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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성영화제에서 <베를린의 여걸들>로 한국관객을 만난 바바라 토이펠 감독 <사진·민원기 기자>

올해 서울여성영화제에서 <베를린의 여걸들(Gallant Girls)>로 한국 관객을 만난 42살의 독일 여성감독 바바라 토이펠. 작고 연약한 체구에 한껏 매력을 발산하는 가는 파마머리, 코볼에서 반짝이는 피어싱이 인상적이었다.

영화 <베를린의 여걸들>은 1980년대 말 자본과 제국주의를 반대하며 IMF 회의 반대 투쟁을 주도한 7명의 간 큰 여자들 이야기이며 이 혁명 결사체에 가담했던 감독 자신이 5년에 걸쳐 만든 회고작이다. 분단 상황이라는 점, 80년대 구호는 다르지만 범국민적인 운동이 일어났다는 점, 이런 것들이 한국과 비슷하지만 영화 속의 주인공들은 전혀 다른 모습이다. 펑크족을 방불케 하는 자유분방한 복장에 시끄러운 락 사운드, 각자의 개성을 존중하는 토론문화며 어디든 웃으면서 신나게 달려가는 모습에서 억압이나 시련 따윈 찾아볼 수 없었다. 짧은 시간 동안 만난 바바라 토이펠에게 느껴지는 기운처럼.

- 영화의 배경이 된 1987년 독일의 시대적 상황이란?

“1980년대에 좌파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주택을 공동소유하기 위해 주택 점거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찰에 의해 쫓겨났고 미사일이며 핵발전소, 군용비행장 등 건설반대투쟁을 벌였지만 결국 다 실패로 끝났다. 계속되는 패배로 상실감에 젖어 있던 1987년 5월 1일 노동절에 우리는 뜻하지 않은 해방감을 맛보았다. 베를린 경찰이 창설기념 행사로 나오지 않았고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여들었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을 보며 큰 감동을 느꼈다.”

- <베를린의 여걸들>의 목표는 무엇이었나?

“가부장제로부터의 해방, 자본주의의 파괴, 권력으로부터의 대항이다. 특히 우리는 각자의 가정에서 실현되고 있는 가부장제는 늘 자본이나 권력에 얽혀있기 때문에 단순히 정치적인 문제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 당시 여성공동체 멤버들 대부분이 레즈비언이었는데 이성애적 사랑이나 결혼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가정을 꾸리기 위한 결혼은 감옥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여성공동체는 가부장제와 싸우기 위해 만들어졌다. 여성이 해방될 수 있는 유토피아를 찾았지만 정확한 목표가 무엇이 되어야 할지 몰랐던 것 같다.”

- 구체적으로 어떻게 생활했나?

“개인구좌를 다 없애고 공동구좌를 개설해 가족처럼 공동 소유했다. 직업이 뭐든 상관없이 동일한 액수의 돈을 정기적으로 입금하는 게 원칙이었다. 지금도 그 아이디어는 좋은 것 같다. 처음에 각자의 책과 옷, 돈을 가지고 이사왔을 때 나는 오히려 7배의 부자가 됐다고 느꼈다.”

- 하지만 공동체에서 해결할 수 없는 개인적인 욕심도 생길텐데…

“개인의 욕구가 있으면 우선 집단적인 토론을 거친다. 영화에서 브라질로 떠난 멤버 2명도, 천사의 날개도 달았던 사람도 공동의 돈이 지원된 거다. 처음에는 수퍼마켓에서 약탈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공동계좌의 돈은 떨어지고 각자가 뭘 원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 본인을 연기한 배우가 언뜻 레옹의 마틸다를 닮았다고 느꼈는데 캐스팅은 어떻게 했나?

“직감적으로 이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에는 처음 출연하는 데 너무 이쁜 게 흠이다. 기존의 캐스팅과는 달리 이리저리 예뻐 보이지 않도록 옷을 입혀봤다. 하지만 페미니스트는 꼭 못생겨야 하는가. 사람들의 편견을 깨고 싶어서 영화에서는 일부러 외모에 신경 쓴다는 인상을 풍기게 했다.”

- 독일의 현대정치사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로 남을 것 같다…

“그렇다. 당시 무정부자인 여성들의 움직임을 재현하고 싶었다. 역사가들이 위에서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밑으로부터 기록을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

- 영화 제작 과정에서 가장 힘든 점은?

“예산이 너무 적었고 배우를 이끌어 가는 것이 감독의 역할이기에 큰 문제는 아니었지만 젊은 배우들이 정치적인 의식이 없어서 역할을 소화하는 데 힘들었다.”

- <베를린의 여걸들>의 실제 주인공들은 이 영화를 봤나?

“다들 보고 좋아했다. 하지만 토론하는 부분이나 캐릭터를 살려내는 부분에서 실존 인물과 다르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영화 인물과 실존 인물이 일대일의 대응관계는 아니다. 픽션이다. 어쨌든 단체가 해체된 후 영화 때문에 다시 만나게 됐다. 잊고 있었던 과거를 되돌려 준 것 같다.”

-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고 싶은가?

“역사적 사료를 근간으로 해서 18세기 남부 독일지역에 존재했던 여성 강도단, 말하자면 여성 로빈 훗을 만들고 있다. 계속해서 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통의 여성상을 완전히 깨버리고 새로운 각도에서 여성을 조망하고 싶다.”

현주 기자soo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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