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서 진행된 ‘한복 크로스드레싱 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성별을 떠나 원하는 성별의 한복을 입고 행진 중 보신각에서 앞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서울 종로구 인사동길에서 진행된 ‘한복 크로스드레싱 퍼레이드’에서 참가자들이 자신의 성별을 떠나 원하는 성별의 한복을 입고 행진 중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정실 사진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성별에 맞지 않는 한복을 입을 경우, 고궁 무료관람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차별행위”라며 문화재청장에게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인권위는 생물학적 성별과 맞지 않는 복장을 한 사람이 무료관람 대상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궁・능 한복착용자 무료관람 가이드라인’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문화재청은 한복 세계화를 위해 한복을 입으면 고궁을 무료 관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남성은 남성 한복, 여성은 여성 한복을 입은 경우에만 무료관람 대상으로 규정했다.

인권 변호사단체 회원 등으로 구성된 진정인들은 “성별에 맞는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고궁 입장료를 받지 않고 성별에 맞지 않은 한복을 입은 사람에게는 고궁 입장료를 받는 것은 성별 표현 등을 이유로 한 차별행위”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성별 표현은 복장, 머리스타일, 목소리, 말투 등 특정 문화 속에서 남성스럽거나 여성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외형적인 모습이나 행동을 의미한다”며 “고궁입장 시 생물학적 성별과 맞지 않는 한복을 착용해 입장료를 면제받지 못하는 것은 성별 표현을 이유로 불리한 대우를 받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문화재청은 “가이드라인을 정한 목적은 왜곡된 한복 착용을 막아 전통에 부합하는 올바른 한복 착용방식을 알리는 것”이라며 “고궁에 방문하는 자가 생물학적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복을 착용할 경우, 외국인 등 한복의 착용방식을 모르는 자에게 혼동을 줄 수 있고, 올바른 한복 형태를 훼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이러한 주장은 △대중의 합리적인 판단 능력이 결여된 것을 전제로 한 가능성에 불과하고 △생물학적 성별에 부합하지 않는 한복 착용 사례로 인한 한복 형태의 훼손 피해가 당연히 예견된다고 보기 어려우며 △한복 착용 방식에 대한 오인은 교육이나 설명을 통해 감소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합리적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국가기관의 정책을 통해 보호할 가치가 있는 전통은 그 시대의 사회적· 경제적 상황과 헌법이 추구하는 가치에 부합해야 하는데, 생물학적 성별에 맞는 복장 착용을 오늘날 더 이상 일반규범으로 인정되기 어렵고, 전통으로서의 가치가 피해자의 평등권을 제한해야 할 만큼 특별한 가치를 갖는다고 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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