부는 주부가 직업이고, 수녀님은 수녀가 직업이다. 누구든 자신이 원하는 일에 열중해 남에게 부가가치를 준다면 그것이 가장 성공적인 직업이다. 굳이 공부를 잘 해서 가방 끈이 길어야 하며, 예쁘고 말과 글을 잘해야만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은 아니다. 나에게 가장 재미있고 보람있으며 남에게 도움까지 준다면 그것이 바로 좋은 직업이라는 얘기다.

경력관리에 대한 강의는 껍데기에 치우쳐 언뜻 개개인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못하고, 자주 직장을 옮겨서 몸값이 많이 나가야 하며 승진해야 모양이 서는 것처럼 보일까 조심스러운 요즘이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남에게 부가가치를 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스스로 발견해 그 일에 미쳐보라고 권하고 싶다. 무엇을 하든 열심히 한다는 것은 참 신나는 일이다. 유치원 선생님을 하든, 길가에서 붕어빵을 만들어 팔든, 또는 기업을 경영하거나 집에서 청소를 하든 바로 자기 에너지를 스스로 바쳐 무언가를 이룬다는 기쁨은 삶에 자신감을 준다. 이는 또 다른 동기부여가 되면서 보람으로 이어지기에 삶이 풍부해지는 지름길이 된다.

부디 자신을 잊어버린 채 남에게 한눈 팔지 말고 성실한 자기관리로 자신감을 되찾자.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내가 사랑하는 그들을 위해 보람있는 일을 한껏 펼치기 바란다.

홍승녀/ 캐리어탱고 대표 (www.careerTANG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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