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 직접 깨는 과학계 유리천장
긍정적 지표 변화에도 아직 갈 길 멀어

지난해 열린 3.8세계여성의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유리천장 OUT'이라고 적힌 우산을 들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지난해 열린 3.8세계여성의날 전국여성노동자대회에서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유리천장 OUT'이라고 적힌 우산을 들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01년, 19살 아름이가 공과대학에 입학했다. 신입생 환영회에 가보니 여학생은 자신을 포함해 2명뿐이었다. 2006년, 공대 출신이라 직장을 잡기 쉬울 거라 기대했는데, 동기 남학생보다 힘들다. 2006년 공대 여성의 졸업 직후 취업률은 63.2%로 남성(70.6%)보다 7.4% 포인트 낮았다.

이공계 유리천장은 여전하다. 작년 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는 과학의 날을 맞아 교육부와 고용노동부 등에서 뽑은 통계를 토대로 ‘82년생 공대 아름이’의 대학 입학과 졸업, 취업, 결혼, 육아 등을 묘사해 발표했다. ‘공대 아름이’는 여학생을 찾기 어려운 공대에서 남학생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여학생을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한 TV 광고 속에 등장하는 공대 아름이의 실제 삶은 보기와는 달리 순탄치 않았다.

이공계 학과의 교수 중에 여성을 찾아보기는 더 어렵다.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백은옥 부회장은 그는 “지난 3월 서울대 전기공학부에는 73년 만에 올해 처음 여성 교수를 임명하는 등 공대 여교수 비율이 10%를 넘는 곳이 거의 없다”며 “특히 과학계는 여성이 더 소수이다 보니 진입 장벽도 높고, 진입해서도 성장해나가기 어려운 구조다”라고 했다.

부정적인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 3월 발표한 ‘2017년도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과학기술인 5명 중 1명이 여성으로 집계됐다. 여성 비율이 20%를 넘어선 건 통계를 집계한 이래로 처음이다.

이공계 유리천장을 깨기 위한 각계의 노력도 계속되고 있다. ‘1세대 여성과학자’라는 평을 받는 이공주 신임 대통령 비서실 과학기술보좌관은 한국표준과학연구원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여성 연구원들끼리의 모임을 주도하다가 1300여 명의 규모인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이하 KWSE)를 1993년 탄생시켰다. KWSE는 여성과학기술인의 권익신장 및 복지 증진을 위해 글로벌 리더십 강화 워크숍을 개최, 여성과학기술인 과학탐구교실사업 운영, 재한 외국인 여성과학자 멘토링 등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

기업들도 관심이 많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는 이공계 여성 인재 육성과 역량 강화를 위해 캠페인과 교육을 해마다 진행하고 있다. 중‧고‧대학생과 교사,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한 ‘아워 오브 코드’, ‘이공계 수업과 메이커 교육 커리큘럼 구성법 강의’, ‘2019 정보보안 전문인력 양성과정’ 등을 운영한다.

이공계의 젠더 운동을 하고 있는 ‘걸스로봇’ 이진주 대표는 “우리는 그동안 없었던 이공계 여성들을 위한 장학금 제도, 콘퍼런스, 해외 인턴십 등 젠더 감수성이 없었던 과학계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선진국에서도 이공계 여성에 대한 해시태그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계기는 지난해 여성으로서 55년 만에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도나 스트리클런드 캐나다 워털루대 교수가 선정되면서다. 수상 다음날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에 수상자들 정보가 상세하게 소개된 것과 달리 도나 교수의 정보는 한 줄 뿐이었다. 이후 영국의 물리학자 제스 웨이드 박사는 위키피디아에 여성과학자 페이지를 매일 한 개씩 만들어 그동안 평가를 제대로 받지 못한 여성 과학자의 정보와 그의 연구 업적을 꾸준히 알렸다. 일명 ‘여성 과학자를 위한 위키프로젝트’인 이 캠페인이 알려지면서 35만여 명이 넘는 사람들이 SNS에서 #WomeninSTEM, #WomeninTECH, #VisibleWikiWomen 등 해시태그를 달아 자신의 연구나 근무하는 모습을 사진과 글로 공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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