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물오른 생선 내놓는 것처럼 결혼을 전제로 하는 일대일 만남은 부담스럽잖아요.” 여자들의 욕망이 솔직해졌다. 모 홈쇼핑 업체의 방송·기술부에서 일하는 김아영(가명·25) 씨. 클럽프렌즈(www.clubfriends.co.kr)가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한 건 이번이 세 번째다. ‘오리엔탈바 습격 대작전’이라는 당일 파티의 스탠딩(standing) 문화가 아직은 낯선지 똑같이 쭈뼛거리고 있는 기자와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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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인맥 만들기에 나선 여성들이 늘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파티’ 통한 적극·공세형 사교문화 인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요. 아직은 선뜻 말걸기가 쉽지 않지만 그냥 보는 것만도 즐거워요.”

오가며 한두 번은 부대낄 만큼 좁은 공간 안에 네 장의 음료 쿠폰과 3, 4시간의 파티 타임이 주어진다. 누구에게 다가가 말을 걸어도 금새 친숙해질 수 있는 분위기는 나름대로 매력적이다. 화려한 소수와 평범한 차림의 다수, 보기에도 잘 생긴 남녀들이 가득 찬 파티에 어떤 여성들이 왔을지 사뭇 궁금하다.

외국계 물류회사에 근무하는 이희영(가명·26) 씨. “혈연, 학연, 지연을 배제한 다양한 직업, 연령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스스럼없이 즐길 수 있는 파티 덕분에 일주일치 스트레스가 풀린다”며 만족스런 웃음을 건넨다. 가입 후 처음 파티에 와봤다는 경희대 한의학과에 재학중인 이미영(가명·27) 씨는 “비싼 가입비 때문에 주변에서 거부감을 가지고 보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가입했다”며 “아직은 분위기에 적응하는 중”이라 흥분된 표정으로 말한다. 공예가인 김진경(34) 씨도 “매주 열리는 파티에 참석하면 회비가 비싸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며 “잘 활용하면 좋은 네트워크가 될 수 있다”고 전한다. 지난 주말 세종문화회관에서 있었던 델라구아다 공연 파티가 가장 인상 깊었다는 박기혜(가명·45) 씨는 “사람들을 만나지만 지속성이 없어 적응하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털어놓기도 한다.

딱딱한 분위기의 만남은 NO!

그렇다면 남자들은? 롯데호텔 MD팀에 근무하는 김약선(31) 씨는 선뜻 명함부터 내민다. 클럽프렌즈의 사교 원칙 가운데 하나. ‘명함만 가득 안고 돌아가지 말 것’, ‘너무 많은 사람과 친해지려 하지도 말 것.’ 충분히 시간을 즐기고 충분한 이야기들을 나누는 모습은 아름답다. 파티의 주제는 매주 바뀌고 화려해져도 만남과 사귐을 갈구하는 이들의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세 달에 5만원, 1년에 12만원으로 가입비가 저렴해 16만 명의 회원을 확보하고 있는 세이큐피드(www.saycupid.com)에도 적극적으로 사람 만나기에 나선 여성들을 만나볼 수 있다. ‘즐거운 싱글 솔루션’을 표방하는 세이큐피드는 학교, 나이, 직업 등을 인증해 남녀 회원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공개한다.

영어 스터디 모임에 가입했던 비만클리닉 전문의 윤시네(31)씨는 “사진과 프로필을 통해 서로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동호회에 나갔기 때문인지 생각했던 것보다 사람들과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며 “처음엔 이성에 대한 호기심으로 나갔지만 여자 후배들을 더 많이 알게 되어 기쁘다”고 전한다. CJ 홈쇼핑 쇼호스트 박미나(30) 씨도 우연히 또래 모임에 참석했다가 어울리는 분위기가 좋아 클럽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전한다.

다양한 내용으로 운영되는 클럽 외에도 매년 획기적인 컨셉으로 파티를 열고 있는 세이큐피드는 얼마 전 ‘개화기’라는 주제로 인사동에서 사교 파티를 열었다. 이 외에도 바비큐 파티, 래프팅, 서바이벌게임, 댄스 파티 등 2535 세대를 겨냥한 이벤트 상품이 다양해 회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고급 레저를 통한 사교 모임 클럽앤씨(www.clubnc.co.kr)에도 직장인 여성들의 활발한 참여가 있다. 작년 11월 스키 모임을 통해 클럽앤씨에 가입하게 된 강유정(까르푸 회계부 근무·28)씨는 “딱딱하게 느껴지고 한 사람만 만나야 되는 결혼정보 업체가 싫어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를 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들 업체가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파티라는 이벤트. 어떤 회원은 와인을 즐겨서, 그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또는 호기심으로, 파티에 참여하는 이유들도 가지각색이다. 가격대가 다소 비싸지만(정회원 5만원, 일반 회원 8만원) 신청이 줄을 잇는다.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장에 많은 이들이 이토록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이 파티에 열광하는 이유

클럽프렌즈의 임정선 홍보부장은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계층, 연령의 사람들을 만나 인맥을 넓혀 가길 원하고 있다”며 “기존에 한국 사회가 제공하지 못했던 인간 관계가 요구되고 있다”고 전한다. 세이큐피드의 박헌영 팀장 또한 “2, 30대 싱글들이 또래 문화와 자연스런 만남을 원하고 있다”며 “남녀를 떠나 진지한 만남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한다.

클럽프렌즈는 현재 늘어나는 회원들을 보다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비즈니스 성격의 파티와 젊은 세대들을 위한 파티를 구분해 활성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경제도 어려운데 파티라니? ‘세련됨을 가장한 또 다른 짝짓기’가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한 업체의 회원은 파티 등 사교 문화에 젊은 남녀의 참여가 늘고 있는 것은 “그런 문화가 없었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노골적이지 않게 상대 관찰하기’에 이유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한다. 석·박사 출신의 고학력, 전문직, 수려한 외모의 이성을 자연스러움으로 가장해 마음껏 관찰하고 만나볼 수 있다는 것. 또 다른 회원은 “남자들은 괜찮은 여자들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많은 반면 여자들은 그렇지 않기 때문에 가입하는 경우도 많다”고 전한다.

이박혜경(41·서울 시립대 여성학 강사) 씨는 “예전에는 동네 잔치였던 결혼이 현대 사회로 오면서 결혼 산업이 된 것처럼 일상이 상품화되고 있다”며 “사람을 만나는 행위 자체도 소비 자본주의에 걸맞게 소규모 시장이 아닌 대규모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한다. “파티, 자유, 오락, 신분에 대한 표시가 가능한 사교문화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데이트 산업이라 볼 수 있죠. 상품을 재래시장에서 사느냐 대형마트에서 사느냐 그 차이 아닐까요.”

괜찮은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운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기대하는 이들. 어떤 경우에든 한국 사회에서 만남과 연결을 중시하는 분위기는 당분간 식지 않을 것 같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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