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위행위를 많이 해서인지 눈가가 검어진 것 같습니다. 치료법은 없을까요?”

“자위행위를 많이 하는 편입니다. 나중에 아기를 못 낳으면 어쩌지요?”

“자위행위를 하면 키가 안 자라나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자위행위에 대한 고민은 많고 참 다양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자위행위는 몸에 해롭지도 않고, 오히려 자신의 성적인 욕구와 반응을 스스로 알고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면에서 권장될 만하다.

사춘기를 겪으면서 인간은 다소의 차이는 있지만 성욕을 느끼게 된다. 돌이켜 보면 청소년기에 마음 깊은 곳에서 은밀하게 피어오르는 그것은 참 당황스럽고 때로는 대상도 모호하지만, 그 느낌을 갖는다는 것만으로도 죄의식까지 느끼게 하는 그런 것이었던 것 같다. 그런 성욕을 어떤 상대와 함께 성행위를 하며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성기를 자극함으로써 성적인 긴장을 해소하는 것, 나아가 성적인 만족을 성취하는 것이 자위행위이다.

그런데 이 자위행위는 강간보다 나쁘다고 생각된 시대도 있었고, 지금까지 여전히 일부 종교에서는 죄악이라고 가르치고 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고래로 자위행위를 권장했던 역사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태교의 강력한 가부장제를 기초로 하고 있는 기독교에서는 자신의 씨로 형의 후사를 잇게 하기 싫었던 오난이 형수와의 성관계에서 질외사정을 하자 그 자리에서 죽여버리고 마는 신의 분노를 통해, 생명의 씨를 버리는(?) 행위에 대해 무섭게 단죄하고 있으며 이는 자위행위에 대한 죄의식과 부정적인 속설로 21세기를 사는 우리에게까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자위행위를 하면 눈가가 검어진다, 자위행위를 하면 손바닥에 털이 난다, 좋아하는 소녀가 임신을 한다’는 무시무시한 속설로도 모자라서 서양에서는 사춘기를 맞는 남자아이들의 음경에 가시 돋친 기구를 씌우기도 했다고 한다.

동양에서는 자위행위를 하면 남성에게서 양기라 불리는 진액이 빠져나가 생식능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고 겁을 줬다.(하기는 ‘접이불루’라고 성관계는 하되 사정은 하지 말아야 강한 정력과 장수할 수 있다는 말이 아직도 남성들 사이에 신봉되는 것을 보면 자위행위로 잦은 사정을 할 때 정력에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는 말이 강력한 영향력을 청소년들에게 미쳤을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남성의 자위도 이럴진대 여성의 자위행위는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사실을 말하자면 자위행위를 해서 오르가슴이라는 느낌을 가져본 여성이 사람과의 성관계에서도 더 자주 그리고 쉽게, 많이 오르가슴을 느낀다. 그것은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손이 더 발달하고 더 세밀한 기능을 완수할 수 있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즉 자주 사용될수록 거기에 관련된 신경계가 개발되어 능숙해진다는 것이다. 또 오르가슴이라는 성적인 쾌감을 느껴본 여성은 성관계에 있어서도 자신이 몸을 움직인다든지 성감을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든지 하여 좀더 수준 높은(쾌감의 만족도가 높은) 섹스를 나눌 수 있다. 그렇다면 자위행위는 왜 그렇게 죄악시되었을까? 그것은 아마도 산업혁명 이전의 사람의 생산능력은 노동력을 통해 그 부족이나 나라의 부를 결정하게 하는 중요한 재산이었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그래서 사람이 되게 하는 생명의 씨를 그리 헛되게 낭비한다는 것은 나아가 그 민족과 나라의 안위(?)를 위협하는 죄였던 것이다.

18세기를 지나며 우리인간들은 사람의 노동력보다 월등한 생산력을 가진 기계를 이용하게 되었으며, 이때부터 우리는 성을 통해 실현해야 할 우리의 생식능력에 좀 부담을 덜게 되었다. 인간이 가진 본성인 성에 대한 학문이 이때부터 종족보존이라는 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 활발하게 논의되었고, 여성을 인간으로, 남성과 대등한 한 인격체로 보는 여성해방운동이 시작된 것은 공교로운 일이 아니다.

이제 자위행위는 ‘몸에 나쁘지 않고, 음탕한 행위도 아니며, 적절한 성욕의 해소책으로 바람직한 것’에서 ‘서둘러 마치는 것이 조루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그 감각을 충분히 즐기면서 행위를 가지라’고 권장되고 있는 자연스런 사람의 일이다. 그리고 스스로의 성적 욕구와 자신의 몸이 보여주는 성적인 반응에 대해 더 확실히 안다는 것은 성적으로 더 건강한 일이라고 성학자들은 이야기한다. 자위행위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혹자는 말한다. 남성은 97%가 자위를 하고 나머지는 거짓말을 한다고. 결국 모든 남성이 자위행위를 경험했다는 것이다. 여성의 경우는 이보다 좀 낮아서 기혼여성을 포함하여 약 60%이상이 자위행위를 한다고 한다. 자위행위에 대한 속설에서 벗어나자. 자위행위는 그야말로 우리가 성적인 존재로서 자신의 성을 통찰하고 현명하게 관리할 수 있음을 알게 하는 ‘즐거운, 그리고 평상적으로 건강한’ 행위에 다름 아닌 것이다.

배정원/ 인터넷 경향신문 미디어칸 성문화센터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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