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 형태·출산 기피 현상
출산 지원 제도 바꿔 놓을 것

 

씰라는 스톡홀름에서 여성심리 상담 회사를 운영하며 살고 있다. 동거하면서 오랫동안 파트너와 아이를 갖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병원을 찾아 확인해 본 결과 두 사람 모두 임신을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고 낙담했다. 아이를 간절하게 원했던 두 사람은 절망에 빠졌다. 하지만 아이를 원하는 두 사람의 간절한 소망을 알고 있었던 담당 의사는 수정란 임신이 가능하다는 귀띔을 해 주었다.

이때부터 두 사람의 관계는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씰라는 난자와 정자 기증자는 알 수 없지만 자신의 뱃속에서 키워 낳은 아이는 자신의 아이와 같다고 동거파트너를 설득했지만 꿈적하지 않았다. 파트너가 둘 중 한 사람의 인자를 갖지 않는 아이는 가족의 일원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단호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고 싶은 심정이 더 절실했던 씰라는 어쩔 수 없이 동거파트너와 사랑하지만 결별할 것을 선언하고 만다. 헤어지는 것이 힘들었지만 아이를 갖고 싶은 마음이 더 강렬했기에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독신 여성이 기증된 정자로 인공수정 혹은 수정란 임신을 하는 것이 쉬운 것은 아니었다. 우선 윤리 문제로 기증된 정자와 난자로 체외수정 후 상업적 목적으로 판매하는 것이 스웨덴에서는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하지만 수정란을 수입해 와 여성의 몸에 착상을 시키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러시아에서 들여온 수정란을 씰라의 몸에 착상시켜 그녀가 원하던 임신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임신에 성공해 지금은 딸을 낳은 지 7개월이 되었다. 실제 있었던 이 이야기는 씰라가 임신 4개월이 된 시기부터 인터뷰를 시작한 스톡홀름 한 일간신문에서 소개된 기사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20~30대 독신여성들이 시험관 수정이나 기증자의 난자와 정자로 수정란을 착상시켜 아이를 낳는다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었다. 주로 자연임신이 되지 않는 동거부부나 혼인부부들이 비싼 비용에도 불구하고 마지막 방법으로 사용할 뿐이었다. 하지만 20·30대 여성 1인가구가 늘어나는 사회적 현상과 함께 법 제도도 함께 변화할 수 밖에 없었다.

스웨덴의 467만 가구 중 184만이 1인 가구를 구성하고 있다. 전체 가구 중 39.4%를 차지한다. 인구로 계산하면 전체 1000만명 중 18.4%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 중 임신 가능한 20~40대 중반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0만명 정도다. 그 중 독신여성들이 임신을 원하는 사례는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스웨덴 사회는 최근 20년 동안 급격히 변화하는 추세다. 젊은이들이 결혼하지 않고 동거를 하면서 아이를 낳지 않거나 독신으로 사는 경우가 일반적 현상으로 자리를 잡으며 출산율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정부와 의회 정당들이 사회의 변화에 맞춰 법 제도를 정비하고 있는 이유다. 이와 함께 성소수자의 인권 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양한 변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의회에서의 격론을 거쳐 동성동거는 1995년부터 법적으로 인정되었고 동성동거부부도 복지 관련 혜택을 이성부부와 동일하게 적용받게 되었다. 동성 간의 혼인은 2009년부터 법적으로 인정되기 시작했다. 동성결혼이 인정됨과 동시에 동성 부부의 입양도 일반 부부와 동일하게 허용되었다. 2005년부터 동성 부부들이 인공수정을 통해 시험관 아이를 가질 수 있도록 허용되었고, 가장 보수적인 스웨덴 교회에서조차 2009년 11월부터 교구 목사가 동성 부부의 결혼예식을 주재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씰라의 경우처럼 아직 스웨덴에서는 수정란 기증 방법을 허용하고 있지 않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법 개정을 통해 2020년부터 정식으로 허용되면 더욱 활성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동거·혼인 부부가 국가병원에서 인공수정을 통한 시험관 아기를 원할 경우 기초비용을 제외하고 국가에서 전액 지원해 주고 있다. 아직 독신에게는 수정란 임신에 대한 국가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지만 독신 가정이 미래의 가족 구성의 핵심으로 자리를 잡게 되면 언젠가는 시행될 날도 멀지 않다. 입양정책도 변화해 독신자들도 입양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이루어진 지 오래다.

독신 가구 증가와 출산 기피 현상은 스웨덴뿐 아니라 이웃 덴마크와 노르웨이도 예외가 아니다. 이 같은 현상에 맞춰 각국은 위협받고 있는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출산장려금보다는 주로 출산과 관련된 직장 내 차별 금지, 출산휴가일수의 확대, 남성출산휴가 의무제, 아동돌봄시설 확충, 여성친화적 노동시장정책, 그리고 방과 후 프로그램 등과 같은 교육정책을 손보고 있다.

사회의 급격한 변화는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어쩌면 경제성장과 민주화의 속도만큼이나 사회변화속도는 다른 어떤 선진국들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지 모르겠다. 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국가미래 경쟁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우리나라의 정서와 문화에 맞는 정책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수렴이 필요하다고 본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