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인권운동가이자 방송인인 홍석천씨의 문화비평 ‘생긴대로 살기’를 이번 호부터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내 또래의 사람들은 그들의 사춘기를 홍콩영화, 홍콩스타와 함께 했다 해도 별로 틀리진 않을 것이다. 그만큼 그때의 홍콩배우들은 우리에게 매력적인 모습을 보였고, 우린 가슴속에 한둘씩 그들을 사모하고 있었다. 나 또한 예외가 아니어서 특별히 장국영에 대한 거의 무조건적 우상화에 스스로 몸살을 앓았으니까…. 그런 나의 우상이 지난 만우절날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나버렸다. 난 슬픔을 견디기 위해 술을 마셔야 했고 팬의 입장에서 처음으로 다음 카페에 글을 남겼다. 다음날 한 스포츠지 기자가 연락을 해왔고 인터뷰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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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천의 첫사랑 장국영…. 정말 유치한 제목의 그 1면 톱기사 덕에 요즘 맘이 무척 괴롭다. 욕도 많이 얻어먹고 어떤 분은 고맙게도 내 진심을 알아주고 격려해 주는 분도 계시지만, 솔직히 난 내가 이야기한 게 무슨 그리 큰 잘못인지 이해할 수 없다. 그가 동성애자인지 아닌지, 그게 뭐 그리 궁금한 건지, 그게 뭐 그리 중요한 건지. 장국영은 뛰어난 연기자요, 빛나는 가수였다. 난 단지 그것만으로도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모든 이유가 됐는데 세상에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나보다. 그의 잠자리 상대가 누구고 그것이 꼭 여자여야만 용서가 된다는 식의, 달리 말해 장국영과 게이인 홍석천을 같이 연결시키는 것조차도 재수 없어 하는 것 같다. 그 말은 결국 홍석천 자체를 평소에 재수 없고 인정하기 싫다는 의미일까?

난 이번 일로 인해 한국 사회가 동성애에 대해 아직도 심한 편견을 갖고 있음을 절실히 깨달았다. 물론 그 기자가 쓴 글이 지극히 말초적이고 흥미 위주로, 신문 부수나 늘리기 위해 날 이용했다고 쳐도, 기본적으로 “어디 너같은 게 감히 장국영과 이름을 같이 들먹이냐”란 반응에는 헛웃음만 나온다. 물론 나도 경솔한 부분이 있었다. 좋아하는 감정 하나로 내 의견을 말한 것뿐인데, 방향이 이상하게 흘러간다. 아는 동생이 지하철을 타고 가다가 남자 셋이서 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단다.

“장국영이 죽었는데 왜 지가 울었대? 왜 인터뷰했대? 인기 떨어지니까 신문에 한 번 나와서 인기 좀 끌겠다는 거겠지 뭐.” 하하. 난 그 정도의 인간은 못 된다. 남 안된 일을 이용해서 이득이나 보려는 인간은 아니라는 거다. 못 믿겠다면 나도 어쩔 수 없지만 말이다. 그런 오해는 이젠 지겹다. 그리고 이제 ‘인기’란 것과는 담쌓았다. 내가 인기 생각만 했다면 미쳤다고 커밍아웃을 했겠는가? 그리고 언제 인기인 대접 해 준 적이나 있었나?

솔직히 아무한테도 말하지 않고 홍콩에 있는 배우 친구한테 가서 장국영이 떠나는 마지막 모습이라도 같이 보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러면 또 입방아에 오르내릴 거고 그럼 가족들부터 아니, 나도 사람이니 견디기 힘들어진다. 그래서 포기했다. 그저 조용히 내 우상이 편히 쉬길 기도하는 일밖에….

이런 하나 하나가 날 힘들고 지치게 한다. 잘 견디려고 입술 꽉 깨물고 있는데 재갈을 물려 말도 못하게 하려 한다. 숨막힌다. 그냥 놔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장국영의 죽음이 어떤 이유에서건 간에 동성간의 사랑문제든 우울증이든 아님 타살이든, 그것은 결코 한 가지 사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을 것이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장국영의 유리처럼 맑고 깨지기 쉬운 여리고 아름다운 감성을 산산조각 나게 한 근본원인은 다름 아닌 사회 전체의 책임이라는 것이다. 유명인의 삶은 고달프다.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도 없다. 마음대로 사랑할 수도 없다. 더욱이 내가 진정 사랑하는 사람이 동성이라면 더더욱 힘들 수밖에 없다, 맘대로 소리내어 울 수도 없다. 수많은 눈과 입과 귀들이 사방에서 감시하고 조종한다.

그 모든 것들을 하나의 자연인으로 견뎌내기란 그리 넉넉지 않다. 하지만 난 부딪쳐 볼란다. 이대로 쓰러지기엔 내가 너무 억울하다. 그냥 사라져버리고 싶은 유혹이 수없이 많더라도 자유롭게 날아가고 싶어지더라도 꿋꿋이 두 발로 이 땅에 서련다. 모르겠다. 이렇게 자신하면서도 자신 없어지는 건 내 하루하루가 너무 치열한 삶이어서일까? 힘이 떨어지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이승에서도 별이었고 이젠 영원히 지지 않는 별이 된 고 장국영님의 진정한 자유로움을 위해 난 또 숨쉬며 살아갈 것이다. 가슴 속 깊이 님의 명복을 빌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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