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인페미니스트 하개월
소수자에 여성으로서 이중고 겪어
농 사회에 페미니즘을 공론화시키다

ⓒ하개월
유튜브 채널 영상을 작업하고 있는 농인 유튜버 하개월. ⓒ하개월

“이 동영상에 사운드가 없습니다”

유튜브 채널 ‘하개월 Hamonthly’는 구독자가 1만 명에 이른다. 이 채널의 콘텐츠 중 하나는 다른 채널과 달리 영상에 소리가 없다. 채널을 운영하는 농인 유튜버 하개월(31․본명 김하정)씨는 “I'm a korean Deaf YouTuber, Hamonthly”라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그는 유튜브를 시작하기 전 네이버 블로그에 농인과 장애에 관한 글을 쓰며 자신을 알렸다. 김하정씨는 적극적으로 농인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유튜버 활동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는 ‘농인(청각장애인)이 노래방을 간다고요?’, ‘농인 서브웨이 주문하기’, ‘K대 강의 일기 고구마 백 개 먹은 수업’ 등 다양한 모습을 올리며 현재 누적 조회 수 44만 회를 넘겼다.

김씨는 농인의 언어인 수어로만 말하는 건 아니다. 음성 언어인 구화도 함께 사용한다. 그는 자신의 일상을 공유하는 Vlog부터 사람들에게 농 사회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그중 가장 인기가 좋은 영상은 ‘두 농인(청각장애인) 자녀를 둔 하개월 엄마’다. 이 영상은 4만 8천 회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160여 개 이상 댓글이 달렸다. 영상 속 하개월의 어머니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삶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소신 있는 발언을 하며 네티즌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었다.

페미니스트이기도 한 김하정씨는 페미니즘을 주제로 ‘당신이 나를 만나면 불편한 이유’라는 영상을 올려 주목받았다. 주변 사람들은 “영상 촬영 후 올리면 욕먹는 거 아니야?”라는 질문으로 그를 걱정했다. 이에 하개월은 “괜찮다. 이미 청인 사회와 달리 농 사회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표현하는 사람들이 없어 아쉽다”고 영상을 통해 전했다.

그는 페미니즘 영상을 제작한 구체적 계기에 대해 “당시 페미니즘 유튜버인 이자까씨와 한 카페에서 대화를 하고 있는 와중에 페미니즘 주제가 화두가 됐다. 이런 이야기를 둘만 알고 있기엔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에 영상을 통해 공론화 시켜보고자 제작하게 됐다. 영상에는 이자까씨뿐 아니라 남성이 말하는 페미니즘도 필요하다 생각해 danny씨, 쫑씨도 함께했다”고 말했다. 그는 “처음이라 걱정이 많이 됐다. 설렘도 있었지만 한 편은 두려운 마음도 있었다”며 “이렇게 농 사회에서의 첫 페미니즘 영상으로 도약할 수 있었다”고 영상 제작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김하정씨는 앞으로 농인 유튜버로서의 행보에 대해 “계속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작년에 페미니즘 영상을 업로드했을 때 폭발적인 반응과 호응이 있어서 올해도 계획하려고 하는데 쉽지 않다. 내가 작년에 영상을 업로드 한 시점으로부터 지금까지 너무나 많은 여성 이슈들이 있었다. 낙태죄 폐지, 캡틴 마블 영화 개봉, 웹하드 카르텔 등이 그렇다. 다음에 나올 페미니즘 영상도 많은 분들이 기대해 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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