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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민원기기자>

“회사 내에서 우먼 리더로서 보여줘야 될 책임감, 제가 지금 해야 하는 것이 그런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뭔가 여자 주니어들한테 자극이 돼야 한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죠.”

차별 받는 집단에 주목해 ‘다양성(Global Diversity)’을 주창해 온 IBM이 올해 초 한국 본사에 두 명의 여성 상무를 선임했다. ‘다양성(Diversity)’ 제도는 다국적 기업인 IBM이 흑인, 동양인, 여성, 장애인 등 소수자 집단에 초점을 맞춰 그들의 능력을 메이저급으로 키워 보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인사제도. 한국과 일본의 경우 가부장적인 문화 특성을 반영해 임원 및 관리자급 여성에 초점이 맞춰져 실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기술영업지원본부 이숙방(45) 상무는 승진에 큰 욕심이 없어 자신이 후배들한테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뒤늦게 갖게 되었다고 솔직히 털어놓는다. “처음이어서 부담이 커요. 좀더 적극적으로 해서 아주 발랄한 주니어들이 볼 때는 더 빨리 누군가 롤모델이 되어줬어야 했는데, 개인적으로 주어진 일은 열심히 해야지 하지만 승진에 대한 건 욕심이 별로 없었어요. 언젠가부터 주니어들이 위에서 제대로 좀 빨리빨리 해줘야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시선을 보내더라구요. 대부분 여자들이죠. 남자들은 자기들 롤모델이 회사 안에 있으니까.”

이숙방 상무가 1982년 입사해 22년을 회사에 몸담고 있는 동안 IBM에는 과장, 차장급 여성인력 풀(pool)이 많이 형성됐다. 입사 당시 여자 동기가 세 명이었던데 비하면 지금은 밑으로 내려갈수록 인력 풀이 풍성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많은 여자 후배들이 클 수 있을 것이라 이숙방 상무는 낙관한다.

세일즈를 지원하는 기술 지원 쪽으로 입사해 작년까지 영업업무팀 실장을 맡았던 이숙방 상무는 올해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다시 영업기술지원 조직을 맡게 되어 ‘고향으로 돌아온 듯 해피하다’고 전한다. 그 동안 이숙방 상무가 갖게 된 철칙은 영업도 자기 노하우, 경험이나 지식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 경험이 중요한 만큼 지속적으로 일할 수 있는 회사 여건도 무시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우리 같은 기술지원 조직은 3∼5년 기술을 쌓은 것이 굉장히 중요해요. 그걸 바탕으로 플러스해서 사람이 커가야 되는데 육아나 이런 문제로 3, 4년만에 그만둔다 그러면 본인도 손해고 회사도 굉장한 손해인 거죠.” 시간은 걸리지만 관심을 갖고 시도한다는 점에서 이숙방 상무는 여성 인력을 배려하는 IBM의 고민과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도 일을 할 수 있겠구나’라는 비전을 주는 회사, 올해 6월 세 군데의 탁아 시설이 마련되는 것도 그 일환이라 볼 수 있다.

“리더가 돼 보니까, 일을 줬을 때 그 사람이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해서 좋은 결과가 나왔느냐 굉장히 중요하잖아요. 돌이켜보면 누군가가 나한테 일을 줬거나 나랑 같이 일을 했을 때 기대했던 만큼은 나온다 그런 피드백을 들으려고 굉장히 노력을 했던 것 같아요.” 이숙방 상무 스스로는 ‘무던함’을 본인의 가장 큰 강점으로 꼽는다.

20여 년의 직장생활이 순조롭지만은 않았을 터. IMF가 닥치기 전 IBM에도 명예퇴직 바람이 불었다. 한 가지 일을 너무 오래 했다는 매너리즘과 아이들에게 이제는 엄마로서 무언가를 해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조바심, 명퇴 제도가 맞물려 그 시점에 이숙방 상무는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심한다.

“저라고 중간에 그만둘까 이런 생각을 왜 안 했겠어요. 당연히 했죠. 근데 아직은 내가 애들 봐줄 수 있다 시어머니 그러시고 애들도 엄마가 직장을 그만둘까 물어봤더니 자기 친구엄마들은 다 집에 있는데 나는 엄마가 다니는 게 더 좋아 그래서 사실은 못 그만둔 적도 있어요. 그 때는 어떻게 하면 그만둘 수 있을까 잠깐 그 고민도 했는데, 주변에서 아무도 찬성을 안 하는 거예요.” 공교롭게도 퇴사 결정은 주변의 ‘비협조’로 결실을 볼 수 없었다.

“어쩌다 보니까 20년이 지났지만, 이젠 애들이 크니까 집안 일이라든지 이런 데 대한 생각이 줄어드는 거예요. 줄어들다 보니까 일이 상당 부분을 차지해요. 가정하고 같이 병합할 때의 힘든 부분이 조금씩 정리가 되면서 많은 부분 내 일을 생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이숙방 상무가 퇴직을 바라보는 향후 10년은 지금껏 해온 20년의 반. 그 동안 스스로 잘 견뎠다고 생각하며 그 자원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부심을 보인다.

“요즘이 저는 굉장히 편안해요. 일로서 편안하기보다 정신적으로 굉장히 편안하고 몇십 년 다니면서 중간에 안 나가고 잘 견뎠다는 게 뿌듯합니다.”

직장 생활에 매너리즘이 올 때 사표를 생각하기보다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과 상의를 하라고 이숙방 상무는 조언한다. 본인이 퇴사를 고민할 때 우먼 리더로서 보여줘야 할 역할을 일깨워줬던 상사의 자극이 도움이 되었듯 누군가 자신도 모르는 능력을 일깨워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제공해 줄 수도 있을 것이라 전한다.

임인숙 기자isim123@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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