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여자의 낭만적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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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마디로 ‘해방된 여성’이 어찌하여 카리스마 가득한 마초 남성에게 끌리는가? 뭐 이런 이야기다. 도리어 자신을 무척 배려해주는 착한 남자에겐 마구 못되게 구는 모순적 심리에 대해 저자는 심리학, 특히 융을 들이밀어 꼬치꼬치 파고든다. 그럼 이유는 뭐냐? 융의 이론을 빌자면 사람에겐 아니무스(남성성), 아니마(여성성), 그리고 내면에 숨어있는 ‘그림자’가 있다. 그리고 그 때문이다. 특히 강한 여자의 그림자는‘투시(연약한 여자!)’다. 강한 여자들이 특히 혐오하는 ‘투시’도 강한 여자속에 숨은 일부라나? 저자는 말한다. 내면의 투시를 해방시켜라. 어떻게? 그건 읽어봐야 안다.

마야 스트로히 지음/ 푸른숲/ 9,000원

마녀가 더 섹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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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덕의 뉴욕일기’란 부제가 붙었다. 현재 동아일보 논설위원인 저자가 뉴욕에서 겪은 일을 바탕으로 풀어낸 여자 이야기다. 뉴욕에서 지낸 1년 동안 저자는 많은 생각이 바뀌었다나? 그리고 눈치 챘겠지만 ‘마녀’는 한창 유행하던 ‘나쁜 여자’의 다른 이름이다. 하지만 “또?”하고 눈을 치켜뜰 거 없다. 페미니스트보다 저널리스트다운 여자 이야기니까.

‘사랑받을래, 성공을 할래?’의 “이럴 땐 내가 여자가 아니었으면 좋겠다. 여자에 대한 얘기를 쓰고 싶을 때 “니가 여자니까 그딴 거나 쓴다’는 소리를 들을까봐서다. 차라리 내가 남자였다면 좀더 자유롭게 여자에 대한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은 의미 심장하다. 최근 어느 교장 자살 사건에 얽힌 ‘차시중’에 대해 저자가 칼럼에서 밝힌 “사소한데 목숨걸지 말라”는 조언을 떠오르게 만든다.

김순덕 지음/ 굿인포메이션/ 9,800원

내 부엌으로 하루키가 걸어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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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키의 책을 읽다보면 욕구 하나가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바로 식욕. 하루키의 책을 읽고 나면 꼭 스파게티를 삶아야할 것 같다. 잘 삶은 스파게티 면에서 포르르 풍기는 올리브유 향내나 소스에 듬뿍 들어간 베이질 향내는 하루키 책 만큼이나 달콤하다. 하루키 책을 읽을 때마다 등장하는 온갖 요리에 침은 삼켰지만 어떻게 만들 줄 몰라 손가락만 빨던 그대를 위한 요리책이다. 1권은 소설에서, 2권은 에세이에서 나오는 요리들을 묶었다. 이렇게. 와타나베와 사랑을 확인한 미도리가 저녁을 차린다. 메뉴는 튀김과 완두콩밥. 그리고 맥주. 미도리는 한껏 먹고 정액을 많이 만들라고 한다. “그러면 내가 부드럽게 풀어줄 테니까.” <노르웨이의 숲> <상실의 시대> 원제)의 한 구절이다. 아, 먹고 싶어라.

부엌에서 무라카미 하루키를 읽는 모임 지음/ 작가정신/ 9,800원

자유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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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고 말 것도 없이 자유는 소중하다. 하지만 끊임없이 떠올리면서, 스스로 찾으려 하지 않으면 달아나는 게 또 자유다. 엄마의 잔소리로부터의 자유, 설거지로부터의 자유 등등. 이 책은 제목 그대로 그 ‘자유’를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다. 여러 지성들이 한 말들 옆에, 세계 최대 보도사진 에이전시 ‘SYGMA’의 팍팍한 사진들이 붙었다. 사진 한 장 한 장이 주는 목소리는 너무나 굵다. “1998년 3월 수단. 내전 중에 수단 남부에서 35만 명이 굶어죽었다.” 캡션 옆에 붙은 재니스 조플린의 “자유란 더 이상 잃을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과 동의어이다”란 글처럼. 특히 수하르토가 30년 독재 후 권좌에서 물러난 자카르타에서 물속에 빠진 채 ‘단 하나, 완전한 개혁’이란 글자를 번쩍 치켜든 인물 사진은 의미 심장하다.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내주고픈 사진이다.

SYGMA 사진, 타하르 벤 젤륜 엮음/ 세상사람들의 책/ 15,000원

뉴욕 삼부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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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말이 필요 없는 뉴요커 폴 오스터 소설이다. 어? 전에 봤는데? 하는 이들이라면, 걱정마라. 먼저와 다른 출판사에서 다시 번역해 내놨다. 잘못 걸려온 전화 한 통에 호기심으로 뛰어들었다가 탐정 노릇을 하며 점점 황당해지는 한 추리작가 이야기인 <유리의 도시>와 감시를 부탁받고 이유도 알지 못하면서 길 건너 한 남자를 감시하는 남자의 황당한 이야기를 그린 <유령들>, 실종된 친구가 남긴 미발표작 원고를 출판하지만 끊임없이 행방을 알 수 없는 친구의 망령에 시달리는 ‘나’의 이야기인 <잠겨 있는 방>이렇게 3부작이다.

미국 현대문학의 총아로 불리며, 고속열차를 올라탄 듯이 확확 읽혀지는 글 속에서 스르륵 드러나는 정체성 탐구가 장기인 폴 오스터의 대표작이 이 책이다. 아직도 그가 낯선 이라면 영화 뉴욕 한 모퉁이 부룩클린의 담배 가게 이야기인 <스모크>를 떠올려 보기 바란다. 그 영화 각본을 그가 썼고, 스모크2라 할 <블루 인 더 페이스>는 감독까지 했다.

폴 오스터 지음/ 열린책들/ 9,500원

조은미 기자 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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