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립 상태에서 임신·출산에
위기 상황 직면…지원제도 필요

ⓒ여성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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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모·부가 아동을 유기하는 이유는 출생기록을 남기는 게 두려워서가 아니라, 출생신고가 어렵기 때문인 경우도 상당수여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오영나 한국미혼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지난달 25일 국회에서 열린 ‘미혼모 지원을 통해 본 위기임신 출산 지원 제도의 필요성’ 토론회에서  “임신·출산하는 미혼모들이 출생신고가 어려워 아동을 유기하는 사례 등 위기 상황에 처해 있는 임산부들을 위한 상담지원센터 등 종합적인 지원 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위기임신출산’이란 고립되어 혼자서 맞이하는 임신과 출산을 말하며 비혼임신과 출산, 이혼, 배우자의 사망, 유기, 학대, 알콜, 약물중독, 청소년 노숙인 등의 경우가 포함된다.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9 미혼모포럼 ‘미혼모지원을 통해 본 위기임신출산지원제도의 필요성’이 열려 참석자들이 자료집을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2019 미혼모포럼 ‘미혼모지원을 통해 본 위기임신출산지원제도의 필요성’이 열려 참석자들이 자료집을 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오 대표에 따르면 여성이 사실상 이혼이나 별거 중이라 하더라도 아이를 출산한 경우 배우자의 자녀로 출생신고가 되고, 이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전 남편과의 소송을 거쳐야만 한다. 또 입양을 보내기 위해서는 부모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아이 아버지가 법률상 남편으로 추정돼 동의를 받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미혼부인 김지환 씨도 “한국은 미혼부 혼자 출생신고를 할 때 미혼모의 출생증명서가 없을 시 ‘소송’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갓난아이가 생존의 위협을 받으면서 최소 2개월에서 최대 수년까지 걸리는 소송을 기다리는 건 헌법과 아동보호법에 위배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미혼모지원단체인 배보은 킹메이커 대표는 “청소년 위기임신 출산이 갖는 사각지대를 해결을 위해서는 다양한 자원 및 기관을 연계하는 것을 돕는 후견 기관 및 사람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밖에 양육 과정에서의 긴급한 생계비 해결, 주거 시설 임대료, 출산 의료비 등 비용 지원 뿐만 아니라 건강 및 양육 상담시스템 등의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요구가 주를 이뤘다.
  
이날 토론회는 출산을 선택한 여성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지원 제도를 짚어보고자 마련됐으며 낙태죄 헌법불합치와 관련해 논의도 이루어졌다.

김민문정 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국가가 임신 중지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는 상황을 전제로 지속 가능하고 보편적인 출산과 양육시스템을 설계해나가야 한다”고 “‘위기임신’이라는 용어 자체에 대해서도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본다”면서 “임신과 출산이 위기라기보다, 임신을 결정한 이들이 출산한 뒤 어떻게 양육을 안정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신옥주 전북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낙태죄 위헌 판결 이후 임신을 예방하고 임신중절을 감소시킬 수 있는 조치를 종합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신 교수는 “형법 상 낙태죄 규정과 영아유기죄·영아살인죄의 폐지도 검토하며 모자보건법도 전면 개정해야 한다”며 “임신중절 규정과 연동되는 조직적·체계적·전문적 상담 제도도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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