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난 세 여자, 에코 페미니스트를 만나다] 케냐의 음식 유실과 낭비 반대 운동
[길 떠난 세 여자, 에코 페미니스트를 만나다] 케냐의 음식 유실과 낭비 반대 운동
  • 최형미 여성학자
  • 승인 2019.05.10 16:44
  • 수정 2019-05-14 18: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환경운동가 시프리아노 다큐감독

 

함께 카메라를 살펴보고 있는 환경운동가 시프리아노가 다큐 감독 유혜민. @최형미
함께 카메라를 살펴보고 있는 환경운동가 시프리아노와 다큐 감독 유혜민. @최형미

케냐의 마사이마라에 도착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세 여자의 여행은 이처럼 특별한 기회를 선물로 주었다. 우리를 가장먼저 반겨준 것은 코끼리 때였다. “코끼리집단은 모계사회다. 암컷이 무리를 이끌고, 밤에 잠을 잘 때 새끼들을 가운데 놓고 엄마코끼리들이 둘러서서 밤새 보호한다.” 사파리를 가르며 가이드가 목소리를 높였다. 코뿔소가 지나가자 그는 코뿔소도 수컷들은 서로 경쟁하고 싸우느라 집단에서 떠나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거친 들판에서 어린 야생동물들을 지켜낸 것은 흥미롭게도 모성이었다.

처음 두어 시간은 흥미로웠고 신기했다. 그러나 곧 이 모든 것은 간단하게 정리되었다. ‘이정도면 내 인생도 멋지다’. 그리고 차츰 끝없이 펼쳐진 초원이 지루하게 느껴졌다. ‘뭐 눈앞에서 졸고 있는 사자를 보는 것이 뭐 그리 대단한 것이겠는가?' 심지어 옆 자석에 앉은 일행은 덜컹거리는 지프카에서 불편하고 비싼 휴식의 잠을 자고 있었다. 이해가 되었다.

저녁이 되자 함께 사파리를 돌았던 스웨덴과 러시아 여자들이 와인을 들고 식당으로 모였다.  “내생에 이런 경험은 잊을 수 없다. 코끼리를 이렇게 가까이 볼 수 있다니, 마사이 마라의 아름다운 풍경은 최고다. 내일 떠난다는 것이 너무 아쉬워.” 별들이 가득한 마사이 마라의 밤하늘 아래서 자연의 아름다움에 경탄의 축배를 들었다.

사람을 만나고 ‘자연에 관해’ 대화하는 것은 즐겁다. 그러나 ‘자연과 대화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자연과 함께 노는 법을 배우지 못하니 자연이 지루했다. 자연은 보호의 대상일 뿐 나와 영감을 주고받는 파트너는 아니었다. 자연 앞에서 ‘그래 나 멋져’ 라고 말하는 나는 자연을 눈으로 보았을 뿐 자연을 가슴으로 들여오지 못했다.

사파리 투어하면서 만난 사자. ©최형미
케냐 사파리 투어를 하면서 만난 사자. ©최형미

케냐를 떠나는 마지막 날, 환경운동가 시프리아노(이하 시피안)를 만났다. 수가 놓인 전통의상을 입은 시피안은 우리를 반겨주었다. “케냐의 환경문제는 세 가지다. 벌목, 플라스틱 그리고 음식유실과 낭비다.” 어릴 때부터 자연에 대한 사랑을 키워왔다고 자신을 소개한 그는 나무와 대화하고, 그들의 소리를 듣고, 응답하는 것을 배웠다고 했다. 시피안은 나이로비 대학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고, 졸업 후 환경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벌목반대 운동을 했다. 모든 나라의 토지 10%가 숲으로 덮이길 바란다. 사람들이 자연세계를 파괴한 것이 안타까웠고 이것은 시급한 문제라고 본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 나무심기는 가장 간단한 기술이지만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란다. 그는 사진을 찍고 다큐를 만들며 아프리카 전역 뿐 아니라 아시아와도 함께 나무 심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환경운동을 하며 그가 최근 집중하는 분야는 음식유실과 낭비 반대 운동이었다.

“케냐에서 아직도 굶는 사람이 370만명이나 있다. 그러나 농산물은 생산, 가공, 포장, 운송 등 벨류체인(Value chain)마다 유실되어 50%만이 생산자에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른다. 이 문제만 해결되면 아무도 굶지 않는다. 기아문제해결은 GMO가 아니라 정부정책과 유통개선이다.” 그는 올해 3월 다큐 영화 <식량유실, 생산에서부터 버려지기 까지(Food Waste, from the Farm and to the Dump)>를 새로 만들었다며 내게 보내주었다. 음식낭비는 기아해결 이슈만 연결된 것이 아니라고 시피안은 주장한다.

버려진 음식에서 나온 메탄은 기후 변화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그의 다큐에서, 상처난 토마토를 헐값으로 중간상인에게 넘기며 울먹이는 농부의 목소리를 담았다. 색깔이 선명하지 않고, 뒤틀리거나 혹은 크기가 맞지 않아 판매되지 못하고 폐기 되는 농산물을 담았다. “농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 지구상에 가장 많다. 땅은 고무줄도 아닌데, 그들에게 더 많은 독(농)약을 쳐서 더 많이 생산하라고 요구할 수 없다. 식량유실을 막아 사람들이 함께 먹을 것을 고민해야 한다.”

남성 에코페미니스트 시피안은 나이로비에 비가 내렸다며 SNS에 포스팅을 올린다. “친구들, 오늘 비가 왔다면 그곳에 나무를 심지 않겠니?”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