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경남 밀양아리랑 대축제에서는 아랑낭자의 넋을 기리고 정순의 정신을 기린 다는 이유로 아랑규수를 뽑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해마다 경남 밀양아리랑 대축제에서는 아랑낭자의 넋을 기리고 정순의 정신을 기린 다는 이유로 아랑규수를 뽑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단체가 경남 밀양시가 주최하는 미인대회를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아랑 설화는 성폭력 살인사건이다. 다른 아랑을 만드는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즉각 중단하라”고 했다.

이들은 “죽음으로서 순결의 화신이 된 아랑낭자의 정순(貞純) 정신을 기리는 행사라고 밝히는데 시대 역행적인 어처구니없는 행사”라며 “미인대회라는 이름으로 여성을 상품화하는 행사가 여전히 자행되는 현실도 개탄스러운데 여성의 순결을 미덕으로 포장하는 행사가 지역 축제에서 버젓이 행해지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 밀양시와 밀양문화원은 성폭력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다 죽은 많은 현재의 아랑 여성들의 외침과 고발에 귀 기울이기보다 여성에게 정순을 아름다운 미덕으로 강요하는 ‘밀양 아랑 규수 선발대회’를 지속할 것인가”라며 “밀양시장을 비롯한 밀양 공무원들의 성인지 감수성이 턱 없이 낮음을 드러내는 것이다”라고 했다.

밀양시는 매년 주최하는 ‘밀양아리랑 대축제’에서 아랑의 넋을 기리고 그 뜻을 되새기는 ‘아랑 규수 선발대회’를 열고 있다. 매년 진, 선, 미, 정, 숙 5명의 아랑규수와 10명의 모범규수를 선발한다.

‘아랑 설화’는 1927년 정인섭 작가의 설화집 『온돌 야화』에서 연유한다.

밀양에 부임한 태수의 딸 아랑이 성폭력에 저항하다 피살된 뒤 그 원혼이 신관 태수들에게 밤마다 나타나 자신의 억울함을 고한다는 내용이다.

한 신관 태수가 아랑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가해자를 잡아 처형한 뒤 원혼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여성연합은 “밀양시와 밀양문화원은 ‘밀양 아랑규수 선발대회’를 즉각 중단하고, 성인지적 관점에서 밀양아리랑대축제를 검토하라. 성평등 민주시민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즐기는 명실상부한 지역문화축제로 거듭나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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