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 임원진 이취임식
여성단체, 독자, 정·관계 인사 300여명 성황

한바탕 웃음과 눈물, 소통과 화합, 화해와 다짐의 자리였다. 초봄, 서울 한 복판에 모인 여성들은 그렇게 어우러졌다.

여성신문 임원진 이·취임식이 열린 16일 서울 플라자호텔. 행사 시작 30분 전부터 모인 축하객들은 개회 무렵 이미 300명을 넘겼다. 호텔 관계자들이 좌석을 마련하느라 진땀을 빼는 사이에도 손님들은 몰려 들었고, ‘보듬고 북돋우는 마당’으로 이름 붙인 여성신문 최초의 임원진 이·취임식이 시작됐다.

~10-1.jpg

이날 행사엔 임정희 새 사장, 이계경 전 사장을 비롯한 여성신문 식구들과 윤후정 전 여성특별위원회 위원장, 강원룡 크리스찬아카데미 이사장 등 원로와 은방희 한국여성단체협의회 회장, 이오경숙 한국여성연합 회장 등 여성계 인사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지은희 여성부 장관, 한나라당 김정숙 최고위원, 전재희·이부영 의원과 민주당 조배숙 의원 등 정·관계 인사도 대거 참석했다.

@10-2.jpg

▶이계경 전 사장에게 공로패를 전달하고 있는 소설가 박완서씨.

떠나며 맞으며

“88년 10월 14일, 자본금 2억원으로 새 역사가 시작됐다.” 김효선 부사장이 여성신문의 15년 역사를 되짚었다. 고단했지만 보람으로 가득했고, 힘들었지만 희망으로 부풀었던 시절들이었다. 수를 헤아리기도 힘든 특종과 문제 제기, 사업들이 주마등처럼 스크린을 스쳐갔고, 참석자들은 감회에 젖었다.

이계경 전 대표이사 사장이 단상에 올랐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15년 역사의 산 증인이었던 그이기에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이었다. 지난해 그의 정치적 선택을 둘러싼 논쟁과 갈등, 크고 작은 상처도 함께떠올랐을 터.

“어려웠지만 떳떳한 15년이었다. 막상 이 자리에 서니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정당 활동 때 많은 사람에게 우려를 끼친 점도 반성한다. 내게 힘이 된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 이 전 사장은 끝내 눈물을 흘렸다. 참석자들은 화해의 박수로 화답했다.

김수자 부사장도 “여러분의 힘으로 여성신문을 만들었다”며 “오늘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아쉬움을 달랬다. 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두 사람에게 공로패를 줬다.

여성신문을 지키는 사람들

저녁 일곱시께 여성신문을 지키는 사람들이 도열했다. 여성신문을 명실상부한 여성계 대표언론으로 거듭나도록 하는데 최선봉에 설 지휘자들이다. 변주선 걸스카우트 아태지역 의장, 서은경 국제존타한국연합회장, 강정혜 법무법인 광장 파트너 변호사, 안명옥 포천 중문의대 교수가 그들.

백수경 인제대 교수, 김용님 인덱스 대표이사, 임인옥 사랑의문화봉사단 운영위원, 김을주 임성물산 대표이사, 박노례 인제대 석좌교수도 그 대열에 함께 했다. 박유희 전 학부모연대 대표, 용지연 은평여성인력개발센터 관장, 이계영 (주)남이섬 부사장, 이재우 충남 여성정책개발원 원장, 김영희 창무회 후원회장도 함께다.

도약의 발판을 마련해 줄 인사들도 이날 선뵀다. 현정택 전 청와대 경제수석, 이우영 한국경영학회 회장, 박내회 보스턴컨설팅 고문, 제프리 존스 미상공회의소 명예회장, 강석진 CEO컨설팅 회장, 백상진 만도기계 부사장, 김영철 가야미디어 회장 등 경영자문단이 주인공.

이조안 이사회 이사장이 먼저 나섰다. “한 알의 밀알이 썩어 싹을 틔우듯 오늘날 여성신문이 있기까지 많은 이들의 희생과 고통이 밑거름이 됐다”며 이 이사장은 “앞으론 재정자립을 목표로 명실상부한 언론사로 거듭나자”고 다짐했다.

임정희 사장이 바통을 이었다. “또 한 사람의 바보가 이 자리에 섰다. 이계경 전 사장은 아무 것도 모르지만 과감히 신문을 창간했다고 했다. 나 또한 살림이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여성운동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책임으로 중책을 맡았다. 발과 머리로 뛰겠다.”

김효선 부사장은 새 세대 경영인답게 “역사성과 운동성, 쾌락도 있는 여성신문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 부사장은 “신문으로 말하겠다, 지켜봐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여성계 대표들이 이들에게 다가가 꽃다발을 줬다. 은방희 여협 회장은 이조안 이사장, 이오경숙 여연 회장은 김효선 부사장, 김현자 한국여성정치연맹 이사가 임정희 사장에게.

윤후정 전 여성특위 위원장은 참석자들에게 여성신문의 도약을 위해 건배를 제안했다.

합동취재반 / 사진·민원기 기자

이계경 전 사장 퇴임사

“어려웠지만 떳떳한 15년,

미안하고 감사합니다”

~10-3.jpg

이 자리에 서면서 ‘일 많이 했다, 대단한 일을 했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 말들을 들으면서 ‘나도 고생했다는 말을 들을 자격이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지난 1954년 크리스챤 아카데미에서 활동을 시작으로 30년 동안 여성운동을 했습니다.

그 중심에 여성신문이 있습니다. 지난 10주년을 보내면서 ‘이 자리를 떠날 때는 이런 멋진 말을 해야지’하는 생각을 했으나 막상 이 자리에 서니 미안하고 감사하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네요.

명분있고 뜻이 있으면 한다는 소신으로 15년 동안 여성신문을 이끌어 오면서 직원들과 여러 어려운 사정으로 허심탄회하게 말 한번 하지 못했던 것이 죄송합니다. 또 정당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과정상에서 많은 사람들에게 우려를 끼친 점 반성합니다.

하지만 여성언론인으로서, 운동가로서 한 점 부끄럼없이 일했던 것을 떳떳하게 말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자리를 빌어 지금까지 제게 힘이 돼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특히 크리스챤 아카데미 강원룡 이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창간당시 고마움을 표현하지 못했던 초대주간 고 고정희씨에게 하늘에서나마 제 마음을 알아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임정희 사장 취임사

“창간 취지 살리면서

경영 성공사례 만들겠습니다”

@10-4.jpg

또 한 사람의 바보가 이 자리에 섰습니다. 앞서 이계경 전 사장은 단순한 생각에 아무 것도 모르지만 과감히 신문을 창간했다고 말했습니다. 저 또한 여성신문의 살림이 어렵다는 건 알았지만, 여성운동을 위해 뭔가 해야겠다는 책임감 하나로 이 자리에 선 것입니다.

제가 여성신문의 대표가 됐다고 하니까 많은 분들이 잠시 말을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며 얘기해 주셨습니다. 축하보다는 위로의 말을 하고 싶다면서 그러나 진정 축하한다고 말입니다. 그만큼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대표직을 맡은 그 동안의 6개월이 6년 같았습니다.

그만큼 여성신문의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제 자신에게는 신문의 중요성과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이 됐습니다. 여성신문을 제2의 도약기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의무감도 무겁습니다. 창간 취지를 살리면서 경영도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이조안 이사장과 김효선 부사장과 함께 발로 뛰고 머리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15주년을 맞는 올해 10월에 여성신문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박완서 선생님의 말대로 땡잡은 이가 되기 위해 열심히 하겠습니다.

~11-1.jpg

◀여성신문을 지키는 사람들. 신임 이사 19명 중 이날 참석한 이사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좌로부터 안명옥, 백수경, 용지연, 김영희, 이계영, 서은경, 변주선, 강정혜, 김을주, 임인옥, 김용림).

@11-2.jpg

▶여성신문 새 임원진. 이조안 이사장과 김효선 부사장(오른쪽).

~11-3.jpg

◀김수자 전 부사장은 “여러분의 힘으로 여성신문을 만들었다”며 퇴임소감을 밝혔다.

@11-25.jpg

▶행사장 입구에서 방명록을 작성하고, 명찰을 찾고 있는 축하객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