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벤져스: 엔드게임’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마블 히어로물의 11년 역사를 181분에 응축시켰다. 길고 거대했던 대서사의 정점을 찍는다. 개봉을 하루 앞둔 23일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어벤져스: 엔드게임’(안소니 루소·조 루소)은 “22편의 영화가 집대성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는 케빈 파이기 마블 스튜디오 대표의 말을 그대로 떠올리게 한다.

‘아이언맨’(2008)에서 시작해 지금껏 달려온 마블 영화의 히어로들은 각자 특출한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전투 중 크게 다치거나 갈등과 고민을 거듭하는 등 인간적인 면모가 크게 비쳤다. 인류를 지키겠다는 한 가지 목표로 의기투합한다. ‘어벤져스:엔드게임’도 이 흐름에서 크게 빗겨나지 않는다. 어벤져스 시리즈 전작인 ‘인피니티 워’(2018)보다 더 극적인 연출과 웅장한 전투신 등은 가슴 한 구석을 뜨겁게 하기에 충분하다.

영화는 빌런(악당) 타노스(조슈 브롤린)가 인피니티 스톤 6개를 모아 지구 인구의 절반을 날린 ‘인피니티 워’를 이어 시작한다. 타노스의 무자비한 힘에 일부 히어로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살아남은 ‘아이언맨’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캡틴아메리카‘ 스티브 로저스(크리스 에반스), ’블랙 위도우‘ 나타샤 로마노프(스칼렛 요한슨) 등 히어로들은 가족과 인류를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젖어 있다. 고민을 거듭하던 이들은 시간 여행으로 타노스보다 먼저 인피니티 스톤을 손에 넣은 뒤 사라진 인류를 찾으려는 계획을 세운다.

재난이나 사고 뒤에 느끼는 허무함과 슬픔은 커다란 상실감으로 이어진다. 히어로라고 다르지 않다. 로저스는 치유모임에 나선다. 전쟁과 각종 재난, 사고로 소중한 이웃을 잃은 동시대를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위기 속에서는 유대의 끈은 더 강할 수 있다. 영화는 “그래도 나아가야죠”라며 희망을 놓치 않는 로저스와 다시 일어서는 어벤져스 일행들의 모습을 통해 역사와 문화를 초월한 한 줄기의 화합을 보여준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한 장면.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과거로 건너간 어벤져스 멤버들을 통해 옛 마블 시리즈를 소환하는 것은 이 영화의 백미다. 재미와 추억을 동시에 선사하며 오랜 마블 영화 팬들만이 느낄 수 있는 희열을 준다.

전작 ‘캡틴마블’(2019)에서 여성 첫 솔로 히어로물을 탄생시킨 마블 스튜디오는 이번에도 여성 히로인에 신경을 쓰려고 한 모양새다. 영화 초반부터 ‘캡틴 마블’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이 등장한다. 타노스와의 전투신에서는 여성 히어로들이 한 곳에 모여 타노스를 향해 진격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화 기획에 참여한 트린 트랜 프로듀서가 “이전 영화도 그렇고 여성 히로인들을 이번 영화에서도 계속 힘쓰고 있다”고 말한 대목이 떠오른다. 하지만 전투신의 흐름상 갑작스런 여성 히로인들의 집합은 인위적으로 보여 아쉽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했다. ‘어벤져스:엔드게임’를 통해 마블 영화의 한 시대가 저문다. 실망할 필요는 없다. 끝이 있으면 또 시작이 있는 법이니. 12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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