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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박향미>

부모의 유산을 둘러싼 싸움은 매우 심각하다. S씨의 아버지는 평생 농장 일에 온 힘을 다 기울이면서 힘들게 살아왔다. 원래 완고한 성격 탓이기도 하지만, 아들이나 딸들에게 매우 엄했고, 특히 돈에 대해 매우 인색했다. 부인하고도 다정하게 살아본 적이 거의 없었고, 50대 중반에 부인과 사별한 후에 농장 근처에 살던 중년여성과 결혼하였다.

농장 주변의 땅값이 크게 오르면서 자식들은 아버지가 땅을 좀 팔아서 자신들의 주택자금이나 사업자금을 대주기를 바랬지만, S씨의 아버지는 땅에 대해 강한 애착을 보이면서 오히려 땅을 점점 더 늘여갔고, 살림은 점점 더 검소해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지고 의식을 잃은 상태로 식물인간이 되고 말았다. S씨의 형제와 자매들은 처음에는 그 넓은 농장을 일구느라고 일평생 고생만 하신 부모님을 생각하면서 형제들끼리 사이좋게 지낼 것을 약속하며 한 달에 한번씩 친목 모임도 가지면서 노력했다. 그러나 아버지는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고, 상속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형제끼리 유산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유산 다툼은 가히 살인적이었다. 형제들의 욕심은 점점 커졌고, 배우자들까지 개입되면서 유산 다툼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아버지를 성심껏 간호했던 유일한 사람, 새어머니에 대해서도 형제들은 의혹의 눈길만 보냈을 뿐, 결국 비인간적으로 내쫓다시피 하고 말았다.

이 유산 싸움은 S씨 큰형의 뇌출혈과 사망, 그리고 형제들 간의 재판으로 이어지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기나긴 싸움으로 계속되고 있다.

사실 이런 예는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는 일이다. 신문에는 재벌가의 유산 싸움이 심심지 않게 보도된다. 언젠가 상복을 입은 채 심하게 재산 다툼을 하는 가족도 본 적이 있다.

상속문제를 많이 다루는 어느 변호사가 말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의 성격을 진짜로 알고 싶으면, 그 사람과 유산을 나눠보면 된다.”

<또 다른 나라>의 저자 메리 파이퍼(Mary Pipher)는 이러한 유산을 둘러싼 싸움이 돈과 욕심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모가 누구를 가장 사랑했는가에 대한 형제 자매간의 경쟁심리도 작용하기 때문에 더 커진다고 한다. 은식기, 심지어 아기사진을 놓고도 싸우는 경우가 많다고.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에 대해 <다 쓰고 죽어라>라는 도발적(?)인 제목을 가진 책의 저자, 폴란과 레빈(Pollan & Levine)은 한마디로 말한다.

“상속은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그리고 사회에 모두 해로울 뿐이다. 그러므로 부모에게서 재산을 물려받을 생각을 하지 않은 것처럼 자녀들에게도 재산을 물려주겠다는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한다.”

나도 이들의 주장에 기본적으로 찬성한다. 이들이 내세우는 근거는 더욱 설득력이 있다. 우선 상속은 높은 세금 때문에 재산을 전달하는 방법으로는 비효율적이며(이제 우리나라도 점점 그럴 것이다!), 유산 분배는 언제나(!) 가정불화를 일으킨다. 필요에 근거해서 분배하거나 필요에 관계없이 똑같이 분배하는 어느 쪽도 마찬가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산 상속을 기대하는 자식은 부모가 행복과 즐거움을 추구하는 일에 대해 피해의식을 갖는다는 것. 즉 부모가 돈을 쓰는 것을 자신의 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는 것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극단적으로 표현하면, 부모는 삶의 질보다 죽음의 질을 선택해야 하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들은 미국에서 15만 달러 이상의 유산을 받은 사람 중 거의 20%가 실업자이며, 상속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만 해도 그러한 기대를 하지 않는 사람들보다 소비를 많이 하고 저축을 적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인용하였다.

사회적으로도 상속은 해롭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을 부채질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상속은 영혼을 망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경고한다.

“당신의 자녀가 자신의 미래를 상속에 의존하고 살다가 결국은 상속을 받기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이 죽기를 기다릴 때, 그의 영혼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라.”

그럼 이들의 대안은 무엇인가? 그것은 한마디로 ‘다 쓰고 죽는 것’이다. 보물을 축적해 두었다가 죽은 후에 남들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 자원으로 이용하라는 것. 재산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에서 벗어나 가족을 돕고 자신의 생활을 향상시키는 데 돈을 사용하는 것이다. 특히 자녀들에게도 그들이 가장 필요로 할 때 도움을 주라고 충고한다. 현명한 선물은 자녀들의 인생에 장기적으로 훨씬 큰 도움이 되며, 당신이 살아있을 때 아이들에게 돈을 주면 자녀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면서 감사를 받을 수도 있어서 좋다.

구구절절이 옳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S씨의 아버지처럼 한평생 고생만 하고도, 자식에게는 정말 도움을 필요로 할 때에 한번도 도움을 주지 않은 인색한 아버지로 남는 것은 얼마나 불행한 일인가? 그리고 웬 땅은 그리 많이 남겨서 자식들을 그토록 싸우게 만드는 것일까? 자식들은 아버지가 살아 생전에 이 많은 땅을 어떤 뜻을 가지고 모으셨을까 하는 따위에는 관심도 없다. 오직 내 몫으로 많이 챙기겠다는 욕심 뿐.

따라서 재산이 많건 적건 간에 사는 동안 어떻게 잘 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하겠다. 나와 가족, 그리고 이웃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어떻게 도움이 될까를 생각하면서 남은 돈을 관리해야 하리라.

그러나 당신이 만일 죽기 전까지 아무리 잘 써도 돈이 남을 것 같은 부자라면, 미국에서 ‘부잣집 자녀 올바로 키우기’라는 지침에서 제시했다는 상속 방법도 참고할 만할 것이다.

‘재산을 전혀 물려주지 않는 것은 인간적인 방안이 아닐 뿐 아니라 자녀를 비뚤어지게 할 뿐이다. 적당한 재산을 물려주고 나머지 재산으로는 재단을 설립해 자녀가 돈의 사용처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라.’

한혜경/ 호남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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