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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철 딸기 보기를 불현듯 부닥친 꽃미남 보듯이 하고, 딸기우유 보기를 프랑스산 와인 같이 하고, 딸기 가방 보기를 루이뷔통 가방 보듯 하는 이 몸이 오늘 만난 인물이 바로 딸기 언니다. 웬 딸기 언니? 석류라도 되냐? 하겠지만, 실제 우리나라 국보급 귀여운 캐릭터 ‘딸기’를 탄생시킨 장본인, 바로 윤지니씨다. 새빨간 머리에 뾰족한 턱,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두 뺨엔 홍조성 줄이 삭삭 그려져 있는 이 귀여운 딸기를 누가 만들었을까 궁금증이 퍼뜩 치밀어 만난 그녀, 그녀가 대뜸 말했다.

“저 쿨걸 아니에요. 꿀걸이에요. 후훗. 꿀꿀한 걸, 꿀 걸!”

이렇게 말을 뗐지만 천만에? 스타일리쉬한 청자켓에 점점이 무늬 역시 디자인스러운 칼라 있는 셔츠를 받쳐입고 가느다랗고 짧게 싸악 두르는 숄을 목에 걸친 그녀가 어디 꿀꿀해? 꿀꿀한 걸로 치면 우리 편집국에 많다. (이크!)

“아, 딸기는요. 쌈지에 다닐 때였어요. 약간 다른 문구나 뭐 그런 걸 만들어 보잔 이야기가 나와서 딸기를 만들게 됐어요. 그런데 그게 인기를 끌면서 커진 거죠. 지금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요. 제가 보면 약간 달라요. 기분요? 뭐 좀 그렇죠.”

그녀는 지금? 프리랜서다. 한때 쌈지에 몸담고 디자인팀 뿐만 아니라 홍보팀까지 두루두루 이 팀 저 팀 돌며 다양한 끼를 펼치던 그녀는 최근 독립했다. 회사로부터. 말하지 말라니 말은 못하겠는데, 딸기를 능가할 새로운 캐릭터를 숨겨놓고 호시탐탐 데뷔를 노리는 중. 얼마 있으면 자신만의 웹사이트도 오픈한다.

“요즘은 일러스트도 해요. 패션잡지에 일러스트 그리구요. 에도 하나 연재중이에요. 구름이라고...”

구름(goorrm)이 뭐냐? 이번 4월호 페이퍼 117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데, 이번 주제는 ‘춘곤쯩’이다. 잠깐. 이거 오타 아니다. 춘곤증 아니고 춘곤쯩이다. 이게 뭐냐면, 봄철에 찾아오는 춘곤증에 대비해 보건당국이 발급해 주는 증표가 바로 이 ‘춘곤쯩’인데, 이 쯩만 갖고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맘 놓고 잘 수 있다나? 발급처가 어디냐고? ‘뜬구름 국민건강 연합회’다. 으헉. 두루뭉수리 하지만 눈사람 같기도 하고 꽤 귀여운 구름 얼굴이 그려진 이 캐릭터를 만들고 좀 웃기는 이야기를 모두 그녀가 만들었다. 역시 귀엽다.

요즘 뭘 좋아하죠?

“야채 먹는 거 좋아해요.”

윽. 드레싱도 만들고...?

“아니. 그렇게 거창한 건 아니구요. 그냥 인터넷으로 유기농 야채를 주문해서요. 이거저거 쌈 식으로 먹어요. 그런데 확실히 달라요. 야채를 많이 먹으면요. 확실히 피곤하질 않아요.”

“옷도 좋아하지 않나요?”

“네. 좋아하죠. 그런데 예전만큼은 아니에요. 요즘은 별로...”

“쇼핑은 주로 어디서 하세요?”

주로 외국 나갈 때 사요. 우리나라에선 세일할 때 사거나 하는데, 그러면 꼭 같은 옷을 입은 사람이 있어요. 그게 싫더라구요."

어머. 외국 자주 나가나봐.

“예전엔 시장 조사차 1년에 두어 번은 나갔어요. 나가서 요즘 문구나 그런 거 디자인 경향도 보고. 그럴 때 옷도 사요. (하얀색에 독특한 무늬가 놓인 셔츠를 가리키며) 이것도 그때 샀어요. 바지도. 이 청자켓도. 요즘도 나가요.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는 거 같아요. 아무래도 요즘 유행이나 그런 것도 봐야 할 것 같고.”

책 같은 건요?

“많이 보죠. 요즘은 이 좋더라구요. 직업 때문인지 몰라도, 외국 잡지는 꽤 봐요.”

요즘은 클럽 안 가나? 전에는 홍대 앞 클럽에 자주 갔던데. 맞다. 기억났다. 내가 앱솔루트 마구 들이키고 나오다 퍽 엎어져 내사랑 안경을 와장창 깨먹었던 클럽. 거기서도 그녀를 봤더랬다. 만나자마자, “어?”그녀도 “어?”. 이크. 아는 얼굴임을 확인하고 온갖 확인사살을 하던 바 안 건데, 그녀와 나는 노는 바닥이 비슷했다.

“몇 년 전이죠. 요즘은 잘 안 가요. 술도 잘 안 하고.”

그럼 뭐 하고 살지?

“집에서 끄적대다가 영화도 보고..”

잠깐! 영화? 뭐 봤는데?

“요전에 어바웃 슈미트 봤는데. 졸려서 혼났어요.”

헉? 나도. 앗. 이런 이야기하면 평론가들한테 돌 맞는데. 너, 기자 맞냐? 눈도 없는 것하고.

“무슨 반전이 있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뭐가 반전인지 모르겠어요. 캐시 베이츠가 갑자기 옷 벗고 잭 니콜슨이 들어가 있던 탕에 들어오는 게 반전인가? 그게 반전이에요?”

“음... 아마 아닐 걸요?”

역시 자다 깨다 비몽사몽 영화를 본 이 인간 할 말을 잃는다.

“유희 언니랑 같이 봤는데. 유희 언니가 그러더라구요. 평론가들이 좋아할 영화네.”

“영화 좋아하나봐요?”

“뭐 꼭 그렇진 않은데. 맞다. <쥬랜더> 봤어요.”

“오호. 봤어요. 봤어. (손뼉을 마구 치며) 그거 너무 재밌지 않아요?”

“정말요. 너무 재밌었어요. <미녀삼총사>도 재밌었고. 그런 영화 좋아해요.”

그리하여 캐릭터 디자이너를 데리고 캐릭터 이야길 하려던 조은미 기자는 (목적) 의식을 잃고, 그녀와 마구 떠들기 바빴다. 곧 이사 간다는 그녀 집에 꼭 놀러가기로 하면서. 그녀가 마구 모아놨다는 노트와 온갖 인형들을 구경할 생각에 부풀어 인터뷰는 그렇게 쫑이 났다.

조은미 기자coo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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