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시네마·아리랑시네센터 등 '맘스데이' 운영
상영관 조명 켜고 음향 줄여 어린자녀 배려
기저귀 교환대·물티슈 비치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맘스데이’ 행사 27일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려 부모와 아이들이 영화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맘스데이’ 행사 27일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려 부모와 아이들이 영화상영을 기다리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아이가 있으면 눈치가 보이더라고요. 주변에서 민폐라고도 하고요.” 지난달 27일 오전 한 엄마는 4살 딸을 데리고 서울시 성북구 문화공간 아리랑시네센터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이날은 부모가 아이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맘스데이’(Mom's Day) 특별 상영 날이었다. ‘뽀뽀로 극장판 보물섬 대모험’ 유료 상영이 진행됐다.

보고 싶은 영화가 있어도 어린 자녀가 있으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자녀가 떠들까봐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아이의 기저귀라도 급하게 갈아야 하는 순간이면 난감하다. 그래서 일부 영화관에서는 자녀와 부모가 함께 마음 놓고 영화를 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멀티플렉스 롯데시네마는 올해로 7년째 ‘mom(맘) 편한 엄마랑 아가랑’ 이벤트를 열고 있다. 올해는 전국 30곳 영화관에서 48개월 미만의 아기를 동반한 고객을 대상으로 매주 화요일 2회 차 상영 때 이벤트를 한다. 해당 상영관 외부 주변 통로에 기저귀교환대, 물티슈 등을 준비한다. 아리랑시네센터는 2015년 3월부터 정기상영으로 ‘맘스데이’를 운영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 1회 차 때 진행한다. 이곳 상영관 내에도 한쪽에 기저귀교환대와 물티슈가 준비돼 있다. 세종시는 지난해 9월부터 매달 한 번 멀티플렉스 CGV세종, 메가박스세종, 세종시건강가정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공동으로 ‘맘스 with 무비’ 프로그램을 열고 있다. 매달 시민들과 영화전문가가 참여한 상영작선정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친 뒤 상영작을 선정한다. 

이들 행사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상영관 내 조명 일부를 켜고 음향을 조금 줄인다는 것이다. 큰 소리와 어둠을 두려워하는 아이들을 위한 배려다. 보호자가 동반돼도 영유아가 입장할 수 없는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의 영화는 틀지 않는다. 자극적인 장면의 영화는 사전에 보고 배제한다. 예매율 높거나 인기작 위주의 영화를 상영한다.

27일 상영을 30분여 앞두고 찾은 아리랑시네센터 1층은 대기하는 아이들과 엄마들로 가득 찼다. 아이들은 대부분 48개월 미만이었다. 갓난아이는 없었다. 이날 140명이 특별상영에 찾아 상영관(175석)을 가득 메웠다. 부모가 함께 온 가족도 눈에 띄었다. 떠들썩하던 상영관은 영화가 시작하자 이내 조용해졌다. 뽀로로와 친구들이 신비의 보물섬에서 벌이는 악당과의 싸움에 아이들은 집중했다. 상영을 시작하고 얼마 안 지나 한 아이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서서 영화를 보기 시작했다. 눈치 주거나 제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맘스데이’ 행사 27일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려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맘스데이’ 행사 27일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려 아이들이 영화를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아이들이 영화에 집중하는 사이 일부 엄마들은 스마트폰을 바라봤다. 보통 조명이 꺼진 영화관이라면 민폐였겠지만 이곳에선 조명이 켜져 있어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았다.

‘맘스데이’ 프로그램을 담당하고 있는 이슬비 아리랑시네센터 홍보 담당은 “엄마에게 휴식을 주는 시간은 아니다. 계속 돌봐야 하기 때문이다. 아이와 같이 (영화를) 볼 수 있으니 오는 거다. 진짜 휴식을 줄 수 있는 방안을 고민 중”라고 말했다. 그는 “부모들이 보통 공공장소에서 아이가 있으면 주변 눈치를 너무 보더라”며 “그래도 한 회 차 정도는 편하게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그는 “마블 영화가 하면 평일에 아빠들이 ‘맘스데이’를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맘스데이’ 명칭 변경에 관해선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 씨는 이날 영화가 끝날 때까지 상영관 문 앞을 지키고 있었다. 영화 중간중간 화장실을 가고 싶어 하는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아이를 안고 밖으로 나왔다. 이씨는 “아이가 있어 손을 쓸 수 없는데 이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 많다”고 말했다. 영화 시간이 30분쯤을 남겨뒀을 때 한 아이의 손을 잡은 엄마가 영화관을 아무렇지 않게 나섰다. 이 씨는 “아이가 어리다보니 집중력이 길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맘스데이’ 행사 27일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려 엄마가 유아용 방석을 쌓은 좌석에 아이를 앉히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부모들이 아이와 함께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맘스데이’ 행사 27일 서울 성북구 아리랑시네센터에서 열려 엄마가 유아용 방석을 쌓은 좌석에 아이를 앉히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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