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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몸도 눈이 있는지라 대체로 꽃미남과에 혹하지만, 가끔 눈에 혹이 들러붙었는지 꽃미남과 지구 한 바퀴 거리에 위치한 떡(미남)과에 혹할 때가 있다. 마음이 뒤집어지기 전에 눈꺼풀 먼저 훌렁 뒤집힌 게 분명하지만, 어쩌나? 이미 홀라당 뒤집혀버린 걸. 그리하여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남자 이야기냐? 맞다. 요거 이야기했는데, 그거 맞추는 거 보면, 당신 꽤 눈칫밥 먹어본 인물로 추정돼, 문득 마음이 싸하다. 아무튼, 이 몸의 독특한 취향인지 독가스 먹은 취향인지로 콕 찍은 남자가 누구냐? 둥둥둥 둥. 바로 벤 스틸러다.

물론 벤을 설명하자면 좀 우울해진다. 스타 맞나, 어찌 스타 됐나 싶게 다리 짧지(것도 무척), 심지어 휘었지(것도 X자도 아니고 O자로), 목 짧지(것도 성인 코끼리 뒷다리만큼), 머린 곱슬이지(것도 안 이쁜 곱슬), 이마는 튀어나왔지(깎아놓은 듯이 아니라 두들겨 놓은 듯이). 말해놓고 좀 오버했나 싶지만 생긴 걸로만 보면 “우욱!”하고 대뜸 기역자로 허릴 숙이고 입을 손으로 틀어막더라도 할 말 없지만, 냉정이고 나발이고 집어치우고 마음가는 대로 놔두자면 이 남자 정말 멋지다. 그 남자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부터 입가에 스르륵 미소가 고이고, 침도 고인다. 이 남자, 왜 이리 귀여운 거야?

그의 귀여움이 화면을 뛰쳐나와 내 겨드랑이를 콕 찌르던 영화로는 뭐니뭐니 해도 <메리에겐 뭔가 특별한 매력이 있다>가 최고다. 그 영화 본지 백만 년은 지난 거 같은데, 머리에 천연 젤을 바르고 히죽 웃던 메리보다 더 잊혀지지 않는 장면은 마지막 즈음이다. 바지에 이상한 게 끼는 등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우왕좌왕하던 테드(벤 스틸러), 드디어 메리와 잘될 것 같더니만 되는 일이 없는 건지 인연이 아닌 건지 막판에 또 깨진다. 와장창창. 사랑도 꿈도. 메리가 전에 사랑했으나 오해 때문에 깨졌던 남자가 다시 나타난 것. 흑흑. 그리하여 그 남자의 근육질 팔뚝에 대롱대롱 매달려 방글방글 웃는 메리를 보고는 메리의 행복을 위해 웃는 얼굴로 메리를 축복해주곤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인사하고 메리 집을 나온 이 남자. 아. 아무렇지 않을 리가 있나? 메리 집을 나오자마자 글쎄 그 휜 다리로 뚜벅뚜벅 걸으면서 그 큰길가에서 엉엉 운다. 정말 엉엉. 눈물은 뚝뚝 떨어지고 팔뚝으로 눈물을 쓰윽 훔치면서 엉엉 꺼이꺼이 소리내 우는데, 오오, 너무 귀엽다. 누가 사나이는 울지 않는 거라 했는가? 그 인간, 눈물 증발증, 감정 부족증으로 안과, 정신과에 가봐야 한다.

아무튼 이 남자가 이런 배역 전문이다. 여자 집에 결혼 허락 받으러 갔다가 사고 잔뜩 치고 왕창 쫄아서 사고를 살짝 덮으려다가 도리어 일만 더 크게 만드는 예비 신랑으로 나왔던 <미트 페어런츠>나, 다리는 딱 장롱다리에 목이 없어 슬픈 짐승인데다 섹시는커녕 섹스하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낄낄대고 웃을 만한 얼굴인데 영화 설정상 너무 잘 생긴 톱 중에 톱(발톱?)인 울트라 수퍼 톱 모델 데릭으로 나왔던 <쥬랜더>도 뭐 거기서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영화 속에서야 노상 마구 망가지지만, 이 남자 그냥 코미디 배우가 아니다. 잘 알려지지 않은 거지만(아닌가?), 꽤 인정받는 영화감독이기도 하다. 왜, 위노나 라이더와 에단 호크가 대학은 졸업했지만 취직은 먼 나라 이야기인 백수로 나와서 청춘들의 리얼한 이야기를 그린 <청춘 스케치> 보신 분? 이 멋진 영화랑, 짐 캐리가 맛이 간 케이블 가이(케이블 TV 설치해 주는 남자)로 나오던 범상치 않은 영화 <케이블 가이>를 감독한 인물이 바로 벤 스틸러다. 거기다 <청춘 스케치>에서는 자기가 감독해서 그런지 요즘 이미지와 다르게 어벙이가 아니라 스마트한 여피로 출연도 했고.

그건 그렇고, 뭐, 그의 이미지가 영화가 만들어낸 환상이란 것도 모르느냐? 알긴 알지만, 또 모르면 어떠냐? 어찌해도, 환갑 줄에 들어서서도 여전히 쫄쫄이 티 입고 설치며 지구를 구하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총질이나 해대는 바람에 보기에도 느끼하고, 보기만 하면 어디서 대바늘이라도 구해다 그 왕 근육을 쿡 찔러서라도 잔뜩 들어간 헛바람을 빼고 싶은 마음이 하늘을 찌르게 만드는 아놀드나 실베스터 같은 후까시 대마왕보다 백 배 멋지다.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여자를 구하네 어쩌네 하면서,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리 설치고 저리 설치며 저 혼자 잘난 척 세상을 구한다는 착각 속에 실은 세상을 망치는 남자들보다, 울 줄도 알고, 허둥댈 줄도 알고 좌충우돌 인간적인지라, 같이 세상을 꾸려가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소박한 남성 전문인 그의 캐릭터가 훨씬 멋지다. 그런 남자라면, “기다려. 내가 구해줄게. 넌 집에서 (조용히) 상 차려.” 이럴 것 같지도 않고. 그리하여 오늘의 결론? 벤 스틸러 오빠, 너무 멋지다지 뭐.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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