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페미니즘모임이 개최한 토크콘서트에서 청소년들의 말하기가 있었다. ⓒ청소년페미니즘모임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 개최한 토크콘서트에서 청소년들의 말하기가 이어졌다.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

#“대학 시절 밥 사달라는 후배 여성에게 ‘열 달 동안 배부르게 해줄까?’라고 말한 걸 자랑스럽게 얘기하던 수학 선생님, 소름 끼친다.”

#“우리가 화장하면 ‘다방 나가는 여자들 같다’라고 하셨던 선생님이 기억난다.”

스승의 날을 맞아 학생들이 선생님들에게 감사 편지를 보내는 것과 달리 ‘우리는 감사하지 않습니다’는 내용의 편지를 쓴 학생들이 있다.

스쿨미투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의 단체인 청소년 페미니즘 모임(이하 청페모)은 지난달 4월 24일부터 11일까지 스쿨미투 등을 주제로 ‘스승의 날 맞이 편지쓰기 캠페인’을 진행했다. 이들은 11일 합정의 한 카페에서 열린 토크콘서트를 통해 편지 내용을 소개했다.

이번 행사에서는 ‘( )은 교권이 아니다’는 제목으로 각자의 경험으로 괄호를 채우는 청소년들의 말하기가 이뤄졌다. 이서연 청페모 운영위원은 ‘성폭력은 교권이 아니다’라는 문구로 학교 내에 있었던 교사의 지속적인 성추행과 이로 인해 학교에서 페미니즘 동아리를 운영했던 경험을 발표했다. 이어진 발제에서는 김나윤, 김화현 청페모 운영위원이 각각 ‘당신의 농담은 교권이 아니다’, ‘공동체는 교권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페미니즘 동아리를 운영하는 동안 겪었던 학교 내 백래시(반발심리), ‘공동체’로 여겨지는 대안학교 내 가시화되지 못한 폭력을 이야기했다.

또한 편지쓰기 캠페인을 통해 구글 폼으로 자신을 가르치거나 가르쳤던 교사에게 감사하지 않다는 내용의 편지를 접수받았고, 행사 당일 이를 전시했다.

편지에는 “교복 치마가 짧다고 반 앞에 줄 세워 회초리로 손바닥을 때렸던 학생주임이 생각 난다”는 내용이 공개됐다. 또 한 남학생은 “남고를 다니면서 참 많은 폭력을 경험했다”며 “몸이 아플 때에는 ‘남자가 약한 척 한다’는 말을 들으며 강제로 수업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미투 운동은 꽃뱀들이 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경험도 고발됐다.

한편 청페미는 전국 단위의 ‘스쿨미투’ 고발자들에게 후속 대응, 지지 활동, 심리 상담, 법률 지원을 하는 ‘전국 스쿨미투지원단’을 구축하기로 했다. 이 연합에는 청페미가 주관으로 참여하며 부산 성폭력상담소, 정치하는 엄마들, 스쿨미투 대구대책위원회, 인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지원한다.

또한 청페미는 오는 6월 청소년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위티’로의 창립을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위티는 청소년들의 자치 단위를 주요 대상으로 전국 단위의 지부·분회를 꾸리고, 더 활발하고 체계적인 청소년 페미니즘 운동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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