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C 기획전 ‘다시, 필름’
서은영 등 작가 11명 참여

얼터너티브 인화 방식으로 프린트 한 서은영 작가의 ‘인도 타르사막’
얼터너티브 인화 방식으로 프린트 한 서은영 작가의 ‘인도 타르사막’

세상이 흑과 백으로 둘러싸였다. 빼빼 마른 나무는 더 앙상하게 외롭게 보인다. 파란색을 잃은 채 울렁이는 수영장 물의 모습은 굳어버린 사막의 모래 같다. 색감이 들어간 반이 잘린 브로콜리 사진은 그림 같기도 하다. 모두 아날로그 사진 인화 방식으로 프린트한 작품들이다.

서울시 마포구 KT&G 상상마당 홍대 갤러리 4~5층에서 진행 중인 SAC 기획전 ‘다시, 필름’에서는 흑백·얼터너티브 프린트를 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얼터너티브는 인화 방식의 한 종류로 특수용액(약품)을 빛에 노출시켜 사진의 상을 형성시키는 방법이다. 인화에 수채화 물감이나 귀금속을 사용해 인화하는 방식이다. 인화 방식에 따라 같은 사진도 다 다른 느낌의 사진이 된다. 암실에서 상당한 시간을 들인 수작업 끝에 나오는 작품이다. 얼터너티브 프린트 방식으로 인화된 사진에는 약품 처리의 증거인 붉은색 띠가 남아있다. 디지털 사진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모습이다.

사진 교육 프로그램 SAC에서 강사로 활동 중인 유철수 프린트마스터와 김다혜, 서은영, 최민진, 김중백, 이정원, 최지영, 보라, 이재우, 호월 정세영, 벨루가, 정하뉘 등 수강생 출신 11명의 작가 90여 사진들을 전시한다.

최지영 작가가 찍고 유철수 프린트마스터가 프린트 한 ‘화산_1’ ⓒ상상마당
(왼쪽에서 첫 번째) 최지영 작가가 찍고 유철수 프린트마스터가 프린트 한 ‘화산_1’ ⓒ상상마당

인화된 방식에 따라 사진을 해석하는 묘미가 있다. 서은영 작가의 ‘인도 타르사막’는 사막에서 낙타를 타고 있는 한 사람이 담겨 있다. 얼터너티브 프린트 한 이 사진은 사막의 뜨거움보다는 거대한 빛 한가운데 있는 사람을 집중하게 한다. 최지영 작가가 찍고 유철수 프린트마스터가 프린트한 ‘화산_1’의 흰색 화산재인지 눈인지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생기게 한다.

왜 작가들은 디지털 시대에 필름 사진을 선택했을까. 전시장 한쪽 벽에 적어 놓은 정하뉘, 김중백 작가의 글에서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2019년 우리는 디지털이미지 홍수에 살고 있다. 완전한 디지털시대로 바뀌어가는 한편 과거의 사진 한 장이 갖고 있던 힘과 그 가치를 그리워하고 있다. 빠른 시각적 이동과 화제 전환을 요구하는 시대에, 우리의 특별한 색채는 도극한 재미와 더불어 애틋한 고전적 향수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다시, 필름’은 5월 19일까지 계속되며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언제든 이용할 수 있다. 무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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