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학생도 치마입을 수 있고
여학생도 편하게 바지를
성별규범 깨뜨리고 성중립으로 나가야

2019학년도 고등학교 전 학년 대상 전국연합학력평가가 치러진 7일 오전 서울 동작구 수도여자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시험을 보고 있다. / 뉴시스·여성신문
시험을 치르고 있는 서울 동작구 수도여자고등학교 학생들 / 뉴시스·여성신문

반가운 소식이 있어요.

애니메이션 ‘겨울왕국 2’가 11월에 개봉한다고 해요. 2013년 ‘겨울왕국’은 전세계 선풍적인 인기에 힘입어 역대 흥행 1위 애니메이션에 올랐고, 그 기록은 지금도 깨지지 않고 있어요. 여러분들도 목청 높여 ‘렛잇고’를 불렀을 텐데요, 여러분들이 매혹되었던 ‘겨울왕국’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주인공 엘사의 새로운 캐릭터를 손꼽을 수 있을 거예요. 이전 디즈니의 공주들과는 달리 엘사는 어둡고 차갑고 강인한 모습을 보였죠. 왕자에게 구원받지도 않고, 여왕으로서 왕국을 다스리고요.

하지만 엘사의 새로운 캐릭터와는 달리 외모는 여전히 금발에 파란 눈에 비현실적인 비율의 몸매를 지니고 있어요. 물론, 새로움이 전혀 없지는 않습니다. 엘사의 파란색 드레스가 여자 아이들의 '워너비 아이템'이 되면서 여자 아이들에게 파란색을 되돌려주었으니까요.

엘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처럼 외모 규범은 매우 강력하고 머리부터 발끝까지 촘촘합니다. 이러한 외모규범들 중에는 여러분들이 좋아하는 취향과 스타일도 있겠지만, 마음에 안 들거나 심지어 답답한 규범도 적지 않을 거예요. 제약이 많고 선택의 폭이 좁은 것은 외모 규범이 성별에 따라 반대되기 때문입니다. 긴 머리와 짧은 머리, 분홍색과 파란색, 치마와 바지, 마른 몸과 근육이 있는 몸…

여러분의 교복도 그렇죠. 여전히 여학생은 치마, 남학생은 바지를 입어야 하는 학교가 많아요. 우리나라에서 여학생이 바지 교복을 입을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는 무려 2000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2000년에 교육부가 이를 권고했고, 2003년에는 정부가 여학생 치마 교복 의무 조항이 남녀차별 소지가 있다고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학생은 바지교복을 자유롭게 입지 못하고 있어요. 여학생이 치마를 입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이유는 그것이 '여성스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뛰기도 어렵고 앉을 때도 조심해야 하니까 얌전하고 조신한 태도가 몸에 밸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죠. 그런데 여학생과 남학생의 교복은 단순히 치마, 바지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상의의 라인과 크기와 재질도 달라요. 여학생 교복이 몸에 달라붙고, 작고, 짧고, 얇은 재질인 경우가 많습니다.

'교복 입원(입자! 원하는 대로) 프로젝트'라는 유튜브 영상에서는 170센티미터 여학생의 교복 셔츠 크기가 7~8살 아동복과 폭은 비슷하고 기장은 훨씬 짧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이 영상은 폭발적인 관심과 공감을 얻으며 조회수가 20만 회를 넘었습니다.

교복의 취지는 '학생다움'이지만, 여학생 교복은 태도는 조신하면서 몸매는 부각되는 모순적인 '여성다움'을 앞세우고 있는 것입니다.

남학생의 교복도 여학생보다 덜하긴 하지만 불편하지요. 넥타이나 재킷도 답답하고, 한여름에도 긴 바지를 입어야 하고요. 외모규범이 성별에 따라 반대로 작동하기 때문에, 왜 여학생은 치마만 입어야 하냐는 질문은 왜 남학생은 바지만 입어야 하냐는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우리의 성별고정관념을 조금만 비튼다면 남학생의 긴바지는 반바지를 넘어 치마라는 대안까지 확장될 수 있어요.

남학생 교복이 치마라니 너무 어색하다고요? 뉴질랜드의 한 중학교는 반바지, 긴바지, 여자용 치마바지, 남자용 짧은 치마, 치마 이렇게 5가지 중 원하는 복장을 고를 수 있도록 했어요. 영국에서는 120개가 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에서 성중립 교복을 채택하고 있고요. 이러한 변화는 성별고정관념에서 탈피하고 성다양성을 인정하는 것이 성평등 교육으로 이어진다는 신념이 반영된 것입니다. 좋아보이긴 하지만, 성평등한 유럽이기 때문에 가능한 거 같다고요? 아니에요. 이웃나라 일본에서도 성별에 상관없이 넥타이와 리본, 바지와 치마 중 선택하도록 한 학교가 등장했습니다.

이처럼 성별에 따른 규범은 대체로 여성에게 더 많고 더 심하지만, 거기에 대응하는 남성에 대한 규범과 제약도 있게 마련입니다. 성별고정관념과 성역할은 이분법적인 짝을 지어 만들어지고 작동하니까요. 그래서 한쪽에서 시작된 문제제기는, 이분법에 의한 규제와 억압을 받고 있는 상대 쪽으로 연결되곤 합니다. 교복의 자유 논의가 여학생 교복에 대한 문제제기로 시작해 남학생 교복까지 포함한 것처럼 말이죠. 엘사 덕분에 여자 아이들이 파란색을 되찾았으니, 남자 아이들도 머지않아 분홍색을 되찾게 될 것입니다. 이것이 여성뿐 아니라 남성도 함께 성평등 민감성을 높이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김고연주 서울시 여성가족정책실 젠더자문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김고연주 서울시 젠더자문관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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