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가요 속 성차별, 조목조목 따져보기

‘끝없는 집안일 반복 또 반복…여자라서 아내라서 여자라서 어머니라서…사랑의 이름으로 모성애의 이름으로 일할 의무만을 던져주고 일할 권리는 빼앗아갔네…나는 일이 필요해 당당하게 살아갈 일이 필요해’

페미니스트 가수로 불리는 안혜경씨가 가사를 쓰고 직접 부르기도 했던 노래 <일이 필요해>의 몇 소절이다. 이 노래는 민중가요 노래책은 물론이고 민중가요 전문 사이트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대표적인 ‘여성의 삶을 다룬’ 민중가요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민중가요는 과연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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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노래 속에서 여성은 환상일 뿐

‘케케묵은 낡은 틀 싹둑 잘라 버리고 딸들아 일어나라 깨어라… 나가자 깨부수자 성차별 노동착취. 뭉치자 투쟁이다 여성해방 노동해방.’ 현재 ‘희망의 노래 꽃다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태은씨는 여성이 주제가 된 노래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유일하게 기억에 남는 노래로 민중가요 전문 사이트(www.nodong.com)를 운영하고 있는 김호철씨가 만든 노래 <딸들아 일어나라>를 꼽았다. 숙명여대 영문학과 4학년인 이지영씨도 “딸들아 일어나라를 빼고는 여성을 이야기한 노래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들어본 적도 별로 없는 거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 <기지촌>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등이 여성에 관한 노래로 가장 많이 거론된다.

직접 노래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민중가요와 성평등 노래모임인 ‘아줌마’의 이정민 대표는 “김민기씨의 노래 <귀례이야기>나 <기지촌>은 여성노동자를 다룬 극을 위해 만들어진 노래며 그 외에는 별로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집회현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가수 최도은씨도 “80년대 이후부터 90년 초까지 주로 여성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노래한 민중가요들이 많았다. 그러나 90년 이후에는 이런 흐름이 서서히 사라져갔고 여성노동자들 소모임이 활성화되지 않으면서 소박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노래들은 이름 있는 작곡자들이 아니라 누가 만들었는지 알 수 없는 노래들이 많아 점점 불리는 횟수가 줄어들면서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김태은씨는 “여성에 대한 노래가 없기도 하거니와 그런 노래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을 제대로 가져보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아들아’를 ‘~딸들아’로

이렇게 민중가요에 ‘여성’을 이야기한 노래가 없는 이유는 민중가요의 역사에서 기인한다. 이정민씨는 “80년대부터 지금까지 운동의 역사 속에서 여성운동은 없었잖아요. 역사를 바꾸는 게 큰 목적이었으니까요. 학생운동이나 민주화운동을 하는 가운데 여성 활동가도 적었기 때문에 여성이 한 무리로 불리는 게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윤민석씨가 운영하는 송앤라이프(www.songnlife.com/Ver2)의 송은영 총괄팀장의 경우 “여성이 갖는 어려움을 다루는 노래는 필요해요. 그러나 지금까지 불려온 민중가요도 특별히 남자를 위해 만들어진 노래는 아니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자들만의 주제의식을 가진 노래가 없는 데는 노래를 만드는 사람 대부분이 남자들이라는 점도 한 요인이 돼요. 또 많은 남자들은 맘속에서 민중은 크게 봐도 자신으로 돌아오면 여자다움에 대한 환상을 버리지 못하죠. 민중가요가 목표로 내세우는 이념이 조국통일이나 민중해방 이런 것들이니까 여성이 고려되기가 어렵기도 하구요.”

한 때 노래단 ‘희망새’에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차경미씨는 <창살아래 사랑아>라는 노래처럼 감옥에 간 남자를 기다리는 장면이 묘사되는 식의 노래는 대부분 여성이 부르게 되는 사실도 이를 대변한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민중가요가 대변했던 운동은 지향하는 지점이 뚜렷한 데 반해 여성운동은 매우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어 오히려 그 목소리들을 모아내는 게 어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처럼 기존의 민중가요에 여성이 주체로 드러나지 않으면서 여성들은 ‘∼아들아’로 끝나는 노래 소절 뒤에 스스로 ‘딸들아’라는 후렴구를 붙이는 것으로 아쉬움을 달래곤 했다.

“87년부터 여성운동에 참여하면서 왜곡돼지 않은 여성의 모습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보려고 노력했어요. ‘노래를 찾는 사람들’과 작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결국 실패했어요. 가사가 있어도 노래로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죠. 여성의 노래는 여성이 만들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노동운동을 하면서도 여성들은 뒤에서 가는 경우가 많잖아요. 노래도 바로 그런 현실을 반영하죠. 운동 안에서도 여성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노래가 필요하고 일상에서도 여성의 현실을 보여주는 노래가 꼭 있어야 해요.” 안혜경씨의 주장이다.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실릴 만큼 유명한 민중가요인 <바위처럼>을 만든 유인혁씨는 “96년경에 여성 노래에 대한 프로젝트를 추진한 적이 있는데 실패했어요. 여성의 삶을 노래하는 민중가요는 만들기가 쉽지 않아요. 가사에서 예술성을 고려하기가 좀 어렵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경미씨도 “여성이 주제가 될 경우 너무 일상적인 내용이라 가사로 쓸 만한 게 없기도 하다”며 아쉬움을 표현했다.

그러나 가능성은 있다. 이정민씨는 “엄마가 바라보는 통일에 대한 이야기나 반전은 일반적인 내용과 다를 수 있어요.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려면 생활에서 우러난 노래가 나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지영씨도 제안한다. “여성문제를 다루는 민중가요가 좀 더 대중에게 다가가기 쉽다고 생각해요. 여성문제는 보통 사람이라도 많이 고민해본 내용일 테니까요. 무엇보다 꼭 필요한 일이구요.”

민중가요가 대중 속으로 파고드는 길. ‘여성’과 함께라면 더 쉽지 않을까.

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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