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미(寄附美, give-me)
기부미(寄附美, give-me)
  • 이현재 서울시립대 도시인문학연구소 교수
  • 승인 2019.05.02 09:14
  • 수정 2019-05-02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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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재단 100인 기부 릴레이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100인 기부릴레이 2019 발대식’에서 ‘100개의 작은 디딤돌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슬아 이끔이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100인 기부릴레이 2019 발대식’에서 ‘100개의 작은 디딤돌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슬아 이끔이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기부는 베푸는 행위인가? ‘베풂’은 흔히 불쌍한 사람을 돕는다는 의미로 이해된다. 따라서 베푸는 식의 기부는 일은 자칫 우월성을 확인하는 일에 지나지 않을 수 있다. 거기에는 타자에 대한 관심이 없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부는 착한 행위인가? 착하다는 말은 기존의 관습적 규범을 잘 지킨다는 말로 통용되곤 한다. 그렇다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더 많은 권리가 포함되는 사회로 바꾸는 일에 기부하는 일은 단순히 선행이라는 말로 표현될 수 없지 않을까? 

나는 기부가 존재의 아름다움, 미(美)라고 생각한다. 우월하거나 착한 존재가 아니라 아름다운 존재를 발현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페미니즘에, 한국여성재단에 기부한다는 것은 관습적인 젠더 규범을 넘어 미래 사회를 위한 새로운 규범을 함께 마련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자신의 존재를 변화시키는 여정을 시작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진리, 새로운 규범, 새로운 주체를 만드는 일에 함께 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기부는 프랑스 철학자 푸코가 말했던 바로 그 ‘존재의 미학’이다. 

나는 가난한 딸들이 가난한 딸들을 돕는 광경에 익숙하다. 여성단체 관련하여 일을 해 본 사람이면 누구든 알고 있다. 살림이 얼마나 빠듯하게 꾸려지는지! 그 바닥이 얼마나 좁은지! 그 현실은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다. 2015년부터 다시 부상한 페미니즘은 거대한 해일로 넘실거렸지만 그 물결에 몸을 실었던 청년 페미니스트들은 물질적 기반이 탄탄하지 않았다. 온-오프라인을 잇는 네트워크 페미광장을 시작할 때에도, 성폭력 폭로전, 사이버성폭력 아웃, 낙태죄 폐지 운동 등을 이어나갈 때에도 페미니스트 연구자와 활동가들은 가난한 서로에게 의지했다. 그러나 2016년, 한국여성재단은 ‘우리’의 반경을 넓히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온라인에서 넘쳐나던 여성혐오, 고소고발 등 여성들이 봉착한 곤경을 발화할 수 있는 간담회 자리를 마련해 주었을 뿐 아니라 제3회 여성회의를 주최하여 다양한 세대의 페미니스트들이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특히 여성회의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서로의 생존을 확인했을 뿐 아니라 세대와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공감하고 논쟁할 수 있었다. 작은 ‘우리’가 좀 더 큰 ‘우리’가 되는 사건이었다. 

나 역시 그 때 한국여성재단을 처음 알게 되었고 올 해는 영광스럽게도 ‘차별과 편견없는 서평등사회 만들기 100인 기부 릴레이’ 이끔이 주자로까지 뛰게 되었다. 올해로 17번째 진행하는 이 기부 릴레이는 ‘남녀노소 국적불문 누구나 안전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모금 캠페인’으로 누구나 소액으로도 참여할 수 있다. 조성된 기부금은 특히 ‘성평등사회 조성사업’을 위해 사용되는데 가령 2017년에는 ‘전국 페미니스트 네트워크 강화사업’(범페미네트워크), ‘재생산권 확보를 위한 담론 확산 및 입법 방안 검토’(한국여성단체연합) 등 성평등 문화 확산 및 여성운동 활성화 사업이, 2018년에는 ‘사이버성폭력 피해자 지원을 위한 국제연대 프로세스 구축’(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의심에서 지지로, 함께 하는 성문화운동’((사)한국성폭력상담소) 등 여성이 안전한 세상 만들기 사업이 이 기금으로 진행되었다. 

4월 현재 100인 기부 릴레이 특별홈페이지(www.womenfund.or.kr/relay)가 활짝 열려있으며, 수시로 기부를 원하시는 분들은 재단 홈페이지(http://womenfund.or.kr/)를 통해 ‘딸들에게 희망’을 선사할 수 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착한 일이 아니라 세상을 성평등하게 바꾸는 일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이 세상에 맞는 새로운 ‘나’를 꿈꾸는 것이다. 이 존재의 미학에 함께 하시려는 모든 분들은 Give Me! 기부미(寄附美, give-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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