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분야 50% 이상 가장 높아
책임자 비율 15% 달성 계획은 미달
AI·빅데이터·머신러닝 등 유망
출산·육아로 경력단절 심각
어린이집 등 인프라 개선해야

여성 비중이 낮은 산업기술 분야에 진출을 독려하기 위한 ‘케이-걸스데이’ 행사에 참석한 여학생들이 3D 프린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여성 비중이 낮은 산업기술 분야에 진출을 독려하기 위한 ‘케이-걸스데이’ 행사에 참석한 여학생들이 3D 프린터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가 개선되고 있고, 정부가 4차 산업혁명에 맞는 여성 인재를 육성한다는 계획이어서 여성 과학기술인 비중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 여성 인력 확대를 위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4월 과학의 달을 맞아 여성 과학기술인의 지위를 분석한 결과,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인력의 여성 고용비율이 2017년 사상 처음 20%대에 진입했으며, 산·학·연 여성 연구과제 책임자 비율이 첫 10%대를 기록했다. 또 최근 5년간 이공계 전공자의 취업률을 분석한 결과, 성별 격차가 감소하는 등 긍정적인 수치가 잇따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WISET이 최근 공개한 ‘여성과학기술인력 활용 실태조사’ 결과, 2017년 과학기술분야 산·학·연에서 R&D에 참여하는 연구개발인력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7년 20.1%로, 2007년 15.4%에서 4.7%포인트 상승했다. 정규직은 2007년 9.8%에서 2017년 16.0%로, 비정규직은 2007년 28.2%에서 2017년 35.5%로 모두 10년 전에 비해 증가했다.

과학기술 분야 산·학·연의 연구과제책임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도 2007년 7.9%에서 2017년 10.2%로 10년 간 2.3%포인트 상승했다. 기관유형별로는 공공 연구기관이 11.8%로 가장 높았고, 이공계 대학 10.8%, 민간기업 연구기관 8.3% 순이었다.

최근 5년간 이공계 전공자의 취업률도 성별 격차가 모든 학위과정에서 감소했다. 박사는 2012년 21.2%포인트에서 9.6%포인트로 격차가11.6%포인트나 줄었고, 이어 석사 5.8%포인트, 전문학사 4.3%포인트, 학사 1.8%포인트 순이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3월 발표한 ‘제4차 여성과학기술인 육성·지원 기본계획’을 통해 AI·빅데이터·바이오분야 등 분야에서 여성 인재 3000명(30%)을 배출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특히 AI(인공지능), 머신러닝, 로봇공학 등 분야에서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며, 여성 인력이 50% 이상인 바이오 분야에서 여성 채용이 더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의료기기업체인 수젠텍 관계자는 “향후 5년 간 자연계 분야에서 바이오 등 여성인력을 필요로 하는 기업들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이 긍정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 분야에서 여성의 지위는 아직 기대에 부합하지 못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WISET에서 통계 분석 업무를 담당하는 박상희 기획예산팀 주임은 “여성과학기술인의 지위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좋아졌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가 내놓았던 ‘제3차 여성과학기술 기본계획 5개년 계획’을 보면 2018년까지 산·학·연 여성 연구과제 책임자 비율을 15% 달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는데 이제 10%를 넘겨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또 여성 과학기술 분야의 중간관리자 이상 보직자도 당초 10%를 목표로 세웠는데 2017년 9.5%로 기대치에 미달한다고 설명했다.

과학기술 분야 연구·개발 인력의 여성 재직자가 20%를 넘어섰지만 올라갈수록 여성 비율이 낮은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과학기술 분야 여성 재직자 중 고용이 불안정한 비정규직 비율이 더 큰 폭의 증가 추세를 보인 것도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과학기술 분야의 여성 경력단절 문제가 심각한 점도 문제로 꼽혔다. 경력단절 여성 규모는 2017년 기준 110만명에 달하고 있는데, 이 중 과학기술 분야 인력이 26만4000명 정도로 전체의 1/4을 넘어서고 있다.

여성들의 경력이 유지가 되기 위해서는 일·가정 양립이 중요하며, 시설 및 직장어린이집 인프라 등이 중요한 데 아직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과학기술 분야 산·학·연의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기관의 설치비율은 2017년 70.4%로, 설치의무기관 435개 기관 중 306개 기관이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WISET은 이에 대해 “어린이집 미설치기관의 설치를 유도할 대책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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