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우주의 전사 쉬라’
만화 시리즈 리메이크 작품
여자다움·섹스어필 없는
여성 히어로의 등장

 

‘우주의 전사 쉬라’ 시즌 2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영상 캡처
‘우주의 전사 쉬라’ 시즌 2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영상 캡처
‘우주의 전사 쉬라’ 시즌 2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영상 캡처
‘우주의 전사 쉬라’ 시즌 2 중 한 장면. ©넷플릭스 영상 캡처

아이들과 같이 볼만한 추천작을 고르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이들의 나이에도 맞아야 하고 어른의 입장도 생각해야 하며 아이가 따라 해도 상관없어야 하고 편견을 강화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대중 지향의 작품은 없는 폭력성을 만들지는 않지만 존재하는 폭력성을 촉발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아동은 수퍼 영웅이 나오는 액션영화에서 영웅의 올바른 마음가짐보다는 폭력사용을 더 좋아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아이들이 수퍼 영웅의 폭력 사용을 좋아하고 모방한다는 말에 제일 먼저 떠오른 것은 여자가 악당에게 물리적 공격으로 대응하는 작품이 빈약하다는 사실이었다. 남자아이들은 남자 영웅들이 악당이 공격하면 몸으로 치고받고 하는 것이 대부분인데(어떤 무기를 얻어 강화되어도 어쨌거나 몸을 써야 한다) 여자 영웅들은 주문을 외우거나 마법을 쓰지 육체의 힘을 강화해서 직접적으로 사용하는 일이 별로 없다. 몇 안 되는 예외가 만화 ‘파워퍼프 걸’ 정도다.

마침내 이 가뭄을 견디고 강력 추천할 작품이 등장했다. 2018년에 시즌 1이 나온 넷플릭스 만화시리즈 ‘우주의 전사 쉬라’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주의 여왕 쉬라’(1985-1987)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장난감 회사 ‘마텔’의 남아용 인형 ‘히맨’이 등장하는 만화 ‘우주의 왕자 히맨’(1983-1985)의 스핀오프(파생 시리즈)로서 히맨의 쌍둥이 용사 쉬라의 활약을 다룬 작품이다. 악당을 물리치고 세계를 구하는 쉬라는 여자 아이들에게 칼을 들고 악당을 향해 휘두를 수 있는 이유를 제공한 진짜 영웅이었다.

넷플릭스의 리메이크 ‘우주의 전사 쉬라’는 쉬라를 보고 기뻐한 여자아이들이 쉬라의 외양이 아니라 용기와 행동을 좋아했음을 보여준다. 1980년대 쉬라는 용기 있게 싸우는 전사였지만 필요 이상으로 노출이 많았고, 동료 전사들의 모습은 싸우는 자의 차림이라 보기 어려웠다. 21세기 초반의 쉬라는 그 점을 완벽하게 보완하는데, 한 시즌을 열심히 달리고 나면 주인공들을 외모로 평가하는 일이 없었음을 깨닫는다. 여자가 주인공이더라도 여자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한 작품이 거의 없었던 것이고, 그게 현재까지의 세상이었다. ‘우주의 전사 쉬라’ 리메이크 그림체에 불만을 가지는 남자들 대부분은 쉬라의 미덕이 섹시한 복장이었다고 주장하는데, 그 불만 자체가 리메이크의 그림체가 왜 그렇게 나와야 하는지 알려준다. 지금까지 여자 인물이 싸우며 발차기를 하거나, 얻어맞고 쓰러지거나, 힘들어서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것까지 섹스어필과 연관 짓던 추한 버릇의 흔적일 뿐이다.

원제목을 보면 오리지널은 ‘She-Ra: Princess of Power’인데 리메이크는 ‘She-Ra and the Princesses of Power’다. 이 세계에서 공주라는 말은 힘을 지니고 정의를 위해 싸우는 자와 동의어로서, 쉬라와 함께 싸우는 전사들은 당연히 여성이다. 주인공도 여자, 악당도 여자, 사건을 이끌고 해결하는 것도 여자인 경험을 하고 나면 지금껏 남자들의 세상이 어땠는지 보인다. 여자 인물은 숨 쉬는 것 하나까지 섹스어필이 들어가고 그 어떤 업적을 이뤄도 여자니까 어때야 한다는 참견이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선사한다. 미세먼지에 익숙해져 있다가 맑은 공기로 숨 쉬는 청정지역의 기쁨이다.

오리지널에 아쉬움이 있다 했지만, 오리지널 쉬라의 제작 과정을 보면 이들의 노력이 지금 리메이크에서야 이루어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오리지널 제작자들에 따르면 인물 개발 과정에서 남자 동료들은 쉬라의 몸매 품평이나 하고 도움을 제대로 주지 않았으며, ‘히맨’ 때문에 아동들이 폭력적이 된다고 주장한 단체의 영향으로 TV 업계는 쉬라가 칼을 들었지만 실제로 칼을 쓰면 안 되고 악당을 직접 때리는 것을 금지했다. 이제 ‘우주의 전사 쉬라’는 여자 인물에게 힘을 정의롭게 쓸 수 있고 싸워야 할 때는 싸우라고 말한다. 지금껏 싸워도 얌전히 싸우라는 말을 듣고 자란 여성들과 지금 자라는 여성들에게 ‘우주의 전사 쉬라’는 당당히 싸우는 자의 용기가 얼마나 즐거운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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