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의 65.4% 받는 한국 여성
BPW·YWCA·여성노동자회 캠페인 주도
법안 발의, 정부는 무관심
문대통령 “성별임금격차 15%로”
공약 이후 대책은 없어

여성노동단체 회원들이 ‘무급타파 행동단’을 결성하고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월 11일 임금차별 타파의 날, 무급타파”선포식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노동단체 회원들이 ‘무급타파 행동단’을 결성하고 11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5월 11일 임금차별 타파의 날, 무급타파”선포식을 열고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이 남성만큼 임금을 받기 위해서는 일을 얼마나 더 오래 해야 할까. 성별임금격차가 심각한 한국에서 여성은 1년을 일하고도 무려 4개월을 추가로 일해야만 남성의 1년치 임금만큼 수 있다는 것이다. 남녀임금격차를 추가 노동 기간으로 보여줌으로써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동일임금의날’이 5월에 열리는 이유다.

OECD 기준으로 우리나라 정규직 남성이 1년간 받는 임금을 100이라고 할 때 정규직 여성이 받는 임금은 65.4%로, 34.6%의 격차가 발생한다.

올해 (사)전문직여성한국연맹(이하 BPW한국연맹)는 5월 1일을 ‘동일임금의날’로, YWCA가 정한 날은 5월 7일이다. 날짜가 다른 이유는 연평균 근무일수를 YWCA는 245일, BPW는 252일로 잡았기 때문이다.

남녀임금격차 수준이 나라마다 다르다보니 날짜도 다 다르다. 동일임금의날(이퀄페이데이) 캠페인을 먼저 시작한 유럽국가의 경우 대략 2월에서 3월에 몰려있다.

독일은 3월 18일이 동일임금의날이었다. 독일의 성별임금격차는 21%로, 여성이 77일간 더 근무해야 하는 셈이다. 이날 하루 동안 독일 베를린교통공사(BVG)는 베를린의 여성들에게 지하철 운임요금을 21% 할인해 제공했다. 이같은 이벤트를 벌인 것은 유럽연합(EU) 내에서 독일이 남녀임금격차가 큰 상황에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였다고 밝혔다. 유럽연합의 평균 남녀임금 격차는 16%다.

성별임금격차와 관련한 문제를 다른 관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여성단체도 있다.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올해 5월 17일을 ‘임금차별타파의날’로 정했다. 계산 대상 자체가 다르다. 남성 정규직과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 비율인 100대 37.5를 날짜로 계산한다. 비정규직 여성은 5월 17일부터는 무급으로 일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성은 정규직보다 비정규직 고용 비율이 더 높고 ‘여성의 임금이 적은 원인이 여성은 비정규직이 많으니 어쩔 수 없다’는 논리로 합리화하는 것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다.

무엇보다 국가 차원의 대응은 미미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공약으로 성별 임금격차를 OECD 평균인 15%로 완화하겠다고 제시했으나 2019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제시된 내용은 여성친화 일자리 1만8000개 확대, 고용보험 미적용 여성 출산급여 신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지원금 확대 등이 전부다.

‘동일임금의날’을 법으로 지정하려는 법안은 지난 19대 국회 때부터 지금까지 이미 여러 차례 발의됐다. 신용현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의 경우 지난해와 올해 법을 두 번이나 발의했다. 먼저 고용노동부 소관법률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고평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서는 한 번도 논의되지 않았다. 방법을 바꿔 올해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의 논의를 진행하기 위해 여성가족부 소관법률인 양성평등기본법에 추가하는 방법으로 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현재 두 법 모두 계류돼있다. 고용노동부는 ‘신중 검토’ 입장이고, 여성가족부도 부담스러워 하다고 신 의원실 관계자는 전했다.

유럽에서는 2005년 벨기에를 시작으로 영국, 독일, 스페인 등 유럽연합 회원국들이 동일임금의날을 기념일로 지정하는 등 성별임금격차 해소를 위해 국가적 노력을 벌이고 있다. 다만 우리나라는 고용에서의 평등을 의미하는 ‘남녀고용평등 강조 기간’을 5월 25일부터 31일까지 실시하고 있다.

김은경 YWCA연합회 성평등위원장은 “성별임금격차 해소는 제20대 국회의원 총선거 당시에도 공약사항이었으나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일자리위원회에서 제안한 성평등근로감독관 채용도 흐지부지됐다. 의회에서도 여야가 함께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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