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
성평등 원칙에 따라
지난해 여성 군입대 허용
‘라곰’ 본질 이해하려면
개인의 책임에 주목해야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 ⓒ권은주기자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 ⓒ권은주기자

야콥 할그렌(Jakob Hallgren) 주한 스웨덴 대사가 지난 1, 2일 대구를 찾았다. 이종원 스웨덴 대구명예영사(화성산업 대표)가 초청한 이번 방문에서 할그렌 대사는 대구시와 대구상공회의소, 계명대학교를 찾아 문화, 예술, 학술 교류를 확대하고 상호 협력을 다지기로 했다.

할그렌 대사는 한국과 스웨덴의 유사점으로 “최고의 혁신 허브, 국제질서를 바탕으로 평화, 안보 및 규칙을 수호하고자 하는 의지”등을 꼽았다.

-스웨덴은 EU(유럽연합)의 혁신지수평가에서 1위를 차지했다. 한국에서는 아마 이케아가 가장 잘 알려진 스웨덴 회사이지만, 스카이프, 스포티파이 등 유니콘 기업이 탄생한 나라이다. 스웨덴의 혁신기업들이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

“기업가들이 회사를 창조하고 만드는데 역사적으로 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어있다. 1인 기업으로 1896년에 설립된 에릭슨은 지금은 전 세계 5세대 통신(5G)시장에서 선두를 차지한다. 한국처럼 많은 작은 기업들이 스타트업으로 시작해 세계적인 안목을 가지고 수출국으로 자리 잡으며 발전했다. 한 사람의 아이디어가 굉장히 중요하고 이를 토대로 많은 기업들이 생겨났다. 추운 날씨로 집안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며 편리와 조화를 위한 아이디어, 창의적이고 실용적인 발명이 이루어졌고 혁신기술에 대한 개발 증진 등 기업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환경도 만들어졌다.”

-조화로운 삶을 지향하는 스웨덴의 ‘라곰’ 문화에 대해 한국에서도 관심이 높다.

“라곰의 본질을 이해하려면 개인의 책임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할 때는 열심히, 쉴 때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나 재충전한 후 창의적이고 질적으로 높은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것이다. 최고가 되기보다는 한 분야에 집중하고 만족하는 삶, 삶에서 절제와 중용, 균형을 추구하는, 이런 의미로 접근하면 좋겠다. 한국은 조직의 강요, 연장자 우대 등의 문화적 배경으로 오히려 지도층에 있는 사람들이 결정을 내리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스웨덴은 이상적인 스마트시티를 구축하며 기획단계부터 정부와 산학연, 시민이 공동창작자로 참여했다. 특히 이코노미스트에서 ‘안전한 도시 지수’ 평가 1위로 선정한 스웨덴의 차세대 대중교통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스마트 도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가능성이다. 예를 들면 쓰레기 배출문제에서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환경문제, 사회적으로 지속가능한지 등 북유렵국가들에서도 중요시하고 있다. 시민들이 더 나은 삶을 살게 하는 것이 최종 목표이다. 예테보리, 말뫼, 린셰핑 스웨덴의 많은 도시들이 스마트 시티이고 일부도시에서는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시티를 만드는 것은 4차 산업혁명 같은 새로운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집이나 직장, 날씨 등과 관련된 앱을 스마트폰에 설치하면 이를 통해 사회적인 관계망이 형성된다. 자율주행 차량과 스마트운송차량 보급으로 새로운 교통혁명을 선도하고 있다.”

인터불고호텔에서 이종원 명예영사와 한스웨덴국제친선협회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한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가 협회관계자들과 ⓒ권은주기자
인터불고호텔에서 이종원 명예영사와 한스웨덴국제친선협회가 주최한 만찬에 참석한 야콥 할그렌 주한스웨덴대사가 협회관계자들과 ⓒ권은주기자

 

-지난 3.8 세계 여성의 날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유리천장지수’ 결과를 보면 OECD 29개 조사국 가운데 스웨덴은 80점을 넘겨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은 20점을 받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이렇게 극명한 차이가 나는 결정적 요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

“스웨덴 여성들은 가족과 사회적인 규범에 오랫동안 투쟁해 40년 전에 변화를 가져왔다. 스웨덴에서는 더 이상 성차별의 문제가 정치적으로 논란이 되지 않는 건 긴 투쟁의 결과이다. 더 행복한 사회를 위해서는 성평등 사회가 만들어져야한다.”

-스웨덴은 ‘성평등(gender equlity)’을 넘어 ‘성 없는(gender free)’ 사회로 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회적으로 여성인지 남성인지 묻지 않는 사회, 남녀 구분 없는 사회로 간다는 것인데.

“(남녀가) 생물학적인 차이는 있지만 교육을 통해 능력이나 자질에 따라 성평등을 이룰 수 있다는 생각이다. 10년 전 외무부에 근무할 때 대사들의 75%가 남성이었는데 지금은 45%가 여성이다. 1960년대와 70년대 스웨덴 경제의 노동력 부족은 여성의 노동시장 확대로 이어졌고 성평등을 이루는데 역할을 했다.”

- 페미니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남성성’에 대한 연구도 늘고 있다. 최근 대사관에서 스웨덴 페미니스트 단체 ‘MAN’ 프로젝트 매니저를 초청해 ‘새로운 남성성’을 논의했는데, 스웨덴은 남성의 인식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스웨덴은 천국이 아니다. 성평등에 위협이 안 되는 아이디어를 지지하고, 균형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 페미니즘도 완벽하게 정착한 것은 아니다. 일부 그룹은 여전히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 투쟁들을 가져와야 한다. 그러나 이 변화는 최고를 추구하는 지도자 남성 또는 여성이 될 수 있다.”

-지난해 스웨덴은 병역의무제와 여성 징집을 부활시켰다.

“최근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대두되면서 여성들의 군입대가 허용됐다. 이는 성평등 원칙에 따른 것이다. 스웨덴 사회의 성평등은 남녀 모두 의무와 권리를 동등하게 지니는 데서 출발한다. 18세가 된 스웨덴 남녀에게 징집을 하는데 여성들이 가지고 있는 재능을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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