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배심원들

배심원들은 살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다방면에서 의심한다. ⓒCGV아트하우스
배심원들은 살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다방면에서 의심한다. ⓒCGV아트하우스

“잘 모르겠어요.” 8번 배심원 권남우(박형식)의 이 말 한마디에 배심원들은 혼란스럽다. 배심원들이 살해사건 피고인의 유무죄를 결정해야 하는 묵직한 순간, 새롭게 등장하는 건 의심이다.

15일 개봉하는 ‘배심원들’(감독 홍승완)은 한 살해 사건 피고인의 죄를 심판하기 위해 법원에 등장한 8명의 배심원과 사건을 재판하는 사법부 간의 이야기를 그렸다. 청년창업가, 법대생, 요양보호사, 무명 배우, 주부, 대기업 비서, 무직인 등으로 구성된 배심원들은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해 재판장 김준겸(문소리)과 작은 마찰을 일으킨다. 김준겸은 배심원들의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도 원칙과 소신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2008년 첫 도입된 국민참여재판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그해 12월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했다. 유사한 사건 80여 건과 당시 판결문들을 찾아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국민참여재판은 일반 시민이 양형을 결정하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 재판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행됐다.

국민참여재판이라는 묵직한 소재이지만 영화를 무겁지 않게 그리려고 한 노력이 보인다. 8명의 배심원이 피고인의 유무죄를 놓고 서로 토론을 벌이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심각한 장면이 될 수도 있었지만 배심원들의 각자 캐릭터가 효과적으로 녹아들면서 적당한 긴장감과 웃음 코드로 버무린다. 마치 사법부를 풍자하는 듯한 장면을 보는 것도 즐거움이다. 화면은 심각한데 흘러나오는 배경음은 편안한다. 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중대한 일이지만 국민참여재판의 결과보다 재판이 큰 변수 없이 끝나기만 바라는 사법부 고위직을 꼬집는 듯하다.

영화 '배심원들'에서 재판장 김준겸을 연기하는 문소리(오른쪽). ⓒCGV아트하우스
영화 '배심원들'에서 재판장 김준겸을 연기하는 문소리(오른쪽). ⓒCGV아트하우스

자칫 더 가볍게 흐를 수도 있었던 영화의 중심을 잡는 건 문소리의 연기 덕택이다. 낮게 깔린 목소리와 강단 있는 표정, 카리스마의 교집합을 보는 듯하다. 어딘가 허술해 보이는 나머지 두 남성 재판관과는 확연히 다르다. 만약 이 영화가 남성 재판장과 두 여성 재판관의 조합이었다면 일반 법정물과의 차이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순수하고 해맑은 표정의 박형식을 보는 것도 영화의 또 다른 재미다. 진지한 문소리의 표정과 대비돼 영화는 촘촘해진다.

영화를 보는 관객이라면 마치 배심원이 된 것처럼 113분의 상영 시간 내내 머릿속이 소용돌이 칠 수 있다.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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